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양종희 號' 1년 -上] 실적 무난했지만 내부통제 문제 심각… 빛바랜 성적표
KB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산업에서 명실상부한 '리딩금융'의 자리에 위치해 있다. 외형(실적) 뿐만 아니라 주주환원을 위한 '밸류업'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11월21일, 양종희 회장은 KB금융의 새 CEO로서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 1년간, KB금융을 이끈 '양종희 호(號)'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과연 그는 전임 윤종규 회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KB금융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실적과 리더십 등을 중심으로 2회에 걸쳐 분석해본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지난해 11월21일, 양종희 회장이 KB금융의 새 CEO로 임기를 공식 시작한 날 KB금융지주의 주가는 5만4100원이었다.
주가가 기업의 능력치를 모두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로부터 약 1년뒤 KB금융의 주가는 8만9600원(15일 종가기준)으로 마감했다.
올해 상반기 정부의 강력한 밸류업 드라이브 정책 수혜를 받으며 주가는 1년새 65.6%나 급등했다. 올해 연중 최고치였던 지난 10월25일 종가(10만1000원)과 비교하면 상승율은 무려 86%다.
주가 뿐만 아니라 경영 실적도 괜찮았다.
올해 3분기까지 KB금융은 4조369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함으로써 국내 5대 금융중 리딩금융의 위치를 굳건히 했다. 작년 4조3520억원과 견줘 0.4%(179억원) 소폭 늘어났지만 올해 1분기 '홍콩 ELS 사태'로 인해 862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던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실적 내용도 긍정적이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KB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58.1%로 집계됐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 64.5%와 비교해 6.4%포인트(p) 개선됐다.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 의존도는 감소한 반면 그룹내 보험·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이 좋아졌다는 의미다. 은행 이자수익에만 매달리지 않는 다양한 수익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KB손보 대표를 역임한 바 있는 양 회장은 KB금융내 '비은행장' 출신이란 점에서 상당히 주목을 받았다. 이같은 KB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와 실적 개선은 그가 '비은행'에서 강점을 가진 전문가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는 뒤짚어 생각하면, KB금융 그룹의 위상의 맞지않게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가 리딩뱅크의 위엄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은행 순위만 따로 따졌을때, 국민은행(2조6179억원)은 신한은행(3조1028억원) 뿐만 아니라 하나은행(2조7808억원)에도 뒤진 3위에 그쳤다.
더 들여다보면, 화려함뒤에 가려져있는 KB금융의 고민은 이 뿐만 아니다.
실제로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것은 KB금융 내부의 혁신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각종 '내부통제' 문제로 올 상반기 우리은행·농협은행 만큼 불편한 주목을 받았고, 금융감독원도 최근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정기감사를 진행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에서만 모두 11건의 금융사고가 일어나 같은 기간 농협은행(10건), 하나은행(7건), 우리은행(2건), 신한은행(2건)보다 많았다.
"충당금을 실적에 다 반영했다"고 다 끝난듯 말하지만 '홍콩 ELS 사태' 역시 여전히 KB금융에겐 큰 부담이다. 아직 손실을 본 투자자와 자율배상 합의가 안 된 건이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결국 소송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홍콩ELS 사태에 있어, KB금융에게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있다.
즉, 홍콩ELS 사태의 보다 직접적인 원인이 된 '불완전판매'와 같은 심각한 내부통제 문제에 대해 KB금융 스스로의 개선 의지와 해법이 있느냐의 문제다. 이는 '양종희 호'가 앞으로 해법을 찾아야할 중차대한 과제로 남겨졌다.
KB금융은 올해 해외 부문에서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은 3379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른 은행들이 모두 흑자를 보일 동안 국민은행만 유일하게 122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이는 국민은행이 출자해 1대주주로 있는 인도네시아 KB뱅크(구 부코핀은행) 때문인데, 이 은행의 부실화와 차세대 IT 실패 논란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거센 질타를 받았다.
올 상반기 KB뱅크는 1515억원 가량 순손실을 보여 반년 만에 적자폭이 대폭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8년 이후 현재까지 KB뱅크에 약 3조1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그러나 여전히 1조5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기때문에 KB금융의 실적을 악영향을 미치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대체적으로 양 회장이 금융권에서 가장 고른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호실적을 이끈 건 맞기에 이는 잘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치권과 당국에서 KB뱅크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고, 아직 홍콩 ELS 문제도 끝나지 않았다"며 "내부통제에 관한 건 양 회장 입장에서도 할 말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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