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용두사미'로 끝난 KB국민은행의 ‘코어뱅킹 현대화’전략… 여전히 숙제로 남은 ‘혁신성’
- IBM 메인프레임 '잔류'로 전략 변경… '비대면 뱅킹' 전용 코어뱅킹 구축으로 '코어뱅킹 현대화' 계획 마무리할듯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KB국민은행이 결국 3년 가까이 진행해온 ‘코어뱅킹 현대화’(Core Banking Modernization)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전날(1일) 국민은행은 보도자료를 내고, 대량 거래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기존 IBM 메인프레임 기반의 '코어뱅킹1'과, 신규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 최적화된 '코어뱅킹2'로 이원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은행측은 “안정적인 금융거래와 디지털 혁신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민은행은 IBM 메인프레임 기반 '코어뱅킹1'은 2030년까지 완전 전환하고, '코어뱅킹2'는 타 업무와 연계성이 낮은 업무부터 시작해 비대면 뱅킹의 핵심부문까지 클라우드로 전환이 이뤄질 것이란 설명이다.
또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IBM과 2025년 7월 만료 예정인 메인프레임 계약(OIO계약)을 2030년까지 갱신한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2025년 상반기부터는 새로운 메인프레임 환경을 도입해 신기술 활용도를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코어뱅킹 이원화’를 골자로 한 국민은행의 ‘코어뱅킹 현대화’ 전략은 당초 2022년, 당시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그렸던 청사진과는 핵심 내용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 평가된다.
윤 회장 시절 마련됐던 국민은행 ‘코어뱅킹 현대화’의 핵심은 기존 ‘IBM 메인프레임’ 주산시스템 체계에서 운용되고 있는 여·수신 등 계정계 업무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탈피하는 것이었다.
즉, x86/리눅스 기반으로 주전산시스템 환경을 단계적으로 전환함으로써 계정계(코어뱅킹) 업무를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원활히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통해 지난 2010년대 초반에 이미 유닉스(UN IX) 기반 오픈환경으로 주전산시스템 체계를 전환한 신한, 하나은행 등 경쟁 은행들과 비교해 IT혁신성에서 뒤쳐졌다고 평가받아왔던 상황을 역전하겠다는 게 KB금융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국민은행이 내놓은 ‘코어뱅킹 현대화’ 전략은 몇가지 부분에서 지난 2022년 처음 제시됐던 계획과 비교하면 ‘용두사미’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욕넘쳤던 2022년 '코어뱅킹 현대화' 청사진과 어떻게 달라졌나
무엇보다 당시 국민은행이 호기롭게 외쳤던 ‘탈 IBM 메인프레임’ 전략이 사라졌다.
오히려 오는 2030년까지 IBM 메인프레임 기반의 ‘코어뱅킹1’을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전략이 바뀌었다.
현재 국내 은행권에서 '오픈 환경'으로의 전환과 또 그것에 기반한 보다 유연한 클라우드 환경 구현을 IT인프라의 혁신성 척도로 평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같은 국민은행의 IBM 메인프레임 잔류는 결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는 결정인 셈이다.
더구나 국민은행은 이미 IBM 메인프레임 기반에서 코어뱅킹 업무를 운용중이다.
이 때문에 2030년까지 어떠한 혁신(변화)를 주면서 '코어뱅킹1'을 구현하겠다는 것인지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아마도 현재 코어뱅킹시스템에 과도하게 올려져있는 업무를 타 시스템으로 단계적으로 분산하는 등 슬림화를 통해 효율성을 크게 높이는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번 발표에서 국민은행은 ‘2030년 이후에는 IBM 메인프레임에서 탈피해 주전산시스템을 오픈(개방형) 환경으로 전환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이와함께 국민은행은 비대면 뱅킹 전용으로 활용하기위해 별도로 ‘코어뱅킹2’를 구현하겠다고 했는데, 이것도 기존 계획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내용이다.
