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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영화 '계시록', 웹툰과 차이 둔 이유는…"현실 반영, 몰입감 높였다"

채성오 기자
18일 진행된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제작·출연진들. 왼쪽부터 류준열, 신현빈, 연상호, 신민재. [ⓒ 디지털데일리]
18일 진행된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제작·출연진들. 왼쪽부터 류준열, 신현빈, 연상호, 신민재. [ⓒ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영화 계시록 같은 경우엔 원작의 큰 내용을 따라가지만 톤(분위기)적인 면에선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연상호 감독은 18일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제작보고회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지난 2022년 '카카오웹툰'을 통해 공개한 웹툰 '계시록'의 스토리를 담당했던 그는 원작자이자 영화 연출가로써의 차이점을 '캐릭터의 변주'로 꼽았다.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 '성민찬(류준열 분)'과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 '이연희(신현빈 분)'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계시록에 등장하는 중심 인물 성민찬과 이연희는 각자 자신만의 신념을 쫓아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로, 영상화 되면서 웹툰 초기 설정과는 다르게 표현됐다.

연상호 감독은 "성민찬이라는 캐릭터의 경우 원작에선 세속적인 인물로 출발했는데 작품에 들어가면서 류준열 배우가 아이디어를 줘서 변주를 줬다"며 "세속적이기보단 평범하면서도 신실한 입장이면 전체적인 캐릭터의 아치(곡선 형태의 구조물 또는 모형으로, 인물의 전·중·후 단계를 비유)가 더 강렬하게 나타날 것 같다는 얘길 해줘서 그 부분을 많이 반영했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이 스토리를 맡고 최규석 작가가 작화에 참여했던 웹툰 '계시록'. [ⓒ 카카오웹툰 갈무리]
연상호 감독이 스토리를 맡고 최규석 작가가 작화에 참여했던 웹툰 '계시록'. [ⓒ 카카오웹툰 갈무리]


실제로 성민찬은 계시록 초반부 신실하면서도 교인을 늘리는 데만 급급한 평범한 목사로 표현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신의 계시'에 집착하며 그에 따른 광기를 드러내는 인물로 묘사된다. 원작 속 세속적인 인물과는 거리가 먼 만큼, 영화로 표현되는 성민찬이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진 느낌을 전한다.

성민찬 역할을 맡은 류준열은 "목사라는 눈에 띄는 직업이다보니 여러 이미지가 있을 텐데 그 중에서도 저는 신과의 이야기, 대화, 직업관에 진실되며 깨끗하고 투명한 인물로 그려내고 싶었다"며 "인간이 계시라고 믿는 무언가에 있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디까지 가는 지가 재밌는 지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계시록의 다른 중심축이 되는 이연희 역시 영상화 되면서 설정에 변화를 준 캐릭터다.

웹툰 속 이연희의 경우 동생을 지켜주지 못 했다는 죄책감을 가졌지만 형사로써의 냉정함을 잃지 않는 인물로 그려졌다면 영상화를 거친 그는 보다 피폐하고 위태로운 느낌을 전한다. 신현빈 배우가 숏컷 헤어와 화장기 없이 주근깨가 보이는 형태로 표현한 영화 속 이연희는 죄의식에 짓눌려 사는 불안함을 배가시킨 모습이다.

영화 '계시록'에서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숏컷 헤어인 '이연희'로 분한 신현빈. [ⓒ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에서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숏컷 헤어인 '이연희'로 분한 신현빈. [ⓒ 넷플릭스]


이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이연희 역시 원작에선 강인한 인물로 묘사된 캐릭터인 데 신은빈 배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죄의식에 짓눌려 언제 바스러질 지 모르는 불안감을 유지하는 것이 영화가 가진 큰 흐름에서 더 극적 요소가 발생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신현빈은 이날 현장에서 이연희 캐릭터를 준비했던 과정에 대해 "영화 속 이연희는 자신을 가꾸는 것에 관심이 없고 그런 부분에서 무심하게 비춰지길 바랬다"며 "그래서 머리를 짧게 자르고 주근깨나 다크서클 분장의 도움을 받았는 데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다 보니 감정이 담기는 장면에서 피부톤으로 드러나는 변화가 느껴질 만큼 외적인 부분을 통해 이 사람이 겪는 내적 고민과 두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감을 위해 나아가려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극의 또다른 중심 인물이자 가장 혼란을 느끼게 될 캐릭터 '권양래'도 영상화를 통해 한층 입체적으로 표현된다. 실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이면서도 한편으론 진범이 아닌가 싶기도 한 느낌의 오묘한 이미지는 신민재 배우를 만나 불쾌와 혐오 그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로 그려진다.

영화 '계시록'에 출연한 배우들이 18일 열린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류준열, 신현빈, 신민재. [ⓒ 디지털데일리]
영화 '계시록'에 출연한 배우들이 18일 열린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류준열, 신현빈, 신민재. [ⓒ 디지털데일리]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18일 열린 영화 '계시록 제작보고회'에 보낸 영상을 통해 인삿말을 전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18일 열린 영화 '계시록 제작보고회'에 보낸 영상을 통해 인삿말을 전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신민재는 "연상호 감독님이 처음 주문하신 게 권양래는 막 출소한 범죄자이고 보기에 불쾌감이 느껴지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외형적으로도 불길해 보이는 이미지를 위해 탈모가 있는 것처럼 머리카락을 자르기도 했고, 흉터 분장을 해서 확신을 주기 위해 노력한 기억이 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편, 이날 제작보고회엔 영화 계시록의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로 참여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직접 영상 메시지를 보내와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해당 영상에서 "계시록은 류준열, 신현빈, 신민재 배우의 압도적인 연기로 완성된 몰입도 높은 심리 스릴러"라며 "이번 제작보고회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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