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자인 디지털금융②] 금융 클라우드 전환, ‘망분리 완화’가 기폭제 될까?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 기술 혁신이 가파르게 전개되는 가운데, 이러한 분위기에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던 금융권의 디지털전환(DX)이 가속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권이 신기술 도입에 다소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던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인 망분리 제도 완화가 본격 추진되면서다.
망분리는 내부망과 외부망을 분리해 외부 공격에 방어하는 방식으로서 지난 10여년간 금융권의 핵심적인 보안 전략으로 기능해 왔다.
하지만 금융 시장에선 이미 은행·보험·증권·카드 등 분야를 막론하고 비대면 서비스가 대세가 됐고,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사들의 IT 환경도 상당히 복잡해져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각종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전 산업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가상 서버를 빌리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작동되다보니 외부망 접속을 차단해야 하는 망분리와는 도무지 맞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지난 8월 발표한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은 금융권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이 로드맵은 망분리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는 것으로, 우선 금융권의 요구가 많은 SaaS와 생성형 AI 이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이를 위해 금융사가 가명처리된 개인신용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로 특례를 허용하고, 내년 상반기 성과를 검증한 뒤 하반기엔 정규 제도화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소 2025년이면 관련법 개정 절차가 대부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금융사는 문서관리나 인사관리 등 비중요 시스템뿐만 아니라 보안관리나 고객관리 등 중요 시스템을 더 이상 자체 구축만으로 무겁게 사용할 필요 없이 SaaS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생성형 AI 서비스를 활용해 내부 업무생산성 향상을 꾀하거나, AI 기반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고객특화 상품을 개발하기가 더 쉬워져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자연히 클라우드로의 전환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보통 금융권은 자체 서버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온프레미스나 망분리 기반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에 대한 신뢰와 의존이 높아서, 특히나 퍼블릭 클라우드로의 전환은 다소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SaaS와 AI 서비스 특성상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을 더이상 미루기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아직은 기대감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물밑에선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한 금융사들의 움직임이 가파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5월에는 이미 SC제일은행 등 금융업계 11개사가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내부망 이용’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신청해 금융위가 이를 승인한 상태다. 업계에선 일단 좋은 레퍼런스가 한번 탄생하기만 하면, 현재 상황을 관망하던 금융사들도 줄줄이 이 시장에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을 고객으로 하는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나 클라우드 기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기업들도 이를 겨냥해 몸을 풀고 있다. 특히 그동안 망분리 규제에 취약했던 외국계 기업들 위주로 이런 행보가 커지는 눈치다. 최근 세일즈포스·SAP·워크데이 등은 국내 금융권이 상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때 필요한 금융보안원 CSP 안전성 평가를 잇따라 완료하는 등 금융권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처럼 망분리 제도 변화에 따른 국내 금융 시장의 디지털전환이 한단계 진화 곡면을 맞은 가운데, 그만큼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대응전략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오는 12월12일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크리스탈볼룸에서 [제20회] 2025년 전망, 금융IT 이노베이션-“리디자인(Re-Design) 디지털 금융” 행사를 개최한다.
이 날 행사에선 신한은행 황인하 테크그룹장, iM뱅크 이상근 부행장, 토스뱅크 박준하 CTO가 자사의 디지털 리디자인 여정을 소개한다. 또한, 한국IBM, 유아이패스, 한국레드햇, 서비스나우,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등의 오전 발표와 클라우드플레어, 와탭랩스, 제네시스코리아, 안랩, 세일포인트, 리미니스트리트, 토마토시스템, 인젠트, HPE 등 22개의 세션을 통해 디지털 금융 리디자인을 위한 기술 트렌드와 적용 방법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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