이번에 국민은행이 발표한 코어뱅킹 '이원화'는 이른바 코어뱅킹시스템을 두 개로 운영하는 이중운영(Dual Banking) 방식이다. 이는 올해 5월, 신한은행이 기존 코어뱅킹시스템에서 ‘비대면 금융’을 전담하기위한 별도의 코어뱅킹시스템을 구축한 ‘더 넥스트(NEXT)’ 전략과 유사하다.
그러나 당초 국민은행이 세웠던 ‘코어뱅킹 현대화’ 계획은 기존 IBM 메인프레임외에 별도의 오픈환경(x86기반)의 코어뱅킹시스템을 만들고, 이후 두 개의 코어뱅킹시스템을 일정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병행 가동(Parallel run)’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론 IBM 메인프레임에서 완전히 탈피해 새로운 '단독 코어뱅킹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즉 처음부터 코어뱅킹 이원화(이중운영) 방식은 아니었던 것이다.
참고로, '일정기간 동안 두 개의 코어뱅킹 시스템의 한시적 운영'이라 함은 시기적으로 2027년 7월까지를 의미한다.
기존 국민은행과 IBM간의 장비구매 할인계약인 OIO계약은 2025년7월에 만료되지만 국민은행이 2년의 옵션을 활용하면 2027년7월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이 ‘탈 IBM 메인프레임’전략을 실행에 옮길 경우, 그 마지노선은 2027년 7월 이전으로 관측돼왔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계속 IBM 메인프레임 기반위에서 2030년까지 ‘코어뱅킹1’을 구축하겠다며 메인프레임 잔류를 결정하고 OIO계약을 갱신함에 따라, 계약 만료에 따른 ‘IBM 장비 도입 비용 리스크’ 여부를 따지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해졌다.
결과적으로 보면, 국민은행이 이번에 새롭게 제시한 '코어뱅킹 현대화' 계획은 비대면 뱅킹 폭증에 대응하기위한 전용 코어시스템을 별도로 만드는 것 이상의 혁신성은 없어보인다.
◆'코어뱅킹 현대화 2단계' 성과 부진이 직접적 원인… 그리고 그 이면에 돌출된 내부갈등
이처럼 국민은행의 ‘코어뱅킹 현대화’ 계획이 당초 계획과 비교해 용두사미로 귀결된 것은 결국 PoC(개념검증)을 포함한 지난 3년간의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났기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1년간, 영국의 소트머신사의 '볼트 코어(Vault Core)'패키지를 도입해 새로운 코어뱅킹시스템을 '병행 운영'하기위한 코어뱅킹 현대화 2단계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올해 7월말까지 진행한 ‘코어뱅킹 현대화’ 2단계 사업 보고서가 지난 8월 중순 보고됐다. 그러나 총 200개의 체크리스트(평가항목)로 구성된 보고서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코어뱅킹 현대화 계획의 수정 또는 백지화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한편으론 코어뱅킹 현대화 2단계 진행을 앞두고 KB금융 및 국민은행 조직내 심각한 내부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것은 사업 진행에 악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최근 KB금융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5월께 영국 로이드와 미국 JP모건체이스 두 은행을 방문해 벤치마킹한 결과를 당시 윤종규 회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보고됐고,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 IT조직의 핵심 관계자가 배제되는 패싱 논란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논란이 일자 당시 윤종규 회장이 직접 KB금융지주 IT ‧디지털부문 총괄, 국민은행 CIO 등 관계자들을 2차례에 걸쳐 소집했으며, 원안대로 사업을 진행하도록 교통정리를 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넓게보면 국민은행 내부의 IBM 메인프레임 환경 지지파와 오픈환경 지지파, 또 내부 조직과 외부영입 IT전문가 그룹간 갈등설이 얽혀있는 모양새다. 거기에 더해 특정 IT업체의 로비설까지 더해지면서 프로젝트 추진 동력을 국민은행 스스로 갉아먹은 측면이 있다는 것도 돌이켜보면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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