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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흥행참패' 케이뱅크… 시급한건 '본질적 기업 가치' 제고 [DD인사이트]

권유승 기자
케이뱅크 본사 전경. ⓒ케이뱅크
케이뱅크 본사 전경. ⓒ케이뱅크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기업공개(IPO) 재수생인 케이뱅크가 또 다시 상장을 연기하면서 앞으로는 더 이상 상장을 계획하지 않는 '상장 철회' 관측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물론 케이뱅크는 내년 초 상장 절차에 다시 돌입한다는 입장이지만, 수요예측부터 흥행에 참패했던 케이뱅크의 본질적인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히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잇달은 '상장 미루기'에 케이뱅크의 표면적인 기업가치 또한 훼손되고 있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가운데, 이는 추후 세 번째 도전에 나설 IPO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본질적인 경쟁력부터 재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오는 30일로 계획했던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수요예측 결과 총 공모주식이 8200만주에 달하는 현재 공모구조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장 과정에서 받은 기관투자자의 의견과 수요예측 반응을 토대로 공모구조 등을 개선해 내년 초 다시 상장 작업을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케이뱅크의 상장 연기 소식을 두고 시장에선 "예견된 결과"였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간 상장에 나서는 케이뱅크 앞에는 ▲과도한 업비트 의존도 ▲거품 낀 실적 ▲기업가치 고평가 등의 잡음이 일었던 만큼, 본질적인 경쟁력부터 해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선 "이런 형태로 케이뱅크가 IPO에 성공을 한다면, 이는 잠재적 위험 행위이고 사실상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라며 "은행이 정상화 된 이후에 IPO를 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케이뱅크의 이번 상장 연기는 지난 16일 마무리 된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흥행을 보였기 때문이란 게 금융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시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다수 기관투자자들은 케이뱅크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 범위(9500~1만2000원 수준)의 하단 가격 또는 그 미만의 가격에 주문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예 수요예측에 참여조차 하지 않은 기관들도 여럿 있었다는 후문이다.

케이뱅크가 IPO에 있어 흥행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는 우선 '업비트 리스크'가 꼽힌다.

케이뱅크는 가상자산사업자 이용자 예치금 비중이 다른 은행들 대비 압도적인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케이뱅크의 수익성에 불안정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즉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될 경우 급격한 자금유출이 불가피 할 수 있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른 이자 부담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다.

이에 "업비트와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고 강조하고 나선 케이뱅크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업비트 관련 이런저런 우려들에 대해 해명하고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지는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적 거품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케이뱅크는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증시 입성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이 같은 실적의 상당 부분이 주택담보대출에 힘입은 결과라는 점에서 "실적에 거품이 껴 있는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의 대환대출 인프라 시행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주담대를 통해 외형과 수익성을 적지 않게 끌어 올렸다는 것.

확실한 담보물을 전제로 한 대출인 주담대는 은행 입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작용하는데, 향후 가계대출 조이기 기조 속 이 같은 수익성을 더이상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케이뱅크는 중소기업(SME)대출 등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나섰다. 하지만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이 같은 전략은 케이뱅크의 자산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자충수로 전락할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케이뱅크의 기업 가치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끊이질 않았다.

케이뱅크는 공모가 희망밴드를 산정할 당시 PBR(주가순자산비율)을 과도하게 높게 책정했다는 지적이 일곤 했다. 외형적으로 앞서 있는 비교기업인 경쟁사 카카오뱅크와 비교해도 PBR이 너무 높다는 것. 아울러 각종 불확실성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기업가치는 더욱 낮을 것이란 지적이다.

상황 이렇다보니 내년 초 돌입한다는 케이뱅크의 상장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개월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과연 경쟁력을 얼마나 높일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에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케이뱅크는 내년 2월까지 상장예심 승인 효력이 유지된다.

특히 케이뱅크가 이번에 IPO를 미루게 된 것은 증시 부진 등 외부 환경에 의한 것이 아닌 본질적인 경쟁력 자체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상장 연기보다는 상장 철회를 점치는 이들도 늘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코스피 상장을 추진했지만, 증시 부진 등의 여파로 IPO를 철회한 이력이 있다.

다만 케이뱅크측은 이번 상장철회 전망에 대해선 일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공모구조 등을 개선해 조속히 다시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상장 과정에서 올바른 기업가치를 인정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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