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아무도 못 믿겠네” 5년간 가품 750만점 발생하자…이곳이 신뢰도 제고 ‘주력’

왕진화 기자

#. 답십리에 사는 김 모씨는 지난 2월 온라인 플랫폼에서 명품 브랜드 캔버스백을 백만원이 넘는 금액을 주고 구매했다. 상품을 받아 보니 마감이 허술해 사설 명품감정소에 의뢰를 맡겼고 ‘가품’ 판정을 받았다. 판매자에게 문의하려 했으나 이미 잠적한 상태였다. 플랫폼 측은 “사설업체의 감정소견서는 효력이 없다. 브랜드 본사에서 정식으로 소견서를 받는 게 아니라면 보상이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브랜드에서는 “정식 매장을 통해 구매한 제품만 감정이 가능하다”고 거절했다. 안 씨는 “대부분 명품 브랜드에서 오픈마켓 상품은 감정을 안 해준다. 이런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없이 무책임하게 상품만 팔면 그만인 것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24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4 공직박람회를 찾은 여학생들이 관세청 부스에 마련된 진품 가품 비교 전시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2014.11.24 [ⓒ연합뉴스] 해당 사진은 이 기사와 관련 없음.
24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4 공직박람회를 찾은 여학생들이 관세청 부스에 마련된 진품 가품 비교 전시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2014.11.24 [ⓒ연합뉴스] 해당 사진은 이 기사와 관련 없음.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지난해 말 글로벌 명품 시장 규모는 518조 원에 달한다. 7년 뒤 2030년에는 813조 원으로 57% 증가할 전망이다. 코로나19 펜데믹 보복 소비로 불붙은 명품 성장세는 밀레니얼+Z(MZ)세대가 바통을 이어받아 키워가고 있다.

소비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구매처도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명품 시장의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가품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명품 플랫폼 등 업체들은 가품 보상제를 속속 마련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 소비 시장이 급성장했고 명품에 대한 보복 소비가 맞물려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가품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고가의 명품에서 가품이슈는 더욱 더 심각하다. 실제 최근 위조품 제조, 유통이 늘어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송재봉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위조품 단속 현황(2019~2023년)'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위조품 적발로 압수한 물품만 756만점에 달했다.

품목별로 보면 의류가 67만8138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화장품류(18만1782점) ▲장신구류(6만1672점) ▲가방류(4만3039점) 등이었다. 명품 거래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유명 브랜드 위조품이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유통되면서 위조품을 다시 명품 플랫폼에서 되팔려는 소비자가 늘어날 정도”라고 했다.

특히 디자인 모방, 위조 범죄로 특허청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기술경찰)에 형사입건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2019년 104명이던 형사입건 수는 2020년(169명), 2021년(197명)을 거쳐 2022년에는 222명이 되더니 지난해에는 356명으로 껑충 뛰었다. 5년 사이에 네 배 가까이 늘었던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유통업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50.5%로 사상 처음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49.5%)을 앞섰다. 그럼에도 국내 온라인 명품 소비는 13% 수준으로, 글로벌의 20%와 비교하면 절반에 머물고 있다.

몇년간 수차례 발생한 온라인 플랫폼의 가품 이슈로 인한 신뢰 하락이 그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품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각 플랫폼들은 선제적으로 보상 시스템을 구축하고 판매자 입점 기준을 높이는 등 내부 기준도 마련했다. 그럼에도 갈수록 교묘해지는 상품과 수법에 대부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믿을 수 있는 명품을 구매하고자 가품이슈에서 자유로운 신뢰 할 수 있는 명품 플랫폼과 가품을 찾아내는 솔루션에 주목하고 있다.

[ⓒ젠테]
[ⓒ젠테]

지난해 명품 플랫폼 업계 중 최고 실적을 올린 젠테는 부티크 직소싱을 통해 가품 문제에서 자유로운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젠테는 올 상반기 매출 330억원, 영업이익 6억2000만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반기 최대 매출과 첫 흑자를 달성했다.

젠테는 모든 제품을 부티크에서 직접 소싱하는 ‘100% 부티크 소싱’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명품 플랫폼 업계의 아킬레스건인 가품 이슈를 해결하는 데 노력 중이다. 병행수입 업자들이 입점하는 오픈마켓 형태의 플랫폼의 경우 다양한 제품 공급과정에서 가품이 유입될 수 있는 가능성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명품 유통의 가장 중요한 신뢰도를 시스템적인 해법으로 해결한 것이다.

정승탄 대표가 지닌 다수 경험과 네트워크 덕분도 있다. 정 대표는 케이트 스페이드와 이탈리아 가죽 기업 피스톨레시SRL 등 다양한 명품 패션의 경험을 바탕으로 14년간 부티크와의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젠테는 유럽 현지의 150개 이상의 부티크와 계약을 맺고 있으며, 이는 젠테 경쟁력의 기반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티크 직소싱을 통해 구조적으로 가품을 예방한 후에도 젠테는 공인 명품 감정사를 포함한 전문 검수팀을 운영, 발생할 수 있는 가품 위험과 제품 품질 저하를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이러한 검수 시스템은 고객에게 100%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플랫폼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가 하면, 명품 제조사가 직접 진품을 인증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 개발에 앞장서기도 한다. 유럽연합지식재산청(EUIPO)은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럽연합(EU) 의류 시장이 가품 때문에 연간 약 120억 유로의 수익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2021년 세계적인 패션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프라다 그룹 등은 ‘아우라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만들고 블록체인 기반의 진품 인증 절차를 만들었다. 스톤아일랜드, 파라점퍼스 등 80여개 브랜드는 써티로고(Certilogo) 서비스와 협력해 제품의 세탁 라벨에 QR코드를 삽입해,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진품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 연합뉴스]

높은 AI 기술로 명품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는 기업도 있다. 마크비전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온라인몰에서 위조상품을 자동으로 탐지해내는 회사다. 2020년 첫 서비스를 선보인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아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의 계열사들과 이미 장기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VMH는 루이비통, 디올, 티파니앤코 등 75개 글로벌 브랜드를 소유한 세계 최대 명품 기업이다. 마크비전은 ‘2022 LVMH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데이터 및 인공지능 분야 대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프랑스 파리에 거점 사무실을 만들고 본격적인 유럽 진출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와 플랫폼은 신뢰할 수 있는 명품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중고 플랫폼 등 온라인 명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가품 문제는 소비자 신뢰를 저해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만큼 플랫폼은 물론 브랜드 다각도의 노력과 기술 기반 솔루션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개선된 명품 경험에 대한 기대 충족이 신뢰 회복의 첫 걸음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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