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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콘텐츠, AI와 함께라면 실패해도 됩니다 [real! AI Pro]

이건한 기자

AI 대전환의 시대, 쏟아지는 이슈와 키워드 중 '꼭 알아야 할 것'과 '알아두면 좋은' 것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real! AI Pro]는 이 고민을 현업 전문가들이 직접 선정한 주제와 인사이트를 담아 명쾌하게 정리해드립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누구나 자신만의 콘텐츠 제작 및 유통이 가능해진 시대입니다. 그런데 막상, 과거 유튜브 운영에 관심 있다던 지인들도 요즘은 "내가 감히 오를 나무가 아닌 것 같다"며 고개를 젓곤 합니다. 초기와 달리 지금은 방송사와 같은 콘텐츠 전문 제작사도 대거 유튜브에 유입됐고, 그들과 경쟁할 콘텐츠 제작에 필요할 수고가 적지 않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누구에게나 창작과 유통의 문이 열린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반드시 성공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 ‘실패하면 어떡하나' 같은 두려움이 예비 창작자들의 도전을 막는 걸림돌이 되곤 합니다. 그런데 혹시 이런 문제도 인공지능(AI)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감성AI 전문기업 스캐터랩의 김종윤 대표는 "AI를 이용하면 콘텐츠 창작의 관점을 달리할 수 있다"며 "이제 콘텐츠 시장은 창의력과 다작의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습니다.

[ⓒ 디지털데일리]
[ⓒ 디지털데일리]

3세대 콘텐츠 제작 환경의 특징 (with.AI)

안녕하세요, 김종윤입니다. 저는 요즘 콘텐츠 제작 및 유통 환경을 ‘세대'로 구분할 때 공중파 방송을 1세대, 유튜브, 틱톡, 웹툰 등을 2세대, AI를 3세대로 봅니다.

각각의 특징으로 1세대 채널은 고품질 정보나 재미가 담긴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공급자 중심의 일방향적 전달이란 한계가 있습니다. 2세대 채널은 누구나 콘텐츠 유통이 가능하지만 지속성을 위한 성공 여부(조회수, 구독자 등)가 중요하게 여겨지죠.

AI 기반의 3세대는 어떨까요? 누구나 콘텐츠 제작 및 유통이 가능한 1~2세대의 장점은 공유하지만 성공에 대한 부담은 크게 줄었습니다. AI가 콘텐츠 제작 전반에 필요했던 사용자의 수고를 대신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창작의 고통마저 줄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변화를 스캐터랩의 생성형 AI 기반 캐릭터 제작 플랫폼 ‘제타'를 운영하며 피부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제타는 누구나 본인이 원하는 페르소나(성격)의 AI 캐릭터를 소개 문장 몇 마디로 만들고, 제작된 캐릭터와 사람 수준에 버금가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올해 4월 서비스 출시 후 현재까지 제타에 등록된 캐릭터는 벌써 100만여개에 달합니다. 하루에 약 4000개 이상 만들어진 셈이지요. 가입자당 콘텐츠 생성 비율로 따지면 거의 유튜브와 맞먹기도 합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콘텐츠 생성의 수고와 성공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환경이 갖춰지자, 사람들은 그만큼 자유롭게 온갖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실현해 보는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제타 실사용자들의 대화 中, 창작과 성공 부담은 덜고 상상력을 발휘한 캐릭터 제작을 제한 없이 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 디시인사이드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제타 실사용자들의 대화 中, 창작과 성공 부담은 덜고 상상력을 발휘한 캐릭터 제작을 제한 없이 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 디시인사이드 갈무리]

만약 AI 캐릭터 하나 만드는 데 이미지 제작부터 성격 구성을 위한 데이터를 모으고, 적절한 대화 패턴까지 사용자가 직접 구상해야 했다면 ‘지각해서 체육 선생님한테 빠져나가기', 파인애플 피자의 밈을 재해석한 '파인애플 피자의 여신' 같은 장난스러운 캐릭터는 쉽게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실제 제타에 생성된 코믹 캐릭터들, 가벼운 주제지만 각각 사용자들과의 대화량이 3~4만회에 달한다. [ⓒ 제타 갈무리]
실제 제타에 생성된 코믹 캐릭터들, 가벼운 주제지만 각각 사용자들과의 대화량이 3~4만회에 달한다. [ⓒ 제타 갈무리]

힘을 빼도 성공할 콘텐츠는 성공...'단 하나'면 된다

하지만 위와 같은 기술적 구성과 생성은 AI가 알아서 하고, 사용자는 아이디어만 제공한다면? 불과 5~10분 만에 캐릭터 하나를 출시할 수 있습니다. 또, 개중에는 예상치 않게 큰 히트를 치는 캐릭터도 만들어지곤 합니다. 실제로 대박 난 콘텐츠의 상당수는 별다른 고민과 수고 없이 만들어졌음에도 의외로 대중의 공감대를 얻어 흥행하는 케이스가 적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다른 콘텐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이미지는 물론, 영상, 오디오, 심지어 가상인간까지 온갖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용해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지요. 이를 잘 조합하면 동일한 콘텐츠도 수작업으로 할 때와 비교해 시간, 수고, 장비 구입 비용까지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그만큼 조회수에 연연할 이유도 줄어듭니다. 이전에는 유튜브 영상 하나에 들인 수고를 생각하면 조회수 몇만회는 나와야 의미 있다고 여겼죠. 하지만 애초에 그 수고가 적다면? 조회수 100회도 그리 아프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실패에 개의치 않고 더 참신하고 파격적인, 때론 공감대 형성이 기대되는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겠죠.

중요한 건 그 가운데 하나만 성공해도 앞선 노고를 모두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인기 연예인이나 유튜버들도 대부분 긴 무명 시절을 거쳐, 단 하나의 콘텐츠 성공으로 인생이 달라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만 아직은 AI 초심자일수록 많이 시도해 봐야 할 시기입니다. 아직까지 ‘AI를 잘 다루는 법'은 특별히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직접 시도하며 노하우를 터득하거나, 활성화된 AI 커뮤니티를 통해 타인의 노하우를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가운데 마치 승마를 처음 배울 때 말과 협동하는 법을 익혀야 하는 것처럼, 나 자신과 AI를 맞춰 나가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DALL·E AI 생성 이미지]
[ⓒ DALL·E AI 생성 이미지]

시작은 가볍게, AI의 창발성을 극대화하자

연장선으로, AI를 완전히 통제하는 건 아직 어렵습니다. 따라서 시작은 숏폼이 좋습니다. 장편 영화나 드라마처럼 치밀한 스토리 속 복선이나 정교한 설정을 부여하면 오히려 설정 붕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조금 더 열린 스토리 진행이나 결말이 이뤄지도록 구성하는 것이 유리해 보입니다. 또한 이는 생성형 AI의 특성인 ‘창발성(어떤 특성이나 특징이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을 극대화해 오히려 참신한 스토리 전개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악용은 금물입니다. 콘텐츠 제작이 쉬워진 만큼, 오히려 당장의 조회수와 관심 같은 욕망 때문에 더 자극적이고 불법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욕망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잘못된 AI 활용이 AI가 신뢰받는 기술로서 우리 사회에 정착하고, 함께 예술과 콘텐츠 산업을 혁신할 기회를 잃게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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