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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美대선] 트럼프 당선에 반도체 업계도 '시선 집중'…높아지는 불확실성

고성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 당선인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 당선인 [ⓒAFP=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으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 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왔던 반도체 관련 정책 국면이 완전히 뒤집힐 수 있는 데다, 중국 및 우호국 간 관계 내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어 불확실성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 이상을 확보하면서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번 선거 분수령으로 지목된 펜실베이니아주를 비롯한 주요 경합주의 표를 끌어모은 결과다.

이번 결과로 국내 반도체 업계는 글로벌 시황에 대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구체적인 반도체 공약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그가 내놓은 발언과 기조를 미뤄 짐작했을 때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관계, 미국과 우호국 간 관계 등의 변화 및 재정립이 이뤄질 것이 유력해서다.

◆"아주 나쁜 정책" 언급한 트럼프, 관세 부여·칩스법 보조금 축소가 관건

트럼프 당선에 따라 가장 큰 압박으로 여겨지는 요소는 관세 정책과 현지 보조금 지원의 축소다. 그는 선거 유세 등에서 모든 국가 수입품에 보편관세 10%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최고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후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상대국인 우리나라에 보편적 관세 10~20%포인트(p)를 부과한다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152억~304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글로벌 관세정책의 변화에 따라 중간재 등을 포함한 총수출액은 최대 448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산업 내 반도체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이에 따른 대미 수출액 손해가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반도체 칩 지원 및 과학법(CHIPS Act, 이하 칩스법)의 백지화 유무도 우려되는 대목 중 하나다. 칩스법은 2022년 8월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내 기술 우위, 공급망 구축 등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 법이다.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 등 총 527억달러를 5년 동안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함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25%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과학 연구 증진에 2000억달러를 투입하는 내용도 담겼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25일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단 10센트의 보조금을 줄 필요가 없다. 관세를 높게 매기면 해외 기업들이 돈 없이도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이는 기존의 반도체 보조금을 백지화하고, 해외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높여 자국 내 공장 투자의 필요성을 촉진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이러한 미국 정부의 지원법에 따라 반도체 공장 투자를 일찌감치 공식화한 상황이다. 대만 TSMC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2개 공장을 지으며 미국 상무부로부터 총 116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받기로 했고, 인텔은 85억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삼성전자 역시 텍사스 테일러 공장 건설로 64억달러의 보조금을 받으며,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에 패키징 공장을 투자해 4억50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받기로 했다. 만약 보조금 백지화가 이뤄질 경우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국내 기업은 커다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칩스법에 대한 트럼프 측의 발언을 정치적 '쇼잉'일 가능성을 높게 봤다. 경쟁자인 해리스 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언급했을 가능성이 크고, 백지화를 위한 절차가 까다로워 실제로 폐기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다만 보조금 축소를 위한 재협상 등과 같은 방안으로 국내외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고 봤다.

관세 적용 가능성 역시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부문 내 관세를 적용하려면 WTO 정보기술협정에 따라 전세계에 무관세로 수출 적용되는 점을 무력화해야 하는 데다, 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하는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아서다. 다만 이전 집권 당시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셀 및 모듈에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하고 FTA 개정 협상을 요구한 바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 시안 공장 전경 [ⓒ삼성전자]

◆美中 갈등 사이 등 터질라…불확실성·수출 및 생산 부담 가중

갈등이 심화될 수 있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관계도 국내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중국 견제 조치보다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국내 기업의 대중 수출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이 반도체 칩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등의 주요 수출국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파장이 있을 수 있다.

트럼프가 대만, 한국 등 우호국 등이 강경한 발언을 잇고 있는 점도 지켜볼 대목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향한 제재 조치를 강화하면서도 우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편에 속했다면, 트럼프의 경우 이러한 입장을 토대로 자국 중심 이익 요구나 불리한 조건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대만 TSMC를 향해"우리 사업의 95%를 훔쳐 대만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TSMC가 미국에서 돈을 쓰도록 해야한다"며 우호국 기업에 압박 기조를 취한 바 있다.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공장에 대한 압박이 시작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양사는 미국 상무부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정에 따라 예외적으로 첨단 장비 반입을 허용받았으나, 트럼프 당선 이후부터는 관련 지정이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시안에서 전체 낸드의 40%를,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 공장에서 D램 40%, 낸드 20%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러 우려점이 있으나 중국의 첨단 및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규제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며 "다만 과거 트럼프 정부가 거래를 중점으로 중국과의 관계의 변동성을 만들어낸 이력이 있어, 이에 대한 방향성을 얼마나 빨리 파악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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