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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우 농협금융 회장, 요원한 계열사 장악…결국 농협중앙회가 열쇠

강기훈 기자
25일 경기 고양 소재 NH인재원에서 열린 '2025년 신년 농협금융 경영전략회의'에서 이찬우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25일 경기 고양 소재 NH인재원에서 열린 '2025년 신년 농협금융 경영전략회의'에서 이찬우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내부통제 강화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소집하는 등 적극적인 현장경영 행보를 보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계열사를 장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KB·신한·우리·하나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과 달리 아직 이 회장은 농협금융 계열사 CEO 인사 선임에 관여할 수 없어서다.

이는 농협금융의 모기업인 농협중앙회가 계열사 CEO의 인사권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과 같은 '반쪽'짜리 권한에 불과한 관행을 바꾸려면 중앙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달 3일 취임사에서 이 회장은 "고객에게 신뢰받는 농협금융이 되기 위해 '금융사고 제로(0)화' 초석을 놓아야 한다"며 "내부통제 체계를 재정비하고,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농협금융은 계열사인 농협은행에서 많은 금융사고가 발생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계열사 단속을 내세웠다.

그는 지난달 25일 계열사 CEO들과 집행간부 등 80여 명을 소집해 경영전략회의를 가졌다. 앞서 취임 직후엔 취임식을 갖는 대신 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를 방문하는 등 현장경영을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지에도 전폭적인 인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이 회장이 계열사를 장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 농협금융의 회장들은 계열사 CEO를 선임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위원 자리에 앉지 못했다. 나머지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회장들이 위원으로써 CEO 인사에 목소리를 내는 것과 대조된다.

농협금융 회장 또한 임추위 의결을 통해 선임되기 때문이다. 같은 위원회에 속해 있는 만큼, 인사권을 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주 회장과 계열사 CEO를 뽑는 위원회는 원칙적으로 통합해서 운영해야 하고 예외적으로 분리해서 운영할 수 있다"며 "농협금융은 원칙을 따라 한 위원회만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 회장이 임추위 위원으로서 활약할 길은 남아 있다.

작년 농협금융은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임추위 관련 조항 중 '회장은 제외한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해당 문구를 삭제한 것은 맞다"라면서도 "이 회장을 임추위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이 회장이 계열사 장악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선 중앙회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회가 농협금융의 지분을 모두 갖고 있어 사실상 중앙회장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작년 계열사 인사 때 강호동 중앙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 다수가 CEO 자리에 앉았다"며 "이 회장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자 계열사에 대한 인사 그립감을 높이려면 결국 중앙회 차원에서의 배려가 필요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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