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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결산/종합] 위기에서 길을 찾다…2024년, 한국 ICT 산업의 변곡점

이상일 기자
11월 13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 역삼 이벤트홀에서 열린 디지털데일리 주관 스마트 엔터프라이즈 2024에서 'AI 초격차를 위한 데이터센터 인프라 활용 전략'을 주제로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11월 13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 역삼 이벤트홀에서 열린 디지털데일리 주관 스마트 엔터프라이즈 2024에서 'AI 초격차를 위한 데이터센터 인프라 활용 전략'을 주제로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편집국종합] 2024년, 한국 ICT 산업은 전례 없는 도전과 기회 속에서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AI, 클라우드, 5G를 넘어 6G 기술 개발이 본격화되며 기술 혁신의 속도는 눈부실 정도로 가속화되었고, 디지털 전환이 모든 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생성형 AI와 디지털 트윈, 자율주행 기술 등 혁신적인 서비스와 제품이 상용화되며, ICT 산업은 미래 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글로벌 경제 침체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심화는 한국 ICT 기업들에게 새로운 불확실성과 도전을 안겨주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핵심 ICT 산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에 직면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되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계엄 정국과 사회적 불안정은 ICT 산업 생태계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며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이러한 정치적, 경제적 혼란 속에서 ICT 업계는 안정적인 데이터 거버넌스와 정보 보안, 그리고 사회적 신뢰 회복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데이터 주권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글로벌 요구가 강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데이터 관리 및 보안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했다. 또한, 정치적 혼란 속에서 정부의 정책 추진이 지연되거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기업들은 스스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2024년은 비록 도전의 연속이었지만, 동시에 한국 ICT 산업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미래를 위한 토대를 다진 해였다.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와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을 이어갔고, 정부 역시 규제 개선과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CES 혁신상 로고와 삼성전자 수상 제품 이미지(왼쪽부터 갤럭시 버즈3 프로, 엑시노스 W1000, LPDDR5X, 갤럭시 AI, 갤럭시 Z 폴드6 갤럭시 워치7 갤럭시 탭 S10)
CES 혁신상 로고와 삼성전자 수상 제품 이미지(왼쪽부터 갤럭시 버즈3 프로, 엑시노스 W1000, LPDDR5X, 갤럭시 AI, 갤럭시 Z 폴드6 갤럭시 워치7 갤럭시 탭 S10)

올해는 전자업계에서 인공지능(AI)이 핵심 화두로 떠오른 해였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갤럭시 S24 시리즈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회복은 경쟁사들을 자극했다. 애플은 AI폰 시장에 ‘애플 인텔리전스’를 탑재한 아이폰16 시리즈를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애플은 프리미엄 라인업에 AI를 집중 적용해 고급 시장을 공략한 반면, 삼성은 중저가 모델까지 AI 기능을 확장하며 차별화된 전략을 추구했다.

AI 기술은 가전 시장으로 확산되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 제품군을 통해 맞춤형 AI 가전을 선보였으며, LG전자는 ‘로보킹 AI 올인원’을 내놓으며 AI 로봇청소기 시장에 진출했다. 양사의 경쟁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 구현으로 이어졌다. 내년 CES 2025에서 공개될 AI홈 비전은 이러한 흐름의 정점이 될 전망이다. LG전자는 더 나아가 헬스케어 기기와 연계된 AI 플랫폼 개발을 발표하며 가전과 의료 융합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또한 중소 가전업체들도 AI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11월 21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FKI 타워 컨퍼런스센터 3층 다이아몬드홀에서 ‘제2회 DIC(DigitalDaily Industry Conference) 2024’가 개최됐다.
11월 21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FKI 타워 컨퍼런스센터 3층 다이아몬드홀에서 ‘제2회 DIC(DigitalDaily Industry Conference) 2024’가 개최됐다.

올해 반도체 시장은 생성형 AI 열풍에 힘입어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며 일부 반등을 보였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놀라운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HBM에 집중된 수요로 인해 범용 메모리 제품(DRAM, NAND)의 시장 상황은 심한 변동성을 겪었다. DRAM은 일시적으로 가격이 상승했으나, OEM들이 재고 축적 후 구매를 줄이면서 다시 하락했다. NAND 역시 기업용 SSD 중심으로 수요가 늘었지만, 범용 제품은 성장이 제한적이었다.

