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국민은행, 차세대 IT프로젝트 총체적 난맥… ‘탈 IBM’ 숙원 무산 위기
-‘코어뱅킹현대화’ 2단계 사업 결과 부진, 후속 3단계 일정 불확실성 커져
-3단계 사업, 기존 ‘IBM 메인프레임 체계’ 유지하면서 진행하는 것으로 수정될 가능성도
-" 차세대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KB금융 내부 거버넌스 문제 노출" 후문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KB국민은행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전산시스템(NGBS) 사업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년간 ‘코어뱅킹 현대화’(Core Banking Modernization)라는 이름으로 차세대전산시스템을 추진해왔는데, 2단계 사업 결과의 부진과 KB금융 내부 거버넌스 문제에 휘말리며 총체적인 난맥 상황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국민은행이 IBM 메인프레임 기반의 주전산시스템 중심에서 탈피하려했던 계획도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 3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민은행의 ‘코어뱅킹 현대화’ 프로젝트는 전임 윤종규 회장에 이어 현재 양종희 회장으로 이어지는 KB금융그룹 차원의 핵심 IT 과제였다는 점에서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책임론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금융계와 관련 IT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7월말까지 1년여간 진행해온 ‘코어뱅킹 현대화’ 2단계 사업에 대한 내부 보고서를 지난 8월 중순 내놓았다.
그러나 총 200개의 체크리스트로 구성된 2단계 사업 보고서 평가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옴에 따라 3단계 사업 추진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당초 국민은행은 시범사업 성격의 2단계 사업을 기반으로, 올 하반기부터 늦어도 오는 2027년 7월 이전까지 x86기반에서 가동되는 새로운 코어뱅킹 체제를 구현하는 3단계 차세대전산시스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즉,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현재의 IBM 메인프레임 기반의 주전산시스템 체계는 점진적으로 퇴장되는 수순을 밟게될 예정이었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해 초, 이같은 내용의 2단계 사업을 위해 테크그룹내 ‘코어넥스트’(Core Next)조직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아울러 영국의 소트머신(Thouhgt Machine)사를 코어뱅킹 솔루션사로 선정하고, 이 회사의 클라우드 기반 코어뱅킹패키지인 ‘볼트코어(Vault Core)’를 기반으로 새로운 코어뱅킹시스템을 개발하는 2단계 사업을 진행해왔다.
2단계 사업을 통해, 국민은행은 기존 IBM 메인프레임 기반에서 돌아가는 코어뱅킹 업무중 일부를 x86기반 ‘볼트코어’ 코어뱅킹 환경으로 옮겨 운영하는 ‘병행 운영’ 방식을 모색해왔다.
‘볼트코어’ 패키지는 국내에선 처음이지만 영국의 로이드은행(2018년)과 미국의 JPMC(JP모건체이스, 2022년) 등 대형 은행의 디지털뱅킹 전용으로 채택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이번 2단계 사업 결과물이 부정적으로 제시됨에 따라, 최종적인 ‘코어뱅킹현대화’ 3단계 사업의 추진 일정이 현재로선 불확실해졌으며, 만약 추진된다면 핵심 내용이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즉, 국민은행이 IBM과 맺고있는 장비구매 할인 계약인 OIO계약 일정(추가 연장시 최종 2027년7월)을 고려할 때, 어쩔 수 없이 현재의 IBM 메인프레임을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3단계 사업이 수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당초 국민은행이 프로젝트 구상시 계획했던 ‘탈 IBM 메인프레임’ 전략과는 전혀 동떨어진 결과가 된다는 점에서 '용두사미'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한편 코어뱅킹현대화 2단계 사업 성과가 부진한 원인과 배경을 둘러싸고 견해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볼트코어’ 패키지가 국내 금융 환경에 처음 도입되는만큼 표면적으론 기술적, 기능적인 이식이 순탄치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이와는 별개로 KB금융 내부의 고질적인 거버넌스 문제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KB금융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 KB금융지주를 포함한 최고 의사결정 라인 일부에서 ‘코어뱅킹 현대화’ 사업 자체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보고됐다”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와 관련한 핵심 의사결정 라인이 배제되는 등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5월께, KB금융은 지주사(IT‧디지털부문)와 국민은행 IT부서 실무진으로 꾸려진 참관단이 로이드은행과 JPMC 두 은행을 직접 방문해 벤치마킹한 바 있는데, 이 사안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후 KB금융 내에서 논란이 커지자 지난해 8~9월께 당시 윤종규 회장이 ‘코어뱅킹 현대화’프로젝트와 관련한 KB금융지주‧국민은행 조직내 의사결정자들을 2차례에 걸쳐 소집했고, 갑론을박끝에 원안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1월 양종희 회장 취임 이후, 프로젝트 추진 기조는 그대로 유지됐지만 결과적으로 사업이 전폭적인 탄력을 받지못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은행 CIO(최고정보화임원) 출신의 한 관계자는 “차세대전산 프로젝트 같은 큰 사업을 추진하려면 명쾌한 의사결정과 조직간의 단합된 의지와 열정이 전제돼야한다”며 “그러나 이처럼 내부 거버넌스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솔루션을 가져온다하더라도 결과물이 결코 좋게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국민은행 IT조직 안에서도 ‘IBM 메인프레임’지지 세력과 유닉스, x86 등 오픈 환경을 지지하는 세력간의 해묵은 갈등도 2단계 사업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참고로, <디지털데일리>는 지난 9월 KB국민은행측에 ‘코어뱅킹현대화 2단계 사업 보고서 결과와 그에 따른 3단계 사업 추진 계획’ 여부를 질의했으나, 은행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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