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9부능선 넘은 SK이노·E&S 합병…배터리·에너지 밸류업 본격화

고성현 기자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가 27일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안을 의결하는 모습 [ⓒSK이노베이션]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이 27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자산 100조원·매출 88조원 규모의 합병법인이 오는 11월 탄생할 전망이다. 두 회사 합병에 따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배터리 사업의 부진을 타개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게 된 한편, 각사가 보유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통합해 추가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SK E&S와의 합병 계약 체결 승인 안건이 참석 주주 85.76%의 찬성률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날 SK E&S도 주주총회를 열고 양사 합병안을 승인했다. 양사 합병비율은 1대 1.1917417다.

합병 건은 주주총회 특별 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승인된다. 이날 주총에서는 대다수 주주들이 이번 합병안에 찬성했으며,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이번 합병안 찬성을 권고함에 따라 참석한 외국인 주주 95%가 이번 합병안에 찬성했다.

임시주총에서 합병이 승인되면서 합병법인은 오는 11월1일 공식 출범하게 됐다.

이번 합병 결정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재무구조의 안정화를 확보할 수 있게 된 한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양사 포트폴리오가 석유화학, 액화천연가스(LNG) 외 정유, 수소 등 에너지 관련 모든 영역을 아우르고 있는 만큼, 에너지 패키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적으로 보면 중복 인프라를 합치고 운영비용을 줄이면서도 기존 고객 대응력 강화, 신규 고객 확보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 함께 석유·LNG 사업 인프라를 통합해 4000억원, 탐사·개발·트레이딩 인프라 결합으로 1000억원, 분산발전 기술·액침냉각 및 배터리 등 전기화 사업에서 1조7000억원의 수익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총 약 2조2000억원 이상의 추가 수익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SK온 서산공장 [ⓒSK온]

이번 합병 결정은 부진에 빠진 SK온의 반등에도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SK온은 출범 이래 2년여 간 지속된 적자와 조단위 투자로 재무 부담이 가속화된 상황이다. 여기에 전기차 시장 수요 부진이 겹치며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재무와 신용 평가에도 영향을 주기도 했다. 따라서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현금창출력이 높은 SK E&S의 합병으로 당분간의 투자 여력은 물론 회사 전반의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또 SK온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하며 자체적인 재무 부담을 완화할 수 있게 됐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이 근 2년 동안 안정적인 현금창출을 이어왔던 만큼, 하반기 적자 폭을 줄여나갈 경우 상당 부분의 실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합병이 이뤄질 경우 SK온으로 향해졌던 신용도 하향 압력을 낮추고 기업공개(IPO) 이전의 자본 확충 규모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역시 원유 사업에 편중된 트레이딩 사업을 리튬 등으로 확장하는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사업 면에서는 SK온의 배터리 매출 비중을 전기차 외 타 응용처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SK온은 대형 파우치 배터리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매출이 전기차 분야에 집중돼 있다. 최근 전기차 수요가 꺾인 데다,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따라 데이터센터 등의 응용처에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점을 고려하면 타 분야로의 확장이 절실하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법인이 출범하게 되면 AI 데이터센터향 전력 솔루션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 계열사인 SK엔무브가 보유한 액침냉각 기술과 SK온의 배터리 기술력, SK E&S의 전력 솔루션을 결합해 에너지 패키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SK엔무브가 올해 하반기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내년부터 캡티브(계열사 간 내부 고객)로의 공략과 외부 고객사로의 판로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 합병법인이 주력인 석유화학·LNG 발전 외 태양광, 풍력, 수소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점도 지켜볼 대목이다. SK E&S가 도시가스판매업을 주축으로 관련 발전 사업 등으로 확장해나가는 만큼, 신사업에서 양사 인프라 결합에 따른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임시 주총 이후 합병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돌입한다. 이를 위해 11월 합병을 앞두고 시너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사업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는 "회사의 장기적인 안정과 성장의 토대가 될 이번 합병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예정"이라며 "더불어 합병 완료 이후 다양한 주주친화 정책을 적극 검토해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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