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 거취 여부 촉각… '1300억원 금융사고' 딛고 임기 이어갈까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연말 금융권 인사 시즌이 다가오자 신한금융지주의 인사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신한금융은 은행이 아닌 증권 CEO의 거취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최근 신한투자증권에서 1300억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던 만큼,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가 임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김 대표에게 사고 책임을 온전히 묻는 것은 과도하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또 금융사고를 제외하면 신한투자증권의 실적이 준수하기때문에 내년까지 무난하게 신한투자증권을 이끌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계열사 14곳 중 12곳의 CEO 임기가 올해 말부로 끝난다.
12월 31일자로 CEO의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신한캐피탈, 신한저축은행, 신한리츠운용, 신한벤처투자, 신한EZ손해보험, 신한자산신탁, 신한DS, 신한펀드파트너스 총 11곳이다.
박우혁 제주은행 대표의 경우 내년 3월 21일에 임기가 종료되지만 올해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가 진행하는 승계 절차 프로세스에 이름을 올렸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와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는 내년 12월 31일 임기가 끝나 올해 인사 검증 대상에서는 당연히 제외됐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 연말 연사에 있어 가장 주목받는 곳이 다름 아닌 대표의 1년 임기가 더 남아있는 신한투자증권이라는 점이다. 다른 금융지주들의 경우, 은행 CEO의 연임 여부에 설왕설래가 오가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직접적으론 최근 신한투자증권에서 1300억원 대 금융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월 신한투자증권은 상장지수펀드(ETF) LP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1357억원 규모의 운용 손실을 냈다는 사실을 공시했다.
앞서 8월 LP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선물옵션부에서 A 직원은 본래의 목적과 배치된 장내 선물 매매를 진행했으며, 이날 시장이 급락하자 대규모 매매 손실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내년까지 임기가 보장된 김 대표가 도중에 사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내부통제 부실이 드러난 계열사에 인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진 회장은 작년 3월 취임사를 통해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찰과 조직 전반에 흐르는 내부통제 실천은 단순히 프로세스 일부가 아닌 회사가 존재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해당 금융사고와 관련해 칼을 갈고 있는 점 역시 김 대표의 거취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검사2국은 지난달 14일부터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검사가 연장됐으며, 아직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이번 주 내 검사를 마무리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금은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기간이기에 김 대표를 직접적으로 처벌하진 않을 것 같다"면서도 "금감원이 최소 신한투자증권에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를 내릴 가능성은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인사권은 전적으로 금융지주에게 있지만 지주 또한 금융당국의 판단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으로는 김 대표가 내년까지 무난하게 임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른 사례들과 달리 해당 금융사고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본 피해자가 없어서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3분기에 1357억원 규모의 손실을 비용 처리했을 뿐이었다. 이에 3분기만 놓고 봤을 땐 16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금융사고로 인한 손실을 제외하면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꽤나 선방한 편이다.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신한투자증권의 순이익은 2234억원을 기록했으나 올해 3분기엔 1904억원으로 집계돼 14.8%(330억원) 감소했다. 금융사고가 없었다면 김 대표가 무난하게 신한투자증권을 이끌었다는 평을 들었을 대목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물론 이번 사고가 내부통제 실패 사례 중 하나일 순 있지만 피해자도 존재하지 않는데 모든 것을 김 대표의 책임으로 돌릴 순 없다"며 "실적도 꽤 선방한 만큼, 내년까지는 임기를 보장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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