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주목받다 금세 찬바람…첩첩산중 겪는 보안株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올 하반기 국내 보안 상장사들 사이에서 '주가 부양'이 숙제로 떠오른 분위기다. 관심 테마로 묶이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어, 반짝 관심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 요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보안 상장사 주가를 들썩이게 한 대표 키워드는 '이미지합성기술(딥페이크)'다. 전 국가 차원에서 텔레그램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련 정보보안 및 탐지 기술을 갖춘 기업들을 향한 관심이 커졌다.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경찰청이 2025년도 예산안을 공개하면서도 감지됐다. 경찰청은 올해보다 4.2% 증액한 13조5364억원을 내년도 예산으로 사용하겠다며, 근절해야 할 주요 민생침해범죄로 딥페이크를 꼽았다. 딥페이크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기법을 활용한 허위 영상물까지 탐지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SW)를 고도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딥러닝 방식으로 제작된 허위 조작 콘텐츠를 탐지하는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발표가 나온 직후 관련 보안주는 강세를 보였다. 샌즈랩, 모니터랩, 한싹, 신시웨이, 라온시큐어, 소프트캠프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주가는 9%대 상승세를 보이며, 올 하반기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딥페이크 혹은 관련 탐지 기술이 없더라도, 정보보안 솔루션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반사이익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자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 기업도 있었다. 일례로 샌즈랩은 딥페이크 탐지 서비스 '페이크체크' 출시 소식을 알렸다. 페이크체크는 사용자가 웹사이트에 접속해 딥페이크 의심 이미지를 올리면, 위조 진위 여부를 판별해주는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베타 테스트 버전으로 출시돼, 미완성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샌즈랩 측은 완전히 개발이 완료된 서비스가 아닌 베타 형태인 만큼, 의견을 수렴해 업데이트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안주에 있어 딥페이크라는 키워드 또한 '반짝 관심'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생성형 AI가 주식 시장 내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던 때와 마찬가지로, 이를 꾸준한 성장 요인으로 가져가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실제 AI 열풍이 일어나면서 'AI 보안주'로 수혜를 입은 사례도 있지만, 실제 등락폭이 크지 않거나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다수다. 국내에서는 이글루코퍼레이션이 올 초 AI 보안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글루코퍼레이션의 경우 AI 탐지모델 서비스 '에어(AiR)'가 두각을 드러내며 올 1월 6800원대를 달성하다 보합세에 머문 상태다. 이날 오전(11시20분) 기준 주가는 522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0.19% 하락했다.
AI 보안주로 주목받던 시큐레터의 경우 회계 처리 기준 위반 행위 등을 이유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달 11일 정례회의를 통해 시큐레터에 감사인 지정 등 조치를 의결하기도 했다. 시큐레터발 여파가 새로운 보안 기업이 상장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큐레터 측은 공시를 통해 "회계 투명성 제고 및 내부 감시 장치를 강화해, 회계 기준에 맞는 회계 처리를 준수하고 동일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향후 대책을 밝혔다.
반도체 테마에 올라탔던 기업도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올 5월 시장에 합류한 ICTK 주가는 상장 당일 3만원대로 오르며 쾌거를 달성했지만, 이날 장 초반 87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ICTK는 기업공개(IPO) 당시 '차세대 보안 팹리스 기업'을 내세운 바 있다. 국내 기업 관계자는 "ICTK가 내세운 물리적복제방지기술(PUF)의 경우 '꿈의 기술'이라 불린 만큼 국내 시장에 적용이 까다롭고, 그만큼 성장 효과를 빠르게 확인해보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테마에 의존해 주가 부양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갈 만한 승부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이버 공격 피해가 늘고 있는 만큼, 자체 기술을 보유한 국내 보안 상장사의 경우 관련 사업과 역량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보안업계 관계자는 "주식 시장의 오랜 격언인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는 말은 보안주에는 잘 통하지 않는다"며 "보안에 특화된 증권사 연구원도 없고, 등락 또한 미미해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끝으로 "결국 중요한 것은 '테마에 어떻게 올라타느냐'가 아닌, '어떻게 기술 경쟁력을 시장에 알리느냐'다"라며 "정보보안을 비롯해 보안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올라오지 않는 이상, 반짝 관심에만 목숨을 걸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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