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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우리금융의 뜬금없는 'CIR' 자랑… 시장 관심은 무너진 '내부통제' 대응책

권유승 기자
우리금융 본사 전경. ⓒ우리금융
우리금융 본사 전경. ⓒ우리금융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특히 그간의 그룹 비용 효율화 노력이 결실을 거두며 판매관리비용률이 39.8%를 기록, 우리금융지주 출범 이후 처음으로 40%를 하회했습니다."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달 25일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을 발표하며 밝힌 내용이다.

이 CFO는 "올 상반기 그룹 판매관리비는 2조1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소폭 증가에 그치며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고환율, 고유가로 인한 비용 상승 압력이 여전한 가운데에서도 그간의 전사적 비용 효율화 노력이 결실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채널 최적화, IT업무 고도화 및 불필요한 경상경비 절감을 통해 그룹 차원의 비용 관리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이 이처럼 자화자찬하고 나선 판매관리비용율, 즉 'CIR'은 전체 매출액에서 판매관리비가 차지하고 비중을 말한다. CIR 수치가 낮을수록 경영효율성이 높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금융의 올 상반기 CIR이 개선된 것은 사실 판관비가 2.1%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이 4.9% 증가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CIR에 대해, 우리금융이 다른 주요 금융지주들보다 강조하며 자화자찬한 것은 어딘지 군색한 모습이다.

정작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우리금융의 CIR 수치가 여전히 가장 높기 때문이다. 4대 금융중 CIR이 꼴찌라는 얘기다.

올 상반기 CIR은 KB금융지주가 36.4%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신한금융지주는 38.3%로 뒤를 이었다.

하나금융지주는 38.7%로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상승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판관비가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더 크게 감소한 영향이다.

역시 우리금융은 지난해에도 CIR이 무려 43.5%로 4대 금융 중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41%이었으며,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41.4%, 40.6% 수준이었다.

이처럼 우리금융의 CIR에 대한 자화자찬은 과거부터 이어졌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연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적극적인 비용 효율과 노력의 성과로 3년 연속 그룹 CIR이 하락했다"고 자평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우리금융의 CIR과 관련해 일각에선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른 주요 금융지주가 IR자료를 통해 제공한 CIR과 달리, 우리금융만 유일하게 명예퇴직비용을 합산하지 않고 CIR 수치를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퇴직비용을 포함한 우리금융의 CIR은 45.2%로 포함 전 CIR 대비 1.7%p나 높았다.

우리금융의 팩트북을 확인해보면 이 같은 수치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애초에 다른 금융그룹들은 CIR에 다소 초연한 모습이다. 우리금융을 제외하곤 금융지주사들은 대체적으로 CIR에 크게 연연해 하지 않는다.

우리금융의 경우, 당기순이익이나 주주환원에 필요한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 내세울만한 경영지표가 사실 별게 없기 때문 CIR 수치라도 내세우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CIR을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항목은 판관비(판매및 관리비)다.

우리금융의 올 상반기 판관비 항목을 살펴보면 물건비를 제외하곤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상승했다. 물건비는 부동산, 비품 등은 물론 접대비, 광고선전비 등이 포함된다.

과연 우리금융이 어떤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유독 CIR을 내세우고 있는지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자화자찬을 하기엔 보여줄 수 있는 결과가 군색하다.

임종룡 회장은 최근 애널리스트를 초청해 "시장의 기대를 넘어선 재무성과를 창출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우리금융은 '100억원대 횡령' 사고 등 각종 내부통제 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전날(11일)에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재직시 우리은행에서 수백억원대의 부적정 대출이 있었다는 사실이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에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여전히 4대금융 중 실적 꼴찌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우리금융의 실적, 그리고 그룹의 대외 평판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는 심각한 내부통제 문제에 우리금융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시장은 보고 싶어한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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