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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10년]<하> 폐지 능사 아냐…더 중요한 후속조치 필요

강소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정부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을 폐지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폐지 이후 소비자 후생 저하 및 시장 혼선을 막기 위한 법적장치 마련에 본격 나선다.

특히, 단통법 폐지와 관련해 정부가 여당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 후생을 증진하면서도 보조금을 자율 규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야당은 물론, 이동통신시장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업계는 단통법 폐지 배경에 공감하면서도, 단통법 폐지 이후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후속조치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개선방향을 두고선 사업자 간 미세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 정부, 단통법 폐지 따른 법적장치 마련나서

현재 국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단통법 폐지를 위해 박충권 의원(국민의힘)이 대표발의한 안(案)에 힘을 싣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앞서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단통법 폐지' 법안을 민생살리기 중점 법안으로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의원이 발의한 '단통법 폐지안'은 이용자 후생 증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조항만 살리고 판매점 제조사 등에 대한 규제는 자율에 맡긴 것이 핵심이다.

특히, 단통법이 폐지된다면 당장 단통법 도입 이전 제기됐던 문제가 다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단말 할인을 받지 않은 소비자에게 통신비 절감 혜택을 주는 '선택약정 할인' 제도는 유지하고 이를 위해 근거 법령을 '단통법'에서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했다.

정부는 박충권 의원안이 보조금을 자율 규제한다는 점에서 정책 방향과 가깝다 보고 있다. 앞서 단통법이 유통채널이 소비자에 지급하는 추가지원금 지급 한도를 '인위적'으로 제한해 소비자 차별은 물론, 편익 역시 줄였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 이동통신사 “단통법 폐지, 통신비 인하 측면에서만 접근 안돼”

업계에선 이러한 단통법 개정에 앞서, ▲과연 단통법 폐지가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질지 ▲요금인가제 하에서 요금경쟁 활성화가 가능할지 ▲장기적으로 서비스가 아닌 요금경쟁이 이용자 후생 증진으로 이어질지 ▲마케팅 경쟁 격화에 따른 통신사업자와 유통채널의 경쟁력 약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단통법이 폐지되는 경우 다방면에서 후폭풍이 예상되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먼저, 이동통신업계에선 단통법 폐지가 가계통신비 인하 측면에서만 이야기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계통신비가 비싸다고 체감하는 이유가 과연 ‘통신비’ 때문인지 먼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서 정의하는 ‘가계통신비'에는 유·무선 통신비 뿐 아니라 ▲인터넷 요금 ▲휴대폰 단말기 비용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요금 등 콘텐츠·플랫폼 항목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즉, 통신비 인하만으로 소비자가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를 체감할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제 최근 김용재 한국외대 경영대학 교수가 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10개국의 통신비 조사 결과, 국내 이동통신 요금은 모든 비교 구간에서 해외 평균 이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고속인터넷과 결합시 우리나라의 요금수준은 더 저렴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합상품 요금(이동통신 3회선+초고속인터넷)은 시장환율 기준 46~47%, 국가별 임금 기준 31~33% 가량 저렴했다.

그럼에도 불구, 가계통신비가 비싸다가 인식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불투명한 가격구조’를 지적했다. 이에 정부 차원의 이용자 이익 증진 방안 마련은 물론, 근본적인 인식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 제조사 “혁신 제품 공급 위한 투자 지속해야”

가계통신비의 한축을 이루는 단말 제조사에선 연구개발(R&D) 비용과 상승한 원자재 가격 등을 고려하면, 단말기 비용이 비싸다고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이동통신사와 마찬가지로,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강조했다.

윤남호 삼성전자 상무는 최근 진행된 한 토론회에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매년 성능이 개선된 혁신 제품을 지속 공급하는 등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연구개발 비용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라며 “또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의 상승 등이 제품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뿐 아니라 모든 제조업체가 똑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들께 다양한 제품 선택권을 드리고자 20만원~70만원대의 중저가 단말을 공급하고 있다”라며 “지난해에는 80만원대 플래그십 단말인 갤럭시S23 FE를 출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 유통채널 "불투명한 유통망 개선부터사전승낙제 폐지·유통망 신고제 필요”

유통채널은 단통법 폐지에 앞서 불투명한 유통망에 대한 꾸준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이통사의 채널별·요금제별 리베이트(판매장려금) 차등지급이 유통채널로 하여금 소비자의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도록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통사가 유통채널에 지급하는 장려금은 고가요금제로 갈수록 커지는 구조다.

