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산 가전에 잣대 높다지만…결국 제품력이 관건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중국산과 국산에 대한 기대감 차이가 큰 것 같다. 아무래도 국산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평가 기준이 높다 보니, 국내 제조업체들이 출시하는 로봇청소기는 '잘해야 본전, 못하면 비난'이 뒤따를 거란 부담이 있다."
로봇청소기 출시를 앞두고 국내 가전 제조업체 관계자들이 토로한 고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내놨고, LG전자는 이달 15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양사 관계자들이 입 모아 말하는 요지는 같다. 가성비를 강조하는 여타 제품과 달리, 로봇청소기만큼은 중국산도 프리미엄을 지향한다. 실제로 중국 로봇청소기 브랜드인 로보락의 플래그십 라인인 S8 일부 제품은 190만원대에 달한다. 이처럼 높은 가격에도 불구, 소비자들의 기대 및 평가 허들이 국산보다 낮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중국 로봇청소기 브랜드들이 AS망을 확충하고는 있으나, 국내 기업인 삼성과 LG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부품을 교체하거나 수리할 때 국산 대비 어려움이 있더라도 소비자들은 중국산에 대해 일종의 면죄부를 준다는 것이다. 국산 정도로 깐깐하게 품질을 따져보지 않을뿐더러, 품질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아서다. 또한 고가임에도, 중국산 제품을 일정 기간 사용 후 고장 나면 AS로 수명 연장을 기대하기보다는 '이 정도면 잘 썼다. 새 제품 알아봐야 겠다'는 심리가 작동하는 식이다.
반면 삼성이나 LG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국내 대표 가전' 업체 타이틀에 맞는 제품력 요구가 뒤따른다. 아울러 기존 시중 제품을 넘어서는 혁신적인 제품이어야 높은 잣대를 충족할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잘해야 본전'이고, 소비자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비난이 뒤따를 것이란 부언이다. 특히 국내 가전 업체들이 중국 제품에 대한 부담을 드러내는 까닭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을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어서다.
국내 가전 시장은 과거 이른바 '외산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국산에 대한 높은 충성도와 소비력을 자랑했으나, 로봇청소기는 예외다. 국내 가전 업체들에 앞서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선보이며, 우수한 기술력을 검증한 바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로보락 매출은 1420억원으로, 국내 로봇청소기에서 46.5% 점유율을 차지했다. 가격 150만원대 이상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로는 65.7%에 달한다. 이로써 로보락은 지난 2022년부터 3년째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1위에 올랐을 정도다.
사실상 중국 로봇청소기는 삼성과 LG가 넘어야 할 산이 된 셈이다.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프리미엄군까지 장악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현 중국 로봇청소기의 위치를 인정하고, 그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제품력으로 승부하면 된다. 국내 기업 관계자들이 토로하는 중국산 대비 국산에 대한 소비자 기준이 높다는 건,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우수한 품질과 기술을 제공해 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허들이 높다며 불안과 불만을 호소하기보다는 후발주자로서의 장점을 적극 활용할 때다. 시장을 압도한 중국 로봇청소기가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나,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다.
15일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LG전자의 LG로보킹 AI올인원은 기존 시장에서 제기돼 온 문제점인 '위생'에 힘주며 차별화에 방점을 찍었다. 기존 일체형 로봇청소기에서 물걸레 청소 뒤 남는 오수통 악취를 줄이고자 관리제를 자체 개발했다. LG전자에 따르면 해당 관리제를 사용하면 악취의 원인인 황화합물 생성이 약 30% 줄어들고, 물걸레 세척 시에도 전용 관리제가 자동 분사된다. 또한 가전 구독으로도 제품을 사용할 수 있어 철저한 위생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국산 로봇청소기의 주사기는 던져졌다. 지난 4월 바닥·사물·공간 인식 능력 등 AI 기능을 앞세우며 출시한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는 출시 25일 만에 누적 1만대를 판매하며 이목을 끌었다. LG전자까지 시장에 등장하는 만큼 로봇청소기 후발주자 국산의 저력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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