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D터뷰] 이상권 지아이텍 "캐즘 후 中 경쟁 준비…독보적 장비 기업 목표"

고성현 기자

D터뷰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주요 산업에서 혁신을 이끄는 기업인과 전문가를 만나, 업계 동향과 기술 트렌드를 심층 분석하는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핵심 전략과 미래 비전을 직접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이상권 지아이텍 대표 [ⓒ지아이텍]
이상권 지아이텍 대표 [ⓒ지아이텍]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전기차 캐즘이 끝나게 된다면 그 시장을 누가 먼저 차지할 것이냐를 중심으로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특히 결국에는 중국 업체와 붙게 될 수밖에 없다. 지아이텍은 작년 말부터 (시장 경쟁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고, 지금까지도 착실히 지속해나가고 있다."

국내 배터리·수소 연료전지용 부품 제조 기업인 지아이텍이 장비사 도약과 글로벌 경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외연 확장에 나선다. 지난해 인수한 엠브이텍을 통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 내 신사업과 북미 진출을 통한 접근성 강화를 각각 추진하면서다. 이와 함께 전략적 협업에 나선 로보에테크놀로지와 물류로봇 시장으로도 사업을 확장해나갈 방침이다.

◆ 바짝 추격해 온 中과의 경쟁…슬롯다이 북미 진출·모듈 사업에 시동

최근 충남 아산테크노밸리 지아이텍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상권 지아이텍 공동 대표(사장)는 "캐즘이 끝나고 찾아올 기회를 확실히 잡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현재 강하게 들어오고 있는 중국 업체들과 맞서 입지를 수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아이텍은 배터리 코터(Coater)에 탑재돼 전극에 활물질 등을 도포하는 핵심 부품인 슬롯다이(Slot-die)를 주력으로 만드는 국내 기업이다. 회사가 보유한 정밀가공 기술과 디스플레이용 슬릿노즐(Slit Nozzle) 등을 제조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 제품을 국산화해 개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국내 배터리 3사를 모두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폭스바겐의 배터리 제조 자회사인 파워코(PowerCo)를 비롯한 유럽·북미 제조사에도 납품을 하고 있다.

당초 슬롯다이는 히라노 등을 비롯한 일본 장비 기업이 코터에 포함한 부품 중 하나에 그쳐 중요성이 높지 않았다. 그러다 높아지는 배터리 활물질 도포의 균일성과 정밀도 및 잦은 마모로 인한 부품 교체 등 요구가 늘며 중요도가 높아졌고, 지아이텍이 이를 국산화하고 전문적으로 제조하면서 본격적인 시장이 열리게 됐다.

이상권 대표는 "최근 고객사의 해외 현지법인을 방문하며 본 것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과, 중국 업체들이 만만치 않은 수준으로 따라왔다는 것"이라며 "특히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나 유럽 등으로의 진출이 굉장히 강하다. 현재는 전극 공정의 기술 난도로 진입장벽이 있지만, 이 벽을 (중국 업체가) 넘으면 그때는 정말로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배터리 전극 공정 부품·장비 분야는 높은 기술적 난이도와 낮은 중국 업체의 신뢰성으로 국내 부품·장비 업체들이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후공정인 조립·활성화 분야 내 중국 업체 진입이 늘어난 만큼,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 전극 공정에서도 장기적인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슬롯다이 시장 내 심화된 경쟁의 돌파구로 미국 진출과 모듈 사업을 꺼내들었다. 국내 3사의 미국 진출 확대로 어려워진 근거리 리페어 지원을 현지 진출을 통해 대응하고, 펌프·모터를 국산화한 모듈 제품을 내세워 외형도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지아이텍은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지역에 공장 건설을 위해 1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는 "현재 국내 배터리 시장이 이전과 대비해 5~1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시장의 경우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검토하는 추세"라며 "K-배터리 3사의 국내 업체 선호도를 고려해보면 지아이텍이 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슬롯다이에 부착되는 모터나 펌프는 원래 외국산 장비가 붙었으나, 이를 작년 말부터 국산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부분을 고객사에 제안 중이며, 관련 사업이 가시화되면 단품인 슬롯다이 대비 매출 규모가 좀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아이텍 본사 전경
지아이텍 본사 전경

◆ 엠브이텍 인수, 신사업 진출 기회로…반도체·모바일 성과 가시화

지아이텍은 슬롯다이 사업과 더불어 머신비전 영역으로의 신규 사업 진출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얻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엠브이텍과의 시너지가 나고 있는 덕이다. 이를 통해 목표로 해왔던 장비 시장 진출을 모듈부터 단계적으로 쌓아올리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구상이다.