예컨대 ‘갤럭시S24울트라+선택약정’ 기준 요금제별 리베이트는 ▲5GX 프라임+ 0청년99 54만원 ▲5GX 프라임 0청년89 49만원 ▲세이브 컴팩트 5만원으로, 가입자 한명 확보 시 받는 장려금은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났다.

즉, 이통사가 지급하는 장려금으로 가입자에 제공할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을 마련해야 하는 유통채널의 입장에선 소비자로 하여금 선택약정+고가요금 상품 가입을 유도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 단통법 제정 이후 활성화된 온라인 유통채널과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오프라인 채널을 더욱 힘들게 할 뿐 아니라, 이용자 간 차별을 더욱 강화했다고 꼬집었다. 이통사가 단통법을 피해 온라인채널에 장려금을 더 지급했고, 이렇게 탄생한게 ‘성지’라는 것이다.

다만, 채널별·요금제별 장려금 차별에 대한 정부 규제는 사실상 부재한 실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불투명한 유통구조를 개선하고자 이른바 '사전승낙제'를 도입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고 현장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정부가 단통법 제정과 함께 도입한 ‘사전승낙제’는 전기통신사업자가 ‘판매점’을 대상으로 적격성 여부 등을 심사한 뒤 판매권한을 승낙하고 법령 준수여부 등을 관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불법 또는 편법 영업,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사전승낙제의 적용 대상은 ‘판매점’으로 한정되어 유통망의 실태를 사실상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사업자협회(KMDA) 통신정책연구소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현재 판매점에 한정된 사전승낙제를 폐지하고 판매점·대리점·온라인채널·중고폰·알뜰폰 사업자가 참여하는 유통망 신고제로의 전환을 제안한다”라며 “단통법이 폐지되는 경우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이용자 차별인데, 일부 유통채널에선 이미 이용자를 기만하는 허위 광고들이 무수히 많다. 단통법 폐지 이후 이용자 및 골망상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통망 신고제를 제안드린다”고 강조했다.

◆ 대안으로 거론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이에 정부 개정안 외에도 단통법 폐지에 따른 대응책들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단말기 완전자급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은 사실 단통법 제정 이전부터 제안됐다. 이통사는 이동통신대리점을 통해 이동통신서비스만 판매하고, 제조사는 단말판매점을 통해 단말기만 판매하는 구조를 말한다. 쉽게 말해, 이용자는 단말판매점에서 단말기를 구입해 이동통신대리점에서 요금제에 가입해야한다.

이 제도는 단통법과 같이 단말 유통시장의 개편을 통한 이용자 후생 증진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이용자 차별이 발생하는 원인을 제조사-이통사 간 담합 구조에서 찾았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각자 유통채널을 운영하면 투명한 단말 유통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동시에,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해 단말기와 통신서비스 요금이 모두 인하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자급제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외산 중저가 단말기가 다시 유통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 제도역시 단말기 가격과 통신서비스 요금이 인하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데다, 제조사의 영업비용이 늘면서 단말 가격이 오히려 상승하고 이중마진을 취할 수 있다는 부분이 지적된다.

또 현재 국내에서 자급제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음에도 불구, 외산 중저가 단말이 활발하게 유통되지 않는 부분을 감안했을 때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은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 완전무결한 제도 있을까?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단점을 일부 보완한 ‘절충형(부분적)완전자급제’도 제안됐다. 이 제도는 이통사의 재위탁을 받은 일부 단말판매점에 한해서도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을 가능하도록 해 완전자급제를 보완했다. 완전자급제의 장점을 가져가면서도 이통사에서도 통신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지원금 지급을 허용해 이통사가 서비스가 아닌 지원금 경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 후생을 증진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러한 허용이 오히려 이통사로 하여금 다시 지원금 경쟁에만 매몰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또 단말을 공급받기 위한 여유가 없는 판매점이 증가하면서 통신사 대리점이 통신과 단말 판매가 가능한 판매점으로 변형되면서 기존의 유통구조가 유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업계와 학계에선 단통법 폐지에 따른 후폭풍이 불가피한 가운데 '일단 폐지하고 보자'는 식의 논의보단, 현 시점 시장 내 보조금 차별화의 원인과 해결방법,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등에 대해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해봐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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