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국내 첫 심야 자율주행 택시 첫날, 카카오T 켜보니…“운행하는 거 맞아?” [PLAY IT]

이나연 기자

-서울시, 심야 택시난 해소에 장기적 도움 기대했지만…택시 ‘3대’로 시범 운영 실효성 갸우뚱

-서비스 가능 지역에서도 카카오T 택시 호출 옵션 미노출 대다수

[ⓒ 서울시]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시범 운영에 나선 심야 자율주행 택시(서울자율차)가 전날인 26일 밤 ‘카카오T’에서 첫선을 보였다. 3800만명 이용자를 보유한 카카오T에 서울시 자율주행 운송플랫폼을 통합 운영해 이용자 편리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실제 택시 호출을 시도해 보니 반쪽짜리 접근성에 그쳤다.

서울시는 한시적 무료 운행을 내세워 국내 첫 심야 자율주행 택시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음에도 탑승 기회를 얻기는커녕 택시를 구경하는 것부터 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단 3대 차량으로 시작했기는 하나 강남 자율주행 자동차 시범운행 지구라는 한정적 공간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했던 이용 회전율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 26일 밤 11시를 넘은 심야 신논현역 일대. 이곳에서 약 5.3㎞ 떨어진 학여울역으로 가는 택시를 호출하기 위해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했다. 원래라면 기존 택시 호출 페이지에 보이지 않던 ‘서울자율차’ 옵션이 나타났어야 하지만 아무리 새로고침을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지난 26일 밤 카카오T 택시 호출 화면 갈무리. 서울자율차 운행 가능 지역 내로 출도착지를 설정해 택시를 호출했지만 서울자율차 옵션 자체가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자율차는 평일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강남 자율주행 자동차 시범 운행지구 안에서 이용할 수 있다. 강남구 역삼·대치·도곡·삼성동과 서초구 서초동 일부 지역에서 운행이 이뤄진다. 자율주행 기술기업인 에스더블유엠(SWM) 자율주행차 3대가 봉은사로·테헤란로·도곡로·남부순환로·개포로·강남대로·논현로·언주로·삼성로·영동대로 일부 구간을 달린다. 면적은 11.7㎢다.

하지만 기자가 이날 밤 11시부터 1시간30분가량 카카오T 택시 호출을 시도해 보니, 서울자율차는 탈 수 없었다. 서울시와 카카오T 운영사 카카오모빌리티 측에 따르면 서울자율차 옵션은 주변에 이용 가능한 차량이 있을 경우만 노출된다.

심지어 운행 중인 자율주행 택시에서 승객이 내린 시점에 호출해야만 카카오T 택시 호출 옵션에 뜨는 방식이라, 서울자율차 이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였다. 운행 가능 지역을 벗어났나 싶어 신논현역에서 양재역, 양재역에서 역삼역 사이로 직접 이동해보기도 하고, 임의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변경하기도 했지만 소용 없었다.

서울자율차 옵션이 떴지만 주변 차량이 없어 이용이 불가한 모습.

운 좋게 서울자율차가 택시 호출 옵션에 나타나도 ‘주변 차량 없음’으로 표시됐다. 이는 자율주행 택시가 서비스 구역 내 위치하지만 다른 승객 콜을 운행 중인 경우 비활성화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마저도 호출을 몇 번 재시도하니 자율주행 택시를 부를 수 없는 기존 카카오T 택시 호출 화면으로 돌아왔다.

서울자율차 공식 운행 첫날이라는 디데이(D-day)가 무색하게 이날 강남과 서초구 일부 지역에 있던 사람들은 서울시가 자율주행 택시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못한 셈이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서울자율차를 무료 운행하고 내년부터 요금을 받을 계획이다. 이동 수요와 택시업계 의견, 자동차 수급 여건 등을 고려해 논현·신사·압구정·대치동까지 운행구간을 넓히고, 차량 대수도 늘리기로 했다.

서울자율차 관계자는 “서비스 개시일에 수요가 폭증했고, 특히 밤 10시부터 새벽 1시 사이가 피크 타임에 해당해 배차 후 운행이 계속 돼 탑승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강남 심야 자율주행차 서비스는 3대 차량으로 시범 운행 중으로, 서울시를 비롯한 관계사들이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서비스를 지속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서울자율차 공식 운행 첫날 카카오T로 택시 호출을 해본 결과, 두 번째와 세 번째 화면만 볼 수 있었다. [ⓒ 서울시]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