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버티컬 AI' 시대"…의료·금융부터 뷰티까지 전방위 확산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지난 몇 년 간 사회, 문화, 의료, 제조, 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의 활약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발전에는 ‘버티컬(Vertical) AI’가 중심에 있다.
버티컬 AI는 특정 산업이나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 솔루션을 말한다. AI가 특정 산업의 고유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만큼, 이제 버티컬AI 경쟁이 중요해 졌다는 평가다.
이에 세계 주요국도 버티컬 AI 투자를 늘리고 있다. AI 민간 투자 부분 세계 3위인 이스라엘도 ‘버티컬 AI’에 집중 투자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내 숙박여행 플랫폼 대표 기업인 야놀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7% 상승한데는 버티컬 AI 서비스에서 기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 왜 버티컬 AI인가?…의료부터 뷰티까지 일상 스며들어
우리가 알고 있는 거대언어모델(LLM), 예를 들어 챗GPT 등과 같은 ‘수평적(Horizontal) AI’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폭넓은 분야의 엄청나게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 ‘척척박사 AI’를 추구한다.
하지만 버티컬 AI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어도 특정 산업에 필요한 깊이 있는 전문 지식과 데이터를 학습하여 해당 분야에 최적화된 결과를 제공한다. 버티컬 AI는 AI모델의 크기보다 특정 분야의 데이터 학습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로 경량거대언어모델(sLLM)로 개발된다.
이에 거대언어모델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주도할 수 있지만, 버티컬 AI는 스타트업이 강점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차별화는 산업 현장에서 매우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의료 분야의 경우, 버티컬 AI가 MRI 스캔 이미지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환자의 치료 경과를 전망할 수 있다. 금융 분야에선 AI가 사기를 탐지하고 신용 점수를 평가하며, 제조업에서는 공정 최적화를 통해 불량률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한다.
이처럼 범용 AI 모델은 다양한 산업에 걸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지만, 특정 분야에서 요구하는 세밀하고 전문적인 결과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예컨대 법률 문서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려면 해당 분야의 고유한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버티컬 AI는 이러한 필요성을 충족하며, 각 산업의 특화된 데이터를 학습해 더 높은 정확성과 신뢰성을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 ‘눈물의 여왕’에도 버티컬 AI가?
프리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생성형 AI 시장은 2022년 107억9000만달러(한화로 약 15조4847억원)에서 2032년 1180억6000만달러(169조4515억원)로 10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중 버티컬 AI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버티컬 AI의 사례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AI가 질병 진단과 치료 계획을 지원하며, 의료 전문가들의 반복적인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루닛(Lunit)’이라는 AI 솔루션은 유방암과 폐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활용돼 이미 의료 현장에서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뷰티 산업에서도 버티컬 AI는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국내 뷰티 기업들은 피부 진단 AI를 통해 사용자의 피부 상태를 분석하고 맞춤형 화장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룰루랩’의 스마트 미러는 한 번의 얼굴 촬영으로 사용자의 피부상태를 분석한 후, 맞는 스킨케어 제품을 추천한다.
더 나아가 개인 맞춤형 제품 추천, AR 기반 가상 메이크업 체험, 스마트 미러 등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창출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 분야에서는 신용 평가와 대출 심사에 AI가 활용되고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최적의 대출 조건을 제안하며,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JP모건은 ‘인덱스 GPT’라는 AI 기반 투자 솔루션을 개발해 금융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특히 한국은 버티컬 AI를 활용해 K-뷰티와 미디어·콘텐츠 등 강점을 지닌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류와 함께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이를 활용한 경쟁력 있는 AI 산업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역대급 히트를 친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선 눈 덮인 자작나무 숲 장면 촬영을 위해 버추얼 프로덕션 스테이지 AI 영상화면을 활용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 성공적인 버티컬 AI 도입을 위한 과제는…디지털 전환의 중심
이처럼 국내 미디어·콘텐츠 분야의 버티컬 AI 적용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아직 해외에 비하면 AI 기반의 콘텐츠 제작 기술과 버추얼 프로덕션 등은 초기 단계로 향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버티컬 AI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우선, 특정 산업에 최적화된 고품질 데이터 구축이 필수적이다. AI 모델의 성능은 학습 데이터의 품질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각 산업의 특수한 요구를 반영한 데이터셋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AI 모델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윤리적 문제 해결과 데이터의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산업별 맞춤형 데이터 구축해야 하며, AI 기술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서는 데이터 장벽을 없애기 위해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지난해부터는 초거대 AI로의 변화에 발맞춰 생성형 AI 모델 지원을 위한 비라벨링 데이터 구축을 확대하고 있다.
그간 구축해 온 800건 이상의 데이터는 AI 허브 사이트를 통해 개방돼 자유로운 활용을 지원하고 있으며, 개방된 데이터는 학계 및 중소기업·스타트업에서 AI 모델 및 서비스 개발에 소중한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특화 및 심층 데이터 구축·개방으로 버티컬 AI 기반을 마련하고 성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AI 업계에선 버티컬 AI는 기술 혁신을 넘어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꿀 열쇠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한국은 K-특화 분야를 중심으로 버티컬 AI 글로벌 경쟁력으로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선 고품질 데이터 구축, AI 기술 고도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황종성 NIA 원장은 “AI 3대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특화 및 심층 데이터를 구축·개방해 버티컬 AI가 경쟁력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기획 : 디지털데일리·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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