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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완 차기 우리은행장에게 주어진 또 다른 중책…'음지의 문화' 쇄신

권유승 기자
정진완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우리은행
정진완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우리은행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차기 우리은행장에 정진완 중소기업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이 낙점되면서 그동안 조병규 행장의 거취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제거됐다.

조 행장이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태로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우리은행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아야한다는 점에서 정 내정자의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후보자는 차기 행장으로서 우리은행이 역점을 두고 진행해왔던 '기업금융 명가 재건'과 함께 조직내 파벌 일소 등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인정한 기업 내 '음지의 문화'를 쇄신하는 데도 주력해야 하는 중책을 떠안게 됐다는 평가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전날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를 개최하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

자추위는 "정진완 후보는 후보군 중 가장 젊은 68년생으로 대내외적으로 좋은 평판을 갖고 있고 전문가 심층 인터뷰, 경영계획 PT 및 심층면접에서도 호평을 받았다"며 "기업문화 혁신 등 조직 쇄신과 기업금융 중심 영업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전했다.

자추위가 밝힌 정 후보자의 선임 배경처럼, 정 후보자 앞에 놓인 중차대한 과제로는 기업문화 혁신 등 조직 쇄신이 낙점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권에 충격을 던진 부당대출 사태에 앞서 그동안 수백억원대의 횡령 사고가 우리은행에서 줄줄이 터진 데에는 내부통제 기능마저 상실시키는 고질적인 '계파 갈등'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0월10일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선 우리은행의 파벌 문화에 대한 지적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기도 했다.

당시 정무위원회 소속 여러 여야 의원들은 "손태승 전 회장 부당대출 건 등 우리은행의 각종 금융사고의 원인은 계파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날 선 시각을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이날 "지금 현재 우리금융의 조직 문화를 보면 특유의 파벌 문화가 있다"며 "그래서 이런 파벌 문화들 때문에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등 부작용이 있다는 이런 지적들이 끊임없이 받아왔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이현승 의원 역시 "이번에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건이 처음 외부에 밝혀진 게 내부자 제보에 의한 것이었고, 또 일부 대출의 경우에는 담당 직원이 대출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윗선의 영향력으로 대출이 실행된 점을 고려한다면 내부의 파벌의 힘이 여전히 강력해서 우리금융 내부의 규정과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무력화되고 있지 않는가 이렇게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종룡 회장도 우리은행의 파벌 문화를 인정했다.

당시 임 회장은 "통합은행의 성격, 그리고 오랫동안 민영화되지 못한 그런 문제들 때문에 분파적이고 소극적인 문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음지의 문화를 없애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우리금융이 바로 설 수가 없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제가 취임한 이후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소통, 교육 윤리 교육 강화 등 이런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의 계파 갈등은 20년 이상 이어진 고질적인 병폐로 금융권내에서는 회자돼왔다. 1998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으로 한빛은행(우리은행의 전신)이 탄생했지만, 순조로운 화학적인 결합은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일은행 출신의 정 은행장 후보 역시 이 같은 기업 문화의 문제점을 가볍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정 후보는 취임 포부로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로 실추된 은행 신뢰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전면적 혁신과 기업문화의 재정비에 우선적 목표를 두겠다"며 "혁신형 조직개편, 성과중심의 인사쇄신을 통해 우리은행만의 핵심 경쟁력을 제고해 신뢰받는 우리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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