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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성수기' 온 삼성전기·LG이노텍…탈출구로 떠오른 AI

고성현 기자
삼성전기 베트남 생산법인 [ⓒ삼성전기]
삼성전기 베트남 생산법인 [ⓒ삼성전기]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국내 양대 전자부품사인 삼성전기, LG이노텍이 하반기 성수기 돌입에도 예상을 밑도는 3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지는 경기침체와 수요 심리 부진에 따라 IT제품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3분기 연결기준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조6436억원, 영업이익 2362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9% 늘고 영업이익도 28.3%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대비 기저효과로 실적이 상승할 것이란 기조가 유지됐지만,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지난 3개월 전(2640억원) 대비 줄면서 기대치가 낮아지는 모습이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최근 주요 전방산업인 스마트폰, PC 등 IT세트 수요가 부진했다. 지속적으로 부진한 판매를 기록하던 스마트폰 전략 고객사뿐 아니라 최근 북미 업체의 신제품 판매도 예상보다 약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2025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IT 판매 둔화가 이어질 수 있어 MLCC 업황도 당초 기대보다 회복이 더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기대했던 소비자 IT 제품 수요 반등이 요원한 가운데, 이러한 침체 영향이 올해를 넘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1370원대를 유지했던 원·달러 환율이 9월 말 기준 1330원대로 내려앉으면서 환손실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예상되고 있다.

LG이노텍 구미 공장. [ⓒLG이노텍]
LG이노텍 구미 공장. [ⓒLG이노텍]

LG이노텍은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신제품 판매량 둔화에 따른 여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LG이노텍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5조1833억원, 영업이익 2618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1%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42.7% 증가한 수치다. LG이노텍 역시 2900~3000억원대였던 영업이익 추정치가 실적 발표일이 가까워지면서 점점 낮춰지는 상황이다.

이규하 연구원은 "기대와는 달리 북미 스마트폰 업체의 신제품 초기 반응이 예상보다 부진하다. 아직 정확한 판매량이 집계되진 않았으나 고가 라인업 판매량이 약세"라며 "이를 고려해 북미 세트업체의 2024년과 2025년 스마트폰 판매량을 기존 대비 각각 5.6%, 4.3% 낮추고 동사 영업이익도 2024년과 2025년 각각 24.3%, 24.8% 하향한다"고 전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리포트를 통해 "3분기 (LG이노텍의) 연결 매출액(5.2조원)과 영업이익(2414억원)은 컨센서스를 각각 -1%, -15% 하회할 전망"이라며 "고객사 수요 부진보다는 원재료 매입 시점(7월)과 매출인식(9월) 시점의 환율차이로 인해 판가는 낮아지고, 원가율은 높아진 영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전작 대비 감소한 리드타임으로 인해 아이폰16 수요 부진에 대한 우려가 확산 중"이라며 "당사 또한 기대보다 낮은 초기 수요를 반영해, 2024년 신제품 출하량을 기존 대비 약 -5.6% 하향한 7,600만대 수준으로 전망하고, 동사의 2024년 엉업이익 전망치를 -10.9% 하향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부정적 실적 전망에도 양사의 장기적 성장 기대감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설비투자 확대에 따라 네트워크·서버용 반도체 기판 수요가 증가하는 데다, 온디바이스AI가 적용되는 기기가 확대돼 관련 수혜가 예상되고 있어서다.

현재 수요가 부진한 전기차 시장이 다시금 반등할 경우 관련 부품 증가 추세도 확대될 전망이다. 차량의 전동화에 따라 고부가 기판·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의 탑재가 늘어나는 만큼, 이를 생산하는 양사에게도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삼성전기는 퀄컴의 차량용·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사업에 따라 MLCC, FC-BGA의 매출 확대가 예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자업계의 실적이 AI 인프라 투자에 좌우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이를 적용할 수 있는 기판 물량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과제가 될 것"이라며 "스마트폰 내 AI 채용률에 따른 부품 증가 및 가격 상승도 실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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