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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제작·유통 '손때' 덜어낸 일학교..."성장·수익성 놀라워" [데모데이 프리뷰]

이건한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고 씨엔티테크가 운영하는 '2024 콘텐츠 오픈인큐베이션 데모데이'가 10월30일 코엑스 스타트업브랜치에서 열린다. 총 7개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가운데, K-콘텐츠의 미래를 이끌어갈 이들 기업의 번뜩이는 아이템과 인재, 비전이 담긴 액기스를 앞서 살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디지털(Digital) 환경의 장점은 모든 것이 확실한 데이터로 기록되는 것, 사람과 달리 24시간 항상 접근 가능하며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자동화를 더하면 인간의 반복 노동도 줄일 수 있기에 지금껏 많은 산업에서 디지털 기술 기반의 혁신이 일어났죠. 사실, 이젠 "아직도 디지털화가 안 된 분야가 있어?"라는 의문이 들 정도고요.

김형민 일학교 대표이사 [ⓒ 일학교]

음원시장은 어떨까요? 당장 멜론이나 유튜브만 봐도 대기업이 운영하는 완전 디지털화된 음원 플랫폼입니다. 더 손 델 곳이 없어 보이죠. 그런데 이면은 달랐습니다. 우리가 보는 건 최종 소비자 대상의 서비스 환경일 뿐, 의외로 음원이 처음 제작되는 과정은 여전히 사람의 손때를 많이 필요로 하는 환경이었거든요.

그러나 이 손때는 이제 '낭만이 아닌 비효율'일 뿐입니다. 중간상인을 많이 만들어 각자의 수익이 감소하고, 많은 음원이 빛조차 보지 못하거나 도둑질 당하는 비극, 꼭 필요한 아티스트와 곡이 만나지 못하는 답답함까지 삼중고를 만들 뿐이죠. 이번에 살펴볼 기업 '일학교(ILLSCHOOL)'와 이들의 MR(반주) 제작 및 연결 플랫폼 제이원비츠(J1BEATZ)가 이 시장의 병폐를 디지털로 혁신하고, 플랫폼 제작사와 참여자 모두가 이익을 얻는 윈윈(Win-Win) 구조를 만들어 환영받은 이유입니다.

기술&서비스 비전

김형민 일학교 대표는 제이원비츠를 "나만의 개인 A&R 매니저"로 정의했습니다. 국내 음원시장에서 A&R은 특정 아티스트와 소통하며 필요한 콘셉트의 음원 MR, 작곡가 등을 수급하고 녹음 및 작사 과정 지원, 음원 프로모션 및 영상 제작까지 담당하는 올라운더를 의미합니다. 사실상 프로듀서에 가까운데, 문제는 그들의 아날로그적 업무방식었죠.

시장 구조상 A&R을 통해 아티스트와 연결되고자 하는 작곡가도 많고, A&R의 메일로 쏟아지는 데모 음원도 수천개에 이르는데요. 그동안은 사람이 이를 직접 하나하나 듣고 판단하는 방식이었던 겁니다. 당연히 모든 음원을 들을 수 없고, 특징에 대한 판단은 주관성이 가득했죠. 대형 음원 유통사는 이 문제를 A&R을 '많이 뽑는 것'으로 대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는 인건비가 충분한 소수 대기업이나 가능한 일이고, 대부분의 중소 기획사에겐 어림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또한 프리랜서 작곡가들은 연줄이 없으면 자기 음원을 아티스트에게 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요.

제이원비츠는 이런 현장의 애로사항을 온라인 환경, 디지털 기술의 장점을 버무려 해소한 플랫폼입니다. 크게 개인 작곡가 지원, 중소 음원제작사 지원 양면으로 나뉘는데요. 개인 작곡가는 더 이상 A&R에게 자기 MR을 기약 없이 보내거나, 복제 당할 위험 없이 제이원비츠에 등록만 해두면 24시간 안전한 매칭이 가능해지게 됐습니다. 판매된 MR은 수익금 정산이 투명하게 이뤄지고, 무엇보다 저작권 증빙이 가능해진 점이 중요합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MR은 완성된 음원이 아니므로 저작권을 인정받으려면 '대중에 공개된 기록',과 '수익목적의 증빙'이 중요하다"며 "기존에는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어 개인 작곡가의 리스크가 컸지만 제이원비츠는 등록 시점에서 공개 및 수익화 의도가 드러나는 것이므로 이런 문제가 해소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이원비츠의 정밀한 음악검색·판매 시스템 인터페이스 [ⓒ 일학교]

또한 작곡가들은 이제 등록만 해두면 일감 중개 및 저작권 보호와 정산까지 자동화되는 셈이라, 사실상 제이원비츠의 프리랜서 작곡가처럼 일하는 듯한 환경이 조성되는데요. 불과 3년 만에 입소문이 퍼져 지금은 국내에서 단일 플랫폼 최대 수준인 2500여명의 작곡가가 제이원비츠에서 활동 중이라고 합니다. 또한 종종 제이원비츠에서 데뷔를 하기도 하다 보니, 신진 작곡가의 등용문이 되기도 하죠.

