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밖 초강력 '주담대 대책' 우리금융… 前 회장 대출 파문·보험 M&A 고려한 궁여지책? [DD인사이트]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금융당국이 전방위적으로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가운데 우리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최근 국내 은행권에서 가장 강도 높은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우리금융이 금융 당국과 코드를 맞추기 위한 궁여지책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의 정책 코드에 적극적으로 화답함으로써 최근 불거진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법인 부적정 대출 파문을 누그러뜨리는 동시에 우리금융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도 깔려있다는 견해다.
또한 최근 우리금융이 주식인수계약을 체결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합병(M&A) 절차를 앞두고, 금융 당국의 인·허가 관문을 넘어야 하는 것도 이 같은 과한 액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초강수 대책을 내놨다.
오는 9일부터 집을 한 채라도 소유한 자의 서울 등 수도권 추가 주택 구입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전세자금대출 역시 무주택자에게만 지원하며, 모든 세대원이 무주택자여야만 대출이 가능토록 했다.
주택담보대출 최장 만기도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고 투기 수요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우리은행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우리은행의 대출 정책은 또 다른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규제보다 강도가 높은 모습이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주담대 대출 기간이나 한도 등을 조정하며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무주택자에게만 주담대를 가능토록 한 '초강수' 대책 등엔 아직 돌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우리은행은 가계대출 잔액이 연초 경영계획으로 세워둔 증가액 목표치를 훌쩍 넘어서고, 다른 시중은행들 대출 잔액 대비 높다는 점 등이 이 같은 대출 전략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은행들에게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으론 우리은행의 이 같은 행보가 금융당국을 과도하게 의식한 '코드 맞추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M&A 절차 막바지에 돌입하고 있는 우리금융이 최근 일명 '손태승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금융당국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발 맞추고 있다는 추측이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8일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의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는데, 인수가격이 1조5439억원으로 시장 일각에서의 예측보다 저렴하게 협상을 본 상황이다.
하지만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관련 수백억원대의 부당대출 의혹이 드러나면서 해당 M&A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최종 심사를 넘어설 수 있을진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당대출 건 등으로 우리금융의 이번 M&A가 실제 무산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최종 승인 절차 등에선 어떤식으로든 영향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0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 관련 우리금융에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우리은행 부당대출 건은 제왕적 권한을 가진 전직 회장(손태승)의 친인척에게 수백억원의 부당대출을 실행해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사안으로, 은행 내부 시스템을 통해 사전적으로 인지했어야 한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은 내달 초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정기검사에 돌입하기로 했다.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로 정기검사를 예정보다 한 달 앞당겼다. 이번 정기검사에선 횡령·부당대출 등에 대한 경영관리 실태는 물론 동양·ABL생명, 포스증권 등 M&A 적정성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도 우리금융의 금융당국 코드맞추기 의구심은 종종 제기됐다. 앞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 후 첫 M&A 대상으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한 것을 두고 저축은행의 부실을 우려한 금융당국과 발맞춘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이와는 별개로 임종룡 회장은 취임 전부터 '관치' 논란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행정고시(24회) 출신으로 과거 이명박 정부에선 경제금융 비서관을, 박근혜 정부에선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던 임 회장은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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