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고삐 조이는 농협금융… 이석준 회장, 극적으로 기사회생할까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내부통제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사회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 안에 NH윤리자격증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이 극적으로 연임에 성공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올해 농협금융은 발군의 실적을 거뒀지만 각종 금융사고로 얼룩졌다. 이에 내부통제에 있어 허점을 보인다는 세간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농협금융은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개정을 통해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했다.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내부통제위를 설치한 것이다.
앞서 계열사인 NH농협은행과 NH아문디자산운용도 각각 지난 8월과 10월에 내부통제위를 설치한 바 있다.
내부통제위 설치는 지난 7월 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의 일환이다. 내부통제위는 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당국에 제출한 책무구조도를 금융사 임원들이 잘 따르는지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같은 농협금융의 선제적인 조치에 힘입어 나머지 금융지주들도 내부통제위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임종룡 회장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윤리내부통제위원회' 신설을 공언했던 만큼, 내년 상반기 내로 제도 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농협금융은 더 나아가 금융권 최초로 내년 안에 'NH금융 윤리자격증'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NH금융 윤리 인증 합격자에 한해 순회감사자 지원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순회감사자는 은행 업무 경험이 있는 퇴직자가 은행에 다시 채용돼 영업점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즉, 윤리자격증을 따야 순회감사자 업무를 할 수 있는 만큼, 내부통제 담당자의 자격조건이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금융회사에 일하는 직원으로서 국민의 돈을 관리한다는 의식이 강화돼야 한다"며 "그래서 저희가 금융권 최초로 금융 윤리자격증을 도입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주 회장이 언급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실무적으로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농협금융이 내부통제의 고삐를 조이는 데에는 최근 각종 금융사고가 계열사 곳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만 농협은행에서 10건의 횡령 등 금융범죄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시했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같은 기간 32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중 3분의 1이 농협은행인 셈이다.
한편, 이 회장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
이와 같은 내부통제 강화 조치가 거취에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5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내부통제 및 관리책임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대 사고를 낸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그 후로도 금융사고가 줄곧 발생했다.
게다가 통상 중앙회장 교체시기에 농협은 전통적으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원들을 물갈이하곤 했다. 올해 3월 강 회장이 신임 중앙회장으로 취임했기에 이 회장의 거취 여부가 불투명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임기 막판에 내부통제 시스템이 미비한 점을 인정하고 금융권 최초로 내부통제위를 신설한 것과 윤리자격증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점은 연임에 있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농협금융이 올해 3분기까지 2조3151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 또한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안정적으로 지주사를 이끌고 있기에 무리하게 지주 CEO를 교체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 또한 나오는 까닭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농협금융의 경우 롱 리스트를 별도로 발표하진 않기에 함부로 인사 향배를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여전히 연임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최근 노력이 거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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