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영 삼성SDI 중대형상품화팀장(부사장).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전고체 배터리의 성공 열쇠는 결국 '가격'에 달렸습니다. 가격 경쟁력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입니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24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KABC 2024'에서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전고체 배터리는 슈퍼 럭셔리 세그먼트를 타깃으로 처음 시장에 나올 것이며, 가격 인하를 통해 더 넓은 시장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가연성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기술로, 온도 변화에 강해 화재 위험을 크게 낮추고, 높은 에너지 밀도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전고체 배터리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며 시장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SDI는 2027년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해, 현재는 5개 고객사에 이를 확대했다. 삼성SDI는 무음극 설계(Anode-less)를 도입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무음극 기술은 음극재가 없는 설계를 뜻한다. 양극에서 리튬을 추출해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가격 다운 방안에 관해선 "시장에 많은 (소부장)업체들이 빨리 들어와서 가격을 하락시켜야 범용적으로 활용되는 '침투'가 빨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안전성을 갖춘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이 주도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침투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LFP 배터리에 대해선 고 부사장은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안전하지만 무겁고 부피가 큰 단점이 있다"라며 "전고체 배터리는 이와 비교할 수 없는 차원의 안전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고체 배터리를 사용하면 같은 에너지 밀도에서 배터리 팩의 크기와 무게를 줄일 수 있어 출력도 더 높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고 부사장은 "배터리 업계의 불황은 오히려 기회"라며 "삼성SDI는 제조 경쟁력과 기술 격차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