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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스스로 신뢰깍은 금감원… 뜬금없는 금융지주·은행 검사결과 연기 발표

박기록 기자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지난 8일 문자를 보내, 1월중 발표 예정이었던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의 검사 결과에 대한 발표시점을 2월초로 조정했다고 알렸다. 국회의 내란 국정조사, 정부 업무보고 일정, 임시공휴일 지정 등을 연기의 이유로 달았다.

사실 뜬금없다.

앞서 지난달 20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매운맛’이란 거친 표현을 쓰며 올 1월로 발표 시점을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는데, 이를 또 다시 연기한 것이다.

특히 이 ‘매운맛’이란 표현 때문에 우리금융을 비롯한 금융권이 크게 긴장했다.

‘12.3 비상계엄’ 등 블록버스터급 정국 상황이 펼쳐지자 이에 휩쓸림이 없이, 원칙대로 검사결과에 따라 강력한 제재를 내릴 것이란 의도로 읽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감원의 제재 결과에 따라, 우리금융의 경우 보험 M&A(인수합병)등 시간을 다퉈야만하는 그룹내 핵심 현안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검사 대상자인 KB금융과 농협금융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어쨌든 당사자들은 돌덩이같은 큰 부담을 가지고 설 연휴를 지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결과적으로 보면, 금감원이 예고편만 남발한 모양새다. 이같은 금감원의 행태는 스스로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이번 금감원이 발표할 내용이 국민의 실생활과 국가적 안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도 아니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참고로 우리금융·은행의 경우, 금감원 검사 발표 내용은 전임 회장의 친인척 법인에 대한 부당대출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금융당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관련한 것이다.

또 KB금융·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부실과 각종 내부통제 사고에 대한 문제다. 농협금융·은행은 배임·횡령 등 금융사고와 함께 농협중앙회의 금융계열사 경영진에 대한 후진적 인사관행 등 지배구조와 관련한 문제다.

금감원이 공개할 ‘매운맛’의 실체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금융 시장 참여자들이 금융당국에 대해 절대적으로 중시하는 가치는 ‘예측 가능성’이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금융 당국은 스스로 뱉은 말을 손바닥 뒤집듯 하지 말아야한다. 어느때 보다 엄중한 시기에 대외신인도와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최근 정치적 소요와 논란으로 인해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되고 경제활동이 위축됨에 따라, 종합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실물경제,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우려가 확대되고 대외 신인도 또한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금융시스템이 정치 환경에 좌우되지 않고 독립적·체계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지속하는 한편, 금융시장 전반의 잠재적 리스크를 엄밀히 점검해 철저한 대응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말로 이번 결정이 정치 환경에 좌우되지 않은 것인지, 신년사에서 다짐했던 각오를 되새겨보길 바란다.

[박기록 금융경제부문 부국장/논설실장]

박기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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