특히 삼성전기로의 납품이 가시권에 들어선 것이 인상적이다. 삼성전기 베트남 법인 내 모바일용 카메라 모듈 라인으로 머신 비전 납품을 수주한 바 있어, 장기적으로 이에 따른 성과가 창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밖에 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가 짓는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JV), 일본 캐논도키의 디스플레이 증착 장비 등 다양한 분야의 고객사를 확보해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엠브이텍과 함께 진행하는 것은 과거 배터리 노칭 등 공정 장비가 아닌 단일화된 모듈 제품 위주"라며 "모바일 분야 외에도 반도체 기판, 전력반도체 등 다양한 영역에 머신비전 모듈 장비를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보에테크놀로지와 협업하는 스마트 물류 로봇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그는 "물류 로봇의 양산 제품 납품이 가장 큰 허들인데, 그 허들 하나는 넘었다"며 "아울러 다른 아이템에 대해서도 같이 개발하고 있기에 의미 있는 숫자가 조만간에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과거부터 추진해왔던 장비사로의 도약 목표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진입이 어려운 배터리 노칭이나 코팅 등으로 당장 추진하기보다, 엠브이텍 및 협력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단계적으로 거쳐가는 방식을 택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지아이텍이 정밀·가공, 엠브이텍이 장비 제작 등에서 노하우가 있어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 대표는 "각사가 보유한 고객사 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서로 마케팅을 진행하다보면 혼자서는 할 수 없던 것을 함께 협력하며 돌파구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권 지아이텍 대표 [ⓒ지아이텍]
이상권 지아이텍 대표 [ⓒ지아이텍]

◆ "'맨땅'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는 실력 갖춰야…독자적 역량 확보할 것"

이상권 대표는 지아이텍이 추진해야 할 최우선 목표로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독자적인 제품 개발을 꼽았다. 중국 등 해외 기업과의 직접 경쟁이 예고되는 만큼, 정책적 우위나 이점 없이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만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배터리 분야로 보면 전기차의 강점이 확실히 높은 편이고, 이 방식으로 가는 방향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그게 내년이 될 것이냐, 혹은 내후년이 될 것이냐의 문제일 것"이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경쟁할 중 회사와의 원가 경쟁력을 좁히는 것도 중요하다. 캐즘을 극복하더라도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넘을 수 있느냐가 더욱 큰 이슈"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른 원가 절감 방안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공장 가동을 위한 시스템 설치가 끝나서 불필요한 요소를 줄이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미국 공장의 경우 좀 더 효율적인 자동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과투자된 요소를 찾기 위한 시스템을 갖춰두고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제품 경쟁력 측면에서도 슬롯다이 등 주력 제품의 지속적인 버전 업을 추진하며 이익률을 제고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고, 기술 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에서 수급하던 것들도 내재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적 전망에 대해서는 "무리한 외형 성장보다도 이익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다. 아직 매출은 미미하지만, 소프트웨어·장비 역량을 갖춘 엠브이텍과의 시너지가 분명 있을 것"이라며 "독자적인 부품을 추가적으로 개발해 양산 라인에 20~30대 이상 넣을 수 있는 수준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결국 중국 등 외국 업체들과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경쟁을 해야 하기에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지아이텍은 이미 작년부터 경쟁을 위한 준비를 계속 해왔고, 앞으로도 해나갈 것이다. 먼저 앞서 나간 업계가 그러했듯, 현재 힘든 부품·장비 위기를 다시 극복하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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