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홈플러스가 14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기업 회생 절차 개시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협력사, 입점주, 채권자들에게 사과하며 모든 채권을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은 "회생 절차로 인해 불편을 겪고 계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이 신속하게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해 준 덕분에 빠르게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상거래채권 변제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6일부터 시작된 상거래 채권 지급은 13일까지 3400억원을 상환 완료했으며, 대기업 및 일부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세업자 채권도 곧 지급 완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홈플러스의 현금 시재는 약 1600억원이며, 영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현금이 유입되고 있어 잔여 채권 지급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은 회생 절차 개시 후에도 실적이 긍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3월 4일 이후 일주일간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3.4% 증가했으며, 고객 수도 5% 늘어나는 등 회생 절차와 무관하게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협력사 및 임대점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하이퍼마켓, 슈퍼마켓, 온라인 거래 유지율은 95%를 기록하고 있으며, 물류 및 도급사 거래도 회생 절차 이전과 다름없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실적 개선의 원인은 2022년부터 추진해온 '메가푸드마켓' 점포 확대, 온라인 부문 성장, 멤버십 회원 증가(1100만명 초과) 등으로 고객 기반이 확대된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모든 채권을 일시에 지급하기는 어렵지만, 소상공인 및 영세업자의 채권을 우선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대기업 협력사들의 양해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기업 협력사들이 조금만 양보해 준다면, 계획된 분할 상환 일정에 따라 반드시 모든 채권을 상환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원휘 준법경영본부장은 회생 절차의 주요 단계와 진행 방식을 설명하며, 홈플러스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회생 절차가 ▲회생 절차 개시 신청 ▲포괄적 금지명령 발령 ▲채권자 협의 ▲채권 변제 계획 승인 ▲회생 계획안 제출 및 심리 ▲법원의 회생 계획 인가 ▲회생 절차 종결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생 절차의 본질은 기업이 부채 부담을 덜고 재기를 도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청산이 아닌 지속적인 운영이 목표"라며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실현 가능한 변제 계획과 구체적인 경영 정상화 방안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절차가 길어질 경우 기업 신뢰도 하락과 운영 자금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속한 진행이 중요하다"며 "홈플러스는 빠른 시일 내에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채권자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홈플러스의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홈플러스 공동 대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회생을 적극 지원할 의지를 갖고 있으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거나 무책임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MBK파트너스가 기업 회생을 사전에 계획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신용등급 하락을 확정적으로 인지한 후 회생 절차를 검토했을 뿐, 사전에 준비한 것은 없다"며 "점포 매각 또한 MBK가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기자간담회가 열린 같은 날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는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의 전단채(ABSTB) 사기 발행을 규탄했다. 피해자들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820억원 규모의 전단채를 발행했다고 주장하며 "기업 회생을 계획적으로 준비하고 피해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비대위 측은 "홈플러스와 카드사가 사전에 공모해 신용등급 하락 이후에도 전단채를 매각했다"며 "이는 명백한 사기적 기망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820억원 규모의 전단채 발행은 2월 24일에 이미 완료된 상태이며, 신용등급 하락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 절차를 밟으며 채권 변제 우선순위에서 전단채 피해자들을 배제하고 있다며,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했다. 비대위는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사재를 출연해서라도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