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유리기판 양산 난제는 싱귤레이션…협력사 확보 분주 [소부장반차장]

고성현 기자
SK앱솔루스 유리기판.
SK앱솔루스 유리기판.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주목받아 온 유리기판의 생태계가 차츰 꾸려지는 모양새다. 국내외 반도체 업계의 관련 투자가 내년을 기점으로 시작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이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장비사들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일어나고 있다. 특히 유리관통전극(TGV) 공정과 유리를 자르는 싱귤레이션(Singulation, 절단) 공정에 대한 니즈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인텔·삼성도 유리기판 상용화 고심…메이커 늘어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유리기판 제조를 위한 파일럿 라인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외 주요 협력사들에 소재·장비를 발주했다. 해당 라인은 당장의 상업화를 고려하기 보다 연구개발(R&D) 등 기술 역량 축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기판의 토대가 되는 유리 패널(Glass Panel, Bare Glass)을 생산하는 독일 쇼트, 미국 코닝도 관련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2.5차원(2.5D) 패키징 등에 사용하는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수준의 열팽창계수를 맞추거나 실리콘에 해당하는 특성으로 맞추는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이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쇼트의 패널 글라스와 캐리어 웨이퍼 제품 [ⓒ쇼트]
쇼트의 패널 글라스와 캐리어 웨이퍼 제품 [ⓒ쇼트]

관련 사업 진출을 노리는 삼성전기도 파일럿 라인 구축 및 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유리기판 제조의 기반을 확보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등과의 연계 등을 고려한 선택이다. 이를 위해 국내 기업 켐트로닉스, 독일 LPKF 등을 유리관통전극(TGV) 공정 장비 협력사로 확보하기도 했다.

SKC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미국에서 합작한 유리기판 제조사인 앱솔릭스는 소규모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양산성 개선·상업성 확보를 위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는 유리기판 시장 진출을 노리는 기업 중 가장 빠른 수준으로, 내년 상업성 확보 등이 완료될 경우 양산라인 투자를 위한 절차까지도 밟을 전망이다.

이밖에 LG이노텍, 일본 신코·이비덴·다이닛폰프린팅(DNP),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이 유리기판 상용화를 위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절삭 시 소재 특성 최적화·균열 방지가 핵심…필옵틱스·SFA 경합

유리기판(Glass Core)은 기존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한 기판의 코어층을 유리로 대체한 제품이다. 높은 평탄토와 내열성으로 FC-BGA 등의 약점을 보완하고, 높은 전기 신호 특성과 회로 밀도 상승에 따른 성능적 이점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인공지능(AI) GPU 칩의 공급 차질을 유발했던 실리콘 인터포저를 쓰지 않고도 2.5D·3D 칩을 제조할 수 있어, 비용·성능적 이점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기판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다만 유리로 제조되는 만큼 충격과 균열 발생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어 실제로 상업화가 되지 않았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칩과 기판에 대한 높은 신뢰성이 요구되는 만큼 관련 약점이 치명적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응용처도 외부 충격 요인이 비교적 적은 서버나 데이터센터로 한정된 상황이다.

유리기판 제조 상의 난제도 유리기판 상용화 걸림돌 중 하나로 꼽힌다. 유리를 자르고 뚫는 방식에 대한 기술 성숙도가 낮을 경우, 쉽게 깨지거나 균열이 생길 수 있어 수율이 떨어질 우려가 있어서다. 이로 인해 유리에 구리 전극을 채우기 위한 구멍(Via hole)을 뚫는 TGV 공정, 유리를 잘라 낱개의 기판 등으로 만드는 절삭(Singulation) 등 기술 확보가 절실했다.

현재 TGV 공정의 경우 레이저로 뚫고 화학적 식각으로 비아 홀을 형성하는 공법이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필옵틱스·켐트로닉스·이오테크닉스 등 국내 디스플레이 전문 장비 기업들이 높은 레이저 기술을 바탕으로 관련 생태계에 진입한 상태다.

SFA가 소개한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기술. ABF를 제거한 뒤 레이저로 잘라 균열을 최소화하는 방식 [ⓒSFA]
SFA가 소개한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기술. ABF를 제거한 뒤 레이저로 잘라 균열을 최소화하는 방식 [ⓒSFA]

문제는 싱귤레이션 장비다. 이 과정에서는 실리콘과 달리 자르는 과정에서 균열이 쉽게 발생할 수 있어 수율 저하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 쉽다. 또 소재 특성에 맞추거나 개별 칩으로 떼어내는 과정의 균열을 방지하는 등 고도의 기술까지 요구되고 있다.

최교원 SFA R&D 1센터장도 지난 10일 'SFA 테크데이'에서 "유리기판용 TGV 공정용 레이저 장비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 성숙도가 높다. 디스플레이 공정 장비를 통해 쌓아온 전문성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유리를 균열없이 자르는 기술은 과거 공법이 활용되고 있어, 레이저를 활용한 신규 공법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싱귤레이션 공정 장비에 진입할 기업으로는 필옵틱스와 SFA가 대두되고 있다. 필옵틱스는 기존 확보한 레이저 기반 기술 및 유리기판 시장 진입 노하우를 바탕으로 싱귤레이션 장비 개발을 마쳤고, 관련 납품 등을 고객사에 제안 중이다.

SFA 역시 TGV 공정 장비 시장 진입을 노리는 한편 ▲극초단 펄스 기반 레이저 그루빙 기술 ▲초점 심도를 길게 형성해 미세 구멍을 형성하는 필라멘트 커팅 기술을 토대로 한 신규 공법을 개발 중이다. 이와 관련 국내외 고객사에 관련 입찰 등을 진행하는 등 장비 선정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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