중소 음원 제작사들도 수백명, 수천곡의 음원을 직접 선별하고 맞춤 수급해야 하는 부담을 훨씬 덜게 되었습니다. 특히 제이원비츠의 세밀한 음원 검색 서비스가 호평을 받는데요. 단순 제목, 작곡가, 장르, 악기, BPM 검색 수준에서 나아가 곡의 '분위기'까지 분류 가능합니다.

분위기란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른 주관적 요소도 데이터화가 가능했던 건, 다양한 입력 및 검증 절차를 통해 구현됐습니다. 분위기에 대한 최초 입력은 작곡가가, 이후는 음원을 들은 사람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분위기 데이터가 확정되죠.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특정 가수가 부르면 어울릴 것 같은 음원' 매칭까지 가능하다 보니, 제작사 입장에선 제작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점도 환영하는 대목입니다. 가령 제작자는 "하이톤 목소리 가수에게 어울리는 밝고 희망적인 느낌의 MR"처럼 자연어 검색으로도 적합한 MR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된 건데요. 일학교는 이 시스템을 향후 AI로 작사, 멜로디 생성 및 음원 제작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밖에도 일학교는 빌보드 차트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MR의 실제 품질을 사전 분류하는 QC(Quality Control, 품질 관리) 작업을 비롯해, 작곡가들은 경력 무관 블라인드 테스트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양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재&조직 잠재력

이처럼 현장 내 실질적인 애로사항 해결에 집중한 플랫폼이 탄생한 건 9년차 작곡가이자 A&R 경험이 풍부한 김 대표를 비롯한 핵심멤버들이 실제 현장의 전문가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핵심멤버 대부분이 주요 매체에서 힙합 콘텐츠 기획 경험이 많은 사람, 딩고메이커스 PD 출신 디렉터, 플로뮤직 출신 디렉터 등 관련 음악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젊은 인재들로 이뤄져 있어 감각과 노하우, 네트워크의 삼박자가 고루 맞아떨어지는 팀이기도 합니다.

(왼쪽부터) 황지우 디렉터, 황지우 디렉터, 래퍼 코르캐쉬, 박지석 COO

김 대표는 "우리는 무한대로 확장 가능한 팀"이라며 개발 및 사업의 상근 직원 외에도 제작 파트의 많은 프리랜서 풀을 바탕으로 적재적소 컨셉에 맞는 작업이 이뤄지고,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우리 프로젝트에 발벗고 도와주는 이들도 정말 많다"고 말했는데요. 이 덕분에 동시다발적인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하며 콘텐츠도 직접 제작하므로 많은 레이블과 기획사가 일학교와 일하는 걸 좋아한다고 합니다. 인맥과 평판, 실력을 두루 갖춰 지속성 있는 성장 잠재력을 만들어낸 셈이죠.

주요 성과 및 관전 포인트

무엇보다 창업 3년여 만에 거둔 비즈니스 성과와 잠재력을 주목할 만합니다. 아직 큰 볼륨은 아니지만 2023년 매출이 2022년 대비 3.7배 급성장했으며, 플랫폼 내 음원거래 외에도 ▲공연·파티 ▲앨범판매 ▲음악교육 ▲영상·뮤직비디오 ▲굿즈 ▲NFT 판매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함께 진행 중인데요. 놀라운 건 대부분의 마진률이 평균 80%, 최대 92%에 달하는 등 굉장히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현재까지 제작한 5개의 메이저급 음원의 유튜브 도합 조회수는 300만회, 일간차트1위, 메이저기획사 계약 등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고요. 게다가 기존 고객사의 재거래율도 84%에 달해, 향후 시장 점유율 추가 확대에 따른 매출과 이익 볼륨의 급성장도 충분히 기대해 볼만한 상황입니다. 이미 SM엔터테인먼트 같은 대형기획사와도 비즈니스 PoC(개념실증)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점도 이들의 성공 가능성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죠.

끝으로 김 대표는 "제이원비츠는 어느덧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작곡가를 보유한 일종의 '레이블'이 됐다"며 "디지털 플랫폼으로 온라인 작업이 가능한 솔루션도 지녔고, 이제는 어떤 아티스트든 함께 일하며 음악을 만들고 싶은 플랫폼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내 음원을 차트-인(Chart-in)할 가장 좋은 방법'이란 우리 슬로건처럼 제이원비츠를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란 포부를 전했습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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