한편, 중국 업체들은 저가 공세를 통해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CXMT 등은 설비투자를 바탕으로 저렴한 DDR4 D램을 대량 공급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였고,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첨단 공정 전환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범용 제품과 HBM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시장 변화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테스트 및 후공정 업체는 매출 타격을 입었으며, 장비 업체들은 중국의 자국 중심 공급망 강화와 투자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도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투자 지연으로 인해 관련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플랫폼 시장에선 일본 정부의 라인 개인정보 보안 사고 행정지도에 따른 라인야후 사태가 주목받았다. 일본이 네이버에 라인의 경영권 매각을 압박하며 국내 ICT 기업의 해외 사업이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네이버는 자본 매각을 거부하며 자국의 기술 주권을 지키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국제 시장에서 ICT 기업이 직면한 복합적인 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일본 내 반도체 소재 기업들과의 협력 문제가 다시 부상하며, 기술 공급망의 복잡성이 통신 및 전자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통신시장에서는 5G와 6G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며 통신 네트워크의 고도화가 이뤄졌다. 이와 함께 통신 3사 간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AI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통신 서비스가 출시되었다. 특히, AI 기반 고객지원 및 네트워크 최적화 기술이 주목받았다. 또한, IoT(사물인터넷)와 결합된 새로운 통신 패키지 서비스가 출시되며, 스마트 도시 프로젝트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우주 인터넷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 참여했다.

생성형 AI 열풍 속에서 클라우드가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MS는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클라우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구글과 AWS도 AI 통합 서비스를 강화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은 공공과 금융 클라우드 시장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존 전략을 모색했다.

또한, 정부 주도의 클라우드 전환 정책이 확대되면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클라우드 도입에 적극 나섰다. 이에 따라 AI와 결합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시장에서 높은 수요를 보였다. 국내 중견 SW 기업들은 AI와 SaaS로 글로벌 진출의 기반을 마련했다. 더존비즈온과 한글과컴퓨터는 AI 기반 제품을 출시하며 성과를 냈고, 엠로는 북미 시장에 진출해 순항 중이다. 반면, IPO 시장에서는 투자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티맥스그룹은 임금 체불 사태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네이버]
[ⓒ네이버]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초저가 전략과 빠른 배송으로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성을 공략하며 국내 업체들에 큰 도전 과제가 되었다.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는 이커머스 업계 전반의 신뢰도를 흔들었다. 정부는 정산 기한 단축과 판매대금 별도 관리 의무화를 추진하며 재발 방지에 나섰지만, 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중소형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자체적인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친환경 제품과 로컬 상품을 강조한 플랫폼이 등장하며, 새로운 소비자 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펄어비스 '지스타2024' 부스 현장
펄어비스 '지스타2024' 부스 현장

게임 산업 역시 2024년 ICT의 핵심 분야로 떠올랐다. 대한민국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게임 산업에서 글로벌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넥슨,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대형 게임사들은 AI 기술을 접목한 게임 개발에 집중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넥슨은 AI 기반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대화와 행동을 구현한 신작 MMORPG를 선보이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인디 게임 개발사들도 AI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혁신적인 게임을 출시하며 주목받았다. 게임과 메타버스의 결합도 가속화되었으며, VR(가상현실) 게임 플랫폼이 대중화되는 한 해였다. 특히, 국내 게임사들이 주도한 ‘K-메타버스 게임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위상을 드높였다.

보안 산업도 2024년 ICT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데이터 유출과 사이버 공격 사례가 증가하며 보안 기술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주요 사례로는 국내 대기업 A사의 대규모 데이터 유출 사건이 있으며, 이는 기업의 보안 체계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AI 기반의 사이버 보안 기술이 주목받았으며, 클라우드 보안과 IoT 보안 솔루션도 시장에서 높은 수요를 기록했다. 국내 보안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첨단 보안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보안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지원 정책을 강화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이 데이터 무결성과 보안성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며, 금융과 공공 부문에서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개인정보위 양청삼 개인정보정책국장은 28일 롯데호텔서울 아스토스위트에서 열린 ‘제2회 보안리더스 조찬 네트워킹’ 행사에서 ‘기업이 알아야 할 인공지능(AI) 시대 개인정보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개인정보위 양청삼 개인정보정책국장은 28일 롯데호텔서울 아스토스위트에서 열린 ‘제2회 보안리더스 조찬 네트워킹’ 행사에서 ‘기업이 알아야 할 인공지능(AI) 시대 개인정보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4년은 한국 ICT 산업이 정치적, 경제적 도전을 극복하며 한 단계 도약할 가능성을 확인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다가오는 해에는 더 큰 불확실성이 예고되고 있지만, 이러한 난관을 새로운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할 때다. 지속적인 혁신, 글로벌 연대, 그리고 사회적 신뢰 회복을 통해 한국 ICT 산업은 미래를 선도하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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