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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손실난 국민은행, 방카슈랑스로 만회?… '제2의 ELS 사태' 위험성 경고

권유승 기자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KB국민은행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KB국민은행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판매가 중단된 ELS 대신 방카슈랑스(은행 창구 통한 보험판매)에 힘을 기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방카슈랑스의 주 판매상품인 변액보험 등은 중도해지시 원금손실 가능성이 크고 불완전 판매 위험도 높아 소비자의 유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방카슈랑스 수수료는 28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특히 국민은행의 방카슈랑스 수수료가 790억원에서 1090억원으로 약 300억원 증가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265억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190억원, 20억원 증가했다.

이같은 증가세에 힘입어 방카슈랑스 판매 수수료의 절대 금액 역시 국민은행(1090억원)이 4대 은행 중 가장 많았다. 이어 우리은행 730억원, 신한은행 518억원, 하나은행 499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의 방카슈랑스 판매가 크게 증가한 것은 대규모 투자 손실을 일으킨 홍콩 ELS 사태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은행의 ELS 판매가 줄줄이 중단되면서 위축된 비이자 수익 확대를 위해 방카슈랑스 판매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홍콩ELS 사태로 지난해말 'ELS 변액보험' 판매를 중단한 KB라이프생명은 국민은행의 방카슈랑스에 힘입어 지난해 상반기 164억원이었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가 올 상반기 무려 2194억원으로 뛰어 올랐다.

국민은행의 경우 홍콩 ELS 판매 금액은 8조원대로 가장 높았고 이는 시중 은행 중 가장 큰 수치로 올 1분기 관련 충당부채만 8620억원을 상회했다.

◆시황 따라 흔들리는 변액보험…ELS 사태 재탕 될라

문제는 이 같은 방카슈랑스 쏠림 현상이 '제 2의 ELS 사태'를 유발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방카슈랑스에서 주로 판매하는 실적배당형 보험상품인 변액보험은 증시에 따라 가입자들의 손익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장기간 유지하지 못하면 원금 손실 위험성도 있다.

즉 투자실적이 악화하거나 조기 해지할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코로나19로 국내 증시가 무너졌던 2020년 초에는 전체 보험사의 변액보험 펀드 자산이 열흘만에 11조원 가량 증발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변액보험이 원금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려면 7~10년 이상 가입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아울러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계약 이후에도 시장 상황을 고려해 펀드를 변경하는 등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렇다 보니 변액보험은 불완전판매 우려가 큰 상품이다.

변액보험에 가입할 경우 투자성향을 확인하는 적합성 진단을 실시해야 하는데, 이를 형식적으로 거치거나 ‘5년 납입시 원금 보장’ 등의 설명으로 가입을 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원금보다 환급금이 적어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변액보험 관련 민원은 최근 3년간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전체 생명보험 민원 가운데 변액보험 민원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도 여전히 10%대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 방카슈랑스로 주로 판매되는 저축성보험 역시 가입 후 단기간에 해지할 경우 원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가입자들의 유의가 필요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저축상품이 아닌 투자상품으로 봐야하는 만큼 가입자들은 어느 정도 위험에 대해 인식을 해야 한다"며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플랜으로 가입을 유지하면 이자차익은 물론 세제혜택 등을 볼 수 있지만, 단순히 단기 수익 등을 위한 목적으로 가입을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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