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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반도체도 양극화 지속…中 위협·韓 생태계 동력 저하 우려 [소부장반차장]

고성현 기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출처=삼성전자>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인공지능(AI)용 고성능 반도체와 범용 반도체의 양극화가 지속됐던 시장 구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I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성장세는 이어지겠으나, D램·낸드에 대한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으면서 생태계 전반의 성장 동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짙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18일(현지시간) 회계연도 기준 2025년도 1분기(9~11월) 매출 87억100만달러, 주당 순이익(EPS) 1.79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4% 늘면서 월가 예상치(86억8000만달러)를 웃도는 성과를 내놨다.

마이크론의 매출 신장을 이끈 것은 단연 HBM이다. HBM 매출이 전분기 대비 2배로 확대됐고,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매출도 확대되면서 데이터센터 매출 비중이 회사 전체 매출 절반을 넘어섰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2분기(12~2월) 실적 전망치를 낮추며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HBM 수요를 제외한 IT제품 수요가 저조한 탓에 관련 가격 약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회사는 낸드 성장세를 이끌어 온 기업용 SSD도 부진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하이퍼스케일의 지속적인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자체 칩 제작에 따른 메모리 수요에 따라 HBM 공급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모바일, PC 등 IT제품용 메모리는 글로벌 경기 침체 지속과 고금리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수요가 떨어지는 현상이 지속됐다.

범용 메모리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 중국 업체들도 위협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비롯한 중국 현지 기업들이 잇따라 저가형 DDR4 D램을 내놓으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현지 매체 등에서는 킹뱅크, 글로웨이가 내놓은 32G 용량 DDR5 D램이 CXMT가 제조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첨단 D램에 대한 출혈 경쟁까지 우려되고 있다.

특히 범용 메모리 시장 내 수요 저하와 과잉 공급, 중국 업체의 진출이 국내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여전히 DDR4, DDR5 D램 등 범용에 대한 비중이 크고, 중국 매출도 적지 않아 실적이 부진할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특히 모바일 기기 수요 부진이 지속될 경우 저전력DDR(LPDDR) D램의 저조한 흐름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범용 메모리 생태계를 구성하는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수량이 적고 메모리 제조사가 담당하는 영역이 큰 HBM과 달리, 범용 메모리는 국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만큼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 핵심은 코어 다이를 뚫는 실리콘관통전극(TSV)과 TC 본딩 등 후공정 역량이 중요한데, 이 부분은 전량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담당하고 있어 일부 장비사 외 수혜를 보기 어렵다"며 "특히 소재나 부품, 테스트(OSAT)는 D램 수량에 대한 의존도가 커 HBM에 따른 수혜가 거의 없다. 생태계적 관점에서는 반도체 호황이 아닌 둔화가 지속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에는 이러한 부진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범용 메모리에 대한 수요 반등이 불확실한 가운데, 미중 갈등에 따라 중국 현지 기업이 소부장에 대한 내재화 속도를 높이고 있어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외 주력 매출 역할을 해왔던 중국 시장 영향력이 떨어지며 매출 상승 동력이 줄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원재료와 부품에 대한 매입 부담이 커진 것도 한몫하는 모습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 상승한 원/달러 환율이 매입액 상승을 부추기면서 국내 기업의 이익률 저하 우려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또 기대했던 내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계획도 다소 조정되면서 달러 가치가 오르는 등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투자를 이끌어왔던 삼성전자가 내년 투자를 줄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달러 가치가 오르며 기존 제품 생산원가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사업계획을 준비 중인 기업들 역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해 다양한 대안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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