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유상임호 과기부]② 독립기구 '우주청'과의 공존은?

채성오 기자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6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연구·개발(R&D) 시스템 혁신 ▲인공지능(AI) 기본법 제정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등 산적한 현안과 마주하게 됐다. <디지털데일리>는 유상임 장관이 풀어야 할 정책적 과제와 현안들을 짚어보고, 향후 과기정통부의 방향성에 대해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지난 16일 취임식을 가진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크게 네 가지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는 ▲AI·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기술 분야 주도권 확보 ▲선도형 R&D시스템으로의 체질 전환 ▲과학기술인 처우 개선 및 인식 제고 ▲통신 경쟁 촉진 및 방송 환경 개선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재료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교수직을 지낸 유 장관의 이력을 감안하면 R&D 정책 개선·인재 양성에서의 전문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단통법 폐지, 디지털 방송환경 조성 등 통신·방송 분야의 경우, 민생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의 트렌드이자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AI 분야를 비롯해 첨단바이오와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기술 역시 과기정통부의 주도 하에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유 장관에 취임사에 '우주'는 없었다. 이는 "우주항공청이 자리 잡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며 "이후에도 소통하고 협력해 주시길 당부드린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이종호 전 과기정통부 장관의 이임사와 엇갈리는 대목이다.

앞서 유 장관은 지난달 29일 후보자 자격으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길에서도 우주항공청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기술적으로 어떻게 잘 성장할 수 있느냐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우주항공청이 밑그림을 그리고 나아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서포트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당시 우주항공청 개청 100일을 앞둔 시점에서 유 장관은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 방향성 아직…'지원'에 초점 맞출 듯

유 장관이 지원을 강조한 것은 우주항공청의 출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5월 27일 경남 사천에 개청한 우주항공청은 과기정통부 산하 외청으로 출범했다. 외청은 국가 행정조직에서 원·부·처 내 설치되지만 특수성을 가진 사무를 처리하지만 부처 산하기관으로 편재되는 만큼 법령 제정 등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 과기정통부가 우주항공청의 독립적인 운영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유 장관이 생각하는 우주항공청 지원 계획은 인사청문 질의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이준석 의원(개혁신당)은 질의서에서 "후보자는 우주항공청이 기술적으로 어떻게 잘 성장할 수 있느냐에 관심을 두고 정책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으로 정책 지원 방안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우주항공청은 기존 과기정통부의 우주 업무와 산업부의 항공 업무를 이관해 만든 과기정통부의 외청 조직"이라며 "우주항공청이 전문성을 기반으로 우주항공 정책과 연구개발 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유 장관은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우주항공 정책 전반을 지원하는 한편 우주항공 관련 법령의 제·개정 및 혁신본부를 통한 우주항공 주요R&D 예산 반영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 우주항공청]
[ⓒ 우주항공청]


우주 개발 정책에 대해선 "앞으로 국내 우주항공 분야를 총괄하는 우주항공청이 리더십을 발휘해 우주수송·인공위성·우주탐사 등 부문별 대표 핵심 선도기술(재사용발사체 개발, 초고해상도 위성, L4 탐사)을 선정하고 개발 추진으로 국내 우주항공 경제의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간의 지식재산권 갈등에 대해서는 중재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2032년까지 달 착륙선을 보내기 위해 개발중인 차세대 발사체 개발 과정에서 얻은 지식재산권의 소유 주체를 두고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애 대해 유 장관은 "연구개발혁신법에 의하면 주관연구기관인 항우연이 연구개발성과를 소유하도록 돼 있으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업 공동개발 기관으로서 설계단계부터 참여함에 따라 일부 기술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으로 안다"며 "두 기관 간 사적 계약의 문제이기는 하나, 성공적인 사업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우주항공청과 함께 모색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현재까지 유 장관이 언급했던 우주 산업 관련 입장을 종합하면 기존 과기정통부가 진행해 온 정책적 기조를 유지한 채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모습이다. 앞서 인사청문회와 취임사 등을 통해 ▲R&D 시스템 ▲단통법 폐지 ▲AI 관련 정책을 다양하게 공개한 것과는 달리 우주 산업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 직전 질의답변서를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이 전부일 만큼 다른 행보를 보였다. 현재 우주항공청과의 구체적인 정책 논의 계획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우주·항공 산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만큼, 새롭게 취임한 유 장관의 정책적 관심도가 우주항공청의 성공적인 안착을 결정지을 '변수'로 조명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기정통부 내 우주 산업의 경우 우주항공청으로 모두 이관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책 우선 순위에서 밀려 보이는 것이 현실"이라며 "2032년 달 탐사, 2045년 화성 착륙선, 태양관측 L4 탐사선 개발,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 등 우주 탐사계획도 산적한 데다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간 분쟁도 심화되고 있어 우주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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