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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양종희 號' 1년 - 下] 밸류업에선 소기의 성과… '선굵은 리더십' 부재, 아쉬움

권유승 기자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10월24일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KB금융 IR 영상 갈무리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10월24일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KB금융 IR 영상 갈무리

KB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산업에서 명실상부한 '리딩금융'의 자리에 위치해 있다. 외형(실적) 뿐만 아니라 주주환원을 위한 '밸류업'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11월21일, 양종희 회장은 KB금융의 새 CEO로서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 1년간, KB금융을 이끈 '양종희 호(號)'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과연 그는 전임 윤종규 회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KB금융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실적과 리더십 등을 중심으로 2회에 걸쳐 분석해본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리더십',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끌어 가는 지도자로서의 능력으로 정의된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리더십에 있어선 전임 윤종규 회장과는 사뭇 결이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는 게 지난 1년간 그를 관찰해 온 대체적인 금융권의 평가다.

윤 전 회장이 공격적인 대외 활동과 메시지를 활발하게 내는 스타일이었다면 양 회장은 비교적 드러나지 않게 핵심과 본질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여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쟁점이나 사안에 대해 직접 발 벗고 나서기 보다는 조용히 실리를 추구하는 '책사형 CEO'에 가깝다는 것.

대표적으로 , 논쟁적인 사안이 많았던 국정 감사를 우회하고 대신 주주환원과 주가 부양을 위한 밸류업에 집중했던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의 행보를 들 수 있다.

또한 서슬퍼런 금융 당국과의 대립각도 보이지 않고 KB금융은 군말 없이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상보다 고강도로 진행되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정기감사에서도 특별한 뒷말이 없었다.

우리금융이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법인대출 건으로 초반에 금융 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다 이후 이복현 금감원장에게 직격탄을 맞고 꼬리를 내린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국회방송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국회방송

◆홍콩ELS사태, 내부통제 실패 논란 뒤로하고 KB금융 주가 70% 끌어올려…'책사형 CEO' 평가

양 회장의 지난 1년간을 평가할때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밸류업(Value-up, 기업가치제고)을 꼽을 수 있다. 홍콩ELS 사태의 뒷수습과 국민은행 내부통제 실패 논란을 뒤로하고 밸류업을 통해 '실무형 CEO'로서의 장점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양 회장은 지난 10월24일 열린 IR 영상에 직접 나와 밸류업 방안을 발표했다.

KB금융의 주주환원 정책은 올 연말 CET1비율 13%가 넘는 잉여자본은 내년 1차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내년 연중 13.5%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은 하반기 자사주·매입 소각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양 회장은 "KB의 주주 환원은 업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며, 총주주 환원일 또한 업계 최고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KB금융의 밸류업 계획은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같은 달 25일 논평을 내고 "KB금융의 밸류업 계획 난이도를 감안할 때, 9월24일 코리아 밸류업지수에서 KB를 제외시킨 거래소는 오히려 KB에게서 밸류업 기본을 배워야 할 것 같다"고 호평을 날렸다.

KB금융의 주가도 크게 올랐다. KB금융의 주가는 양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11월21일 이후 1년새 70%가량 급등했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 9만1500원으로 양 회장 취임 날짜 대비 약 69.1% 상승했다. 밸류업 계획 발표 하루 후인 지난달 25일 KB금융 주가는 10만1000원을 찍으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감 출석 피하기위한 '꼼수 전략' 시각… 종합감사선 회장·은행장 대신 '총알받이' 내세웠단 비판도

- '선굵은 리더십'과 거리국감 정면돌파한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과 대조

그러나 좀 더 넓게 보면, 국내 리딩금융을 이끄는 총수로서 '선 굵은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는 매우 아쉽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다.

지난 10월15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KB국민은행 콜센터 고용 및 안전'이슈와 관련한 증인으로 소환됐던 양 회장은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불출석'은 아니고 '출석 사유의 해소'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 출석이 예정된 하루 전날 KB국민은행이 콜센터 협력업체 및 협력업체 근로자와 '상생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출석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를 두고 '꼼수 전략'이라는 말이 나왔다. 국감출석 의무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랴 부랴 출석 사유를 해소하는 제스쳐를 서둘러 취했다는 시각에서다.

이 뿐만 아니다. 같은 달 24일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도 양 회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국민은행을 대표해 종합감사에 출석한 강남채 KB국민은행 부행장은 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으며 국민은행이 직면한 각종 민감한 이슈에 대응하기에 바빴다.

특히 KB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규모가 타 은행들보다 압도적으로 큰 만큼, 관련 사안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주업무가 아니었던 강 부행장의 답변은 홍콩 ELS 사태 피해자들의 피눈물을 진정 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종합감사에서 홍콩 ELS 사태에 대한 질의가 나올 것이 뻔했기 때문에 도의상 양종희 회장, 혹은 이재근 국민은행장이 나왔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처럼 국감에 대응하는 KB금융의 자세는 우리금융그룹과도 크게 대비됐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0월10일 정무위 금융위원회 대상 국감에 직접 나와 금융사고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죄하는 동시에 파격적인 혁신안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쏟아질 질타를 감수하면서 '정면돌파'의 자세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직접 책임을 지겠다"고 고개를 숙인 임 회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오히려 긍적적으로 전환되는 분위기었다.

사안의 경중을 떠나, 올해 국감에서 양종희 회장과 임종룡 회장이 보여준 리더십의 평가는 상당히 엇갈렸다. KB금융이 실무적으론 영악하게 여러 현안들에 대처했을지는 몰라도 감동을 주는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리‧농협은행 못지 않았던 내부통제 논란… 특단의 대책은 어디에?

또한 KB금융은 각종 내부통제 실패 논란에 대해서도 특단의 대책을 제시하는 등 속 시원한 행보를 보여주는데는 미흡했다.

홍콩 ELS 사태로 불거진 불완전판매 논란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은 우리은행, 농협은행 못지않게 내부통제 관련 문제가 적지 않았는데, 이와 관련 특단의 대책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국민은행이 공시한 바에 따르면, 대구 소재의 한 국민은행 지점에서 2020년 8월 말부터 지난 3월8일까지 취급된 주택담보대출 등 총 111억3800만원의 가계대출에서 대출신청인의 소득이 과다 산정되는 문제가 드러났다.

또 용인의 한 지점에선 동탄의 한 상가 분양자 대상자들에게 272억원 담보대출을 제공할 때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를 실제보다 과도하게 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3월 공시된 104억원 가량의 배임 사고의 경우도 안양의 한 지점이 상가 분양자들을 대상으로 담보 가치를 부풀려 대출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국감에서 김현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KB국민은행의 한 직원이 2021년 1월부터 작년 6월 까지 여러 증권사로부터 15회 이상 골프 접대 등을 받았다고 공개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은 금융감독원이 올해 2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 총 7개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드러났다.

내년초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갈 '책무구조도' 등에서 KB금융이 내부통제 실패 논란을 만회할 만한 고강도 쇄신책을 과연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다.

또 그에 앞서 올 연말 경영진 인사에서 양 회장이 이 문제에 관한 엄격한 신상필벌을 단행하고, 조직개편에도 과감하게 손을댈 것인지도 주목된다.

지난 1년간 출범후 비교적 무난한 경영성과를 이룩한 양종희 회장에게 2025년은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하고, 왜 KB금융이 리딩금융인지 계속 증명해 보여야 할 시기다.

순이자이익 감소, 재무건전성 악화 등 4대 금융지주가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경영환경 속에서 양 회장의 리더십이 과연 긍정적인 결과를 낼 것인지, 아니면 한계를 드러낼 것인지 주목된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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