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주가상승이 부끄럽다”는 SW기업들 속내

이안나 기자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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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코로나19 시기 확진자 수를 매일 발표했는데, 확진자 수가 늘면 주가가 오르고 줄면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회사 본질적인 경쟁력과 전혀 관계없는 요인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게 한편으론 부끄럽고 힘이 빠졌습니다.”

비대면 솔루션을 운영하는 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주가관리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고 지금은 오로지 기업 실적 향상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기업 가치와 무관한 요인으로 주가가 요동치는 현상이 최근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재현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일부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정치테마주로 분류돼 각종 소문에 휘둘리며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위세아이텍은 고 김종현 창업주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친인척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테마주로 부각됐다. 지난 10일부터 3거래일 동안 주가가 80% 이상 급등해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다가, 최근엔 다시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회사 측은 정치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오파스넷도 비슷한 상황이다. 임원진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이유만으로 '한동훈 테마주'로 분류됐다. 계엄령 이후 급등세를 보이던 주가는 한 전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사퇴하자 하루 만에 22% 이상 폭락했다. 수산아이앤티도 회사와 정치인이 관련 없음에도 불구,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 곳 중 하나다.

표면적으론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거래량 증가와 인지도 상승이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독이 된다. 근거 없는 기대감으로 형성된 고평가 속에서 주식을 매입한 신규 주주들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성장이 요구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가치 산정에 있어 기술력과 시장 경쟁력이 아닌, 외부적 요인이나 풍문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되면 투자 문화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시장이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주목하고 근거 없는 테마주 분류를 경계해야 한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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