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에코프로⋅GEM, 양극소재 통합 속도…10년 협력 시너지 낸다

배태용 기자
전구체 제조 업체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전신인 에코프로GEM 모습. [ⓒ에코프로]
전구체 제조 업체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전신인 에코프로GEM 모습. [ⓒ에코프로]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에코프로와 중국 GEM이 인도네시아에서 양극소재 통합사업을 추진하며 10년에 걸친 협력 관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구체 기술 교류, 리사이클 기술 이전, 합작법인 설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만들어 온 협력을 바탕으로 통합사업도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에코프로와 GEM의 인연은 2015년 에코프로가 GEM에 전구체 기술을 이전하며 시작됐다. 에코프로는 2013년 오랜 연구 끝에 고품질의 양극재를 양산하는 데 성공해 일본 소니에 납품을 성사시키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일본에서 배터리 소재를 수입하던 한국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던 상황에서, 에코프로가 역으로 일본에 양극재를 수출한 사실은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에코프로는 전구체 개발과 양산이 가능했음에도,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리사이클 전문업체인 GEM과의 협력을 결정했다. GEM은 전구체 사업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었고, 에코프로는 기술을 이전하는 대신 GEM으로부터 전구체를 공급받는 방식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갔다. 이후 두 회사는 전구체에서 양극재, 배터리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구축하며 동반 성장의 길을 걸었다.

기술 협력을 기반으로 한 관계는 자본 제휴로까지 이어졌다. 에코프로와 GEM은 2016년 '에코프로GEM'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2018년 포항에 전구체 제조공장을 준공했다.

이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기술 이전을 둘러싼 복잡한 논의는 물론, 한중 외교 갈등으로 법인 설립 자체가 난항을 겪기도 한 것. 그러나 에코프로의 이동채 전 회장이 GEM의 허개화 회장에게 서신을 보내 큰 틀에서의 협력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2017년 1월, 결국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이듬해 설립된 에코프로GEM은 포항에 제조 공장을 세우고 월 500톤 규모의 전구체 생산 능력을 확보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생산 능력을 월 1200톤 규모로 두 배 이상 확대했다. 이후 양사는 2022년 합작 관계를 청산하고 사명을 에코프로머티리얼즈로 변경했지만, GEM은 여전히 지분을 보유한 전략적 투자자로 남아있다.

에코프로의 리사이클 사업을 담당하는 에코프로씨엔지 또한 GEM과 기술 교류를 지속하며 두 회사 간 신뢰 관계를 확대해왔다. 에코프로씨엔지 박석회 대표를 비롯한 기술진은 다음 달 GEM 본사를 방문해 리사이클 관련 기술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GEM은 이미 2019년 리사이클 기술을 에코프로씨엔지에 이전하며 초기 기술 확보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두 회사의 기술 교류는 이동채 전 회장과 허개화 회장의 돈독한 신뢰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두 회사는 경주에서 전구체 및 양극소재 기술 워크숍을 개최했으나, 당시 실무자들은 기술 보안을 이유로 핵심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논의가 원활하지 못했다. 이를 파악한 이동채 전 회장은 허개화 회장에게 모든 것을 공개하자는 제안을 했고, 허 회장이 이에 동의하면서 협력이 다시 탄력을 받았다.

이번 인도네시아 통합 양극재 사업도 두 사람의 10년 신뢰를 바탕으로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니켈 제련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GEM과 하이니켈 양극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1위인 에코프로가 협력해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박석준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부사장은 "지난 10년 동안 에코프로와 GEM은 이동채 전 회장과 허개화 회장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수많은 난관을 돌파해왔다”며 “양사 간 협력의 DNA가 이번 통합사업에서도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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