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DIC2024] 김양팽 산업연구원 "韓 패키징 투자, 경쟁국 대비 적다"…국가 대항전 '점입가경'

고성현 기자
김양팽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전문연구원은 21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FKI 타워 컨퍼런스센터 3층 다이아몬드홀에서 개최된 ‘제2회 DIC(DigitalDaily Industry Conference) 2024’에서 ‘주요국의 반도체 첨단 패키징 육성전략’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전문연구원은 21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FKI 타워 컨퍼런스센터 3층 다이아몬드홀에서 개최된 ‘제2회 DIC(DigitalDaily Industry Conference) 2024’에서 ‘주요국의 반도체 첨단 패키징 육성전략’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첨단 패키징 분야가 향후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게 되면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대만 등 반도체 주요 제조국이 막대한 투자를 지원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항할 국가적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전문연구원은 21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FKI 타워 컨퍼런스센터 3층 다이아몬드홀에서 개최된 ‘제2회 DIC(DigitalDaily Industry Conference) 2024’에서 "기존 반도체 시장에는 주문자표시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의 개념이 없었지만, 어떻게 효율적으로 경쟁할 것인가가 중요해지며 새로운 사업 모델이 떠올랐다"며 "이 발상으로 나온 것이 위탁생산(Foundry) 개념"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원래는 파운드리에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없었지만, 코로나19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전환의 국면을 맞았다.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생기며 미국의 주요 산업인 자동차 생산이 멈추게 된 것"이라며 "그 이후 반도체 제조를 직접 자국에서 진행하겠다는 기업이 수없이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1년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미국 자동차 기업에 비상이 걸리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고, 그 이후 반도체 제조망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는 현상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미국을 시작으로 반도체 생산 공장을 자국에 짓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례가 늘기 시작했고,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이 이에 가담하며 국가 대항전 양상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다만 당시에는 첨단 패키징에 관심도가 비교적 높지 않았다. 그러다 미국이 2022년 발표한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CT, 이하 칩스법) 이후 첨단 패키징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이 (칩스법 발표 이후)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를 설립하겠다고 나섰고, 국가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만 16억달러(한화 약 2조2300억원)를 쏟아붓겠다고 나선 상황"이라고 했다.

또 이러한 전략을 두고 "대만·한국은 생산, 미국은 설계 등으로 분리돼 쇠퇴한 제조업을 끌어올리는 한편,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패키징에 집중 투자해 기존의 구도를 한번에 역전시키겠다는 의미"이라고 해석했다.

팹리스-파운드리의 분화로 잃어버렸던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생산 공장은 물론 주요 기술 확보도 필요하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은 이미 대만과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있어 진입이 어려운 만큼, 이를 대체할 분야로 첨단 패키징 선점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 대만, 중국 등 반도체 주요국들도 관련 투자를 늘려가는 추세다. 일본은 지난 7월 미국의 주요 반도체 소부장 기업이 참여하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연합체 'US-JOINT' 컨소시엄을 발족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 컨소시엄은 양국간 부족한 기술을 보완하는 게 표면적 목적이나, 업계에서는 일본이 미국 빅테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중국도 반도체 전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첨단 패키징 분야로도 발을 뻗고 있다. 2015년 반도체 분야 자금 지원을 시작으로 올해 반도체 펀드 예산을 3440억위안(한화 66조1580억원)으로 확대했으며, 첨단 패키징에 대한 지원 역시 늘렸다. 이밖에 중국 장쑤성 정부는 지난해 9월 향후 3년간 연구, 장비 구매, 반도체 디자인·패키징·생산 등에 연간 최소 5억 위안(약 921억원) 규모의 보조금과 금융 지원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만 역시도 기존에 발달한 파운드리 생태계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첨단 패키징까지 발판을 넓힌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이러한 국가전 추세에 따라 한국 정부도 패키징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쓰며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며 "지난해 8월에는 첨단 패키지 선도 기술 확보를 위한 공동 협력 체제를 구축했고, 올해 초에는 첨단전략산업 초격차 기술 개발 사업을 공모하며 총 394억원의 규모의 사업비를 지원키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지원 규모가 경쟁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김 연구원은 "394억원으로 책정된 사업비는 국내 기준으로는 큰 편이나, 미국의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정확하게 10배 가량 차이가 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금액면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은 아쉬우면서도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첨단 패키징 기술은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따라 산업의 생태계,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분야"라며 "국가는 물론 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같이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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