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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낸 직원은 동료 아냐"…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도높은 직격

강기훈 기자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올해는 외형성장보다 내실을 다지겠다며 고객기반 확보를 통한 미래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사고를 낸 직원은 동료가 아니다'라며 강도높은 톤으로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전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 등 크고 작은 내부통제 사고로 은행의 평판이 추락한데 따른 명예회복의 각오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은 23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정 행장을 비롯한 임원, 본부장, 지점장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5년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이 날 행사는 KPI 시상식, CEO 메시지, 그룹별 사업계획 발표, 다짐의 장 순으로 진행됐다.

올해 경영목표로 핵심사업 확장, 미래금융 가속, 고객신뢰 확립 등을 제시했다.

가장 먼저 정진완 은행장은 순환보직, 업무매뉴얼, 휴가 연속사용 등 3가지 축의 균형이 내부통제 강화로 귀결된다고 강조했다. 은행업 특성 상 순환보직이 필수이므로 업무매뉴얼이 확실히 구비된다면 1인의 업무독점에 따른 사고를 방지하고 업무 선순환을 통해 업무역량도 축적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정 행장은 "모든 직원의 노하우를 업무매뉴얼에 담아 은행 126년 역사의 핵심적인 헤리티지를 만들어가야 한다"며,"업무매뉴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업무는 과감히 없애고 조직은 더욱 슬림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휴가의 연속 사용을 주문하며 BNP파리바 등 주요 은행들이 활용하고 있는 2주간의 의무 휴가 제도 ‘블록리브(Block Leave)’를 언급했다. 은행은 직원윤리를 점검하는 내부통제의 기회로, 직원은 장기휴가를 통한 확실한 재충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취지다.

두 번째로 업무, 인사, 평가부문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도려내고 혁신적으로 개조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질 것을 주문했다.

정 행장은 관행적으로 해왔던 업무를 선별해 불필요한 업무는 없애고 핵심업무만 남길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과중한 업무량으로 인해 기계적으로 일하는 방식에서 탈피, 각자의 위치에 맞게 생각할 시간의 여유를 갖고 업무혁신과 시너지창출 방법을 찾아보자는 의미다.

또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사와 평가 혁신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조직 업적 달성에 기여한 직원에 대한 보상 강화를 약속했으며, 보이스피싱을 예방해 고객의 소중한 재산을 지켜낸 유공 직원에게는 은행장 상을 시상하기로 했다.

평가 부문도 절대평가 비중을 확대해 경쟁보다는 협업, 시너지 강화에 무게를 두기로 했다. 현재 우리은행은‘혁신경영 TFT’를 통해 인사와 평가 혁신의 제도적기반을 마련 중이다.

회의 말미에 정 행장은 올해는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내실에 집중해 고객기반을 확대하겠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신용카드 등 리테일 목표 수치를 줄인 만큼 우량고객을 더 많이 모시는 데 집중해 미래 성장기반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고객과 시장의 신뢰 회복에 임원과 본부장, 지점장이 먼저 나설 것을 주문했다. 매월 첫 영업일과 마지막 영업일에는 지점장이 직접 금고를 개폐하고 금고 내부 관리 상태를 점검하면서 내부통제에 대한 마음가짐을 가다듬어 달라고 말했다.

특히 정 행장은 "내부자신고제도는 당연한 문화가 되어야 한다. 사고를 낸 직원은 동료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온정주의 및 연고주의를 철저히 배격해야 내부통제가 더 단단해질 수 있다"며 강도높게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정 행장은 "우리은행의 경영환경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불필요한 격식을 버리고 실용성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철저한 시장주의 마인드로 난관을 함께 헤쳐나가자"며 전 임직원이 함께 위기를 극복해내자고 독려했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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