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밸류업' 올인 KB금융… 그러나 주가에 가려진 위험한 징후들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앞으로도 KB의 주주환원은 업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며, 총주주환원율 또한 업계 최고의 지위를 유지할 것입니다."
KB금융지주가 지난 24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파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주목을 끌고 있다.
마치 지난 9월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탈락을 절치부심으로 만회하기 위해 기다렸다는 듯, 시장의 기대를 뛰어 넘는 '초강력'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해외 출장 중인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직접 얼굴까지 내비치며 공개한 이번 밸류업 계획은 "내년부터 보통주자본비율(CET1) 13%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CET1은 금융사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증권가에선 KB금융의 CET1이 연말까지 13.85%로 유지될 경우 경우 약 2조9000억원의 주주환원이 가능할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일단 KB금융의 전략은 성공한 듯 하다.
KB금융의 이 같은 주주환원 계획이 차질없이 실행될 수 있을런진 몰라도, KB금융의 주가는 지난 25일 장중 10만3900원까지 치솟으며 회사 설립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현재 KB금융의 주가는 적지 않은 변동폭을 보이고 있지만, 꺼져가는 밸류업 불씨를 되살렸다는 점에선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인 분위기다.
앞서 실적발표회에서 양 회장은 "KB는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전부터 업계 최초로 자사주 매입 소각을 실시했고, 총액 기준 분기 균등 배당을 시행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진심을 다해 왔다"며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런데 주가 부양을 위한 이같은 밸류업 계획과는 별개로, KB금융 곳곳에서 새어나오는 빈틈 또한 도드라져 보인다.
외형적인 확장에 비해 부실채권 등 자산건전성을 크게 개선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특히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각종 금융사고가 지속적으로 드러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를 전폭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우선 KB금융의 지난 9월 고정이하여신(NPL)은 3개월만에 385억원 증가했으며, 지난해 말 대비 무려 6227억원 늘었다. 여기에 국민은행의 연체율도 지난달 기준 6개월 만에 0.03%p 상승했다. 같은 기간 NPL비율 역시 0.04%p 높아졌다.
흔들리는 내부 기강도 문제다. 올들어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100억원 이상 배임사고만 3건, 최근엔 증권사들부터 골프접대까지 받은 직원까지 밝혀져 금융권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또한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판매금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아직까지도 관련 손실 배상 동의를 완전히 마치지 않았다. 이에 따른 '불완전판매' 등의 쟁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해외 법인도 여전히 우환거리다.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현 KB뱅크)은 2018년 지분투자 이후 지금까지 약 3조1000억원 가량을 수혈 받았음에도 올 6월말까지 약 1조5000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IT혁신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앞당기려 했지만 지난 1년간 1000억원을 쏟아부은 차세대전산시스템(NGBS) 프로젝트는 당초 오픈 일정을 지키지 못하고, 주사업자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연기된 상태다.
KB금융측은 최근 부코핀은행이 3억 달러 규모 글로벌본드(선순위 달러표시채권) 발행에 성공함으로써 재무적 리스크를 해소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앞에 놓은 난관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KB금융의 밸류업 발표가 있었던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 종합감사에선 KB국민은행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국민은행이 무성의한 답변을 보이며 홍콩 ELS 피해자들의 분노를 돋구기도 했다.
종합적으로보면, KB금융 앞에 놓은 불편하고 위험한 지표들을 애써 외면하면서 주가관리를 위해 지나치게 밸류업에만 몰입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국감에선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양종희 회장이 직접 영상에 나와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던 지극한(?) 정성처럼, 현재 KB금융이 마주하고 있는 불편한 현안들에도 진솔한 자세로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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