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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中 기업들의 '퀸카로 살아남는 법'

옥송이 기자

MWC25 아너 부스에서 '딥페이크 챌린지'를 진행하는 모습.
MWC25 아너 부스에서 '딥페이크 챌린지'를 진행하는 모습.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미국이 중국 바라보는 건요, 이렇게 비유할 수 있어요. 미국 하이틴 영화 보면 퀸카랑 인기 없는 여학생이 같이 나오잖아요. 미국 입장에선 자기들이 퀸카, 중국이 그 여학생인 거죠. 그런데 갑자기 인기 없던 학생이 예뻐지면서 학교 내 인기 순위에서 역전당하니 화가 나는 거죠."

지난 3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25. 총 7홀로 구성된 MWC 전시장인 피라 그란 비아는 '차이나 테크' 물결이 일었다. 주요 IT 기업들이 몰린 3·4관에는 중국 모바일·이통사들도 대거 부스를 차지하며,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을 견제했다. 중국 내수에서 기술 굴기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화웨이는 1관 전체를 차지했을 정도.

대규모 참여로 자국 인공지능(AI) 기술력 전파에 열을 올리던 중국 기업 관계자들은 미국 관련 질의에 안색이 달라졌다.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위와 같이 설명하기도 했다. 기술 격차가 큰 것으로 보였던 중국 기술력이 부쩍 성장하자, 미국이 중국의 성장을 눈엣가시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의 화웨이 제재를 비롯, 일련의 미중 갈등에 대해 대체로 억울하다는 게 중국인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한 중국인은 양국 갈등이 도리어 중국의 자체 기술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지금 중국 기업들은 자체 인공지능과 운영체제(OS)을 보유했고, 5G도 이끌고 있다"라면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부스는 한결같이 자사 AI와 OS 강조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MWC 개막을 하루 앞두고 신작 스마트폰을 발표한 샤오미 부스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AI 가전과 스마트 차량까지 자체 '하이퍼 OS' 하나로 연결되는 모습을 시연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세계 최초 3단 폴더블폰 타이틀을 차지한 화웨이 부스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화웨이는 MWC에서 총 세 가지 AI 기술력을 공개하고, 한발 더 나아가 휴머노이드까지 선보였다. 아너는 이번 전시에서 화웨이 하위 브랜드 출신이란 꼬리표를 확실히 뗐다. 새로운 AI 전략인 '알파 플랜'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AI 기기 생태계 기업 도약"을 선언한 것은 물론, 'AI 안전성' 카드까지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AI 기술 보편화에 따라 딥페이크가 사회적 이슈가 되자, 이를 겨냥해 딥페이크 분별 AI 기술을 선보였다. 오포의 하위 브랜드로 설립됐던 리얼미도 '넥스트 Ai'라는 자체 AI를 강조했다.

반면, AI 모델 '딥시크' 채택 여부에는 선을 그었다. 중국 AI 모델 딥시크는 최근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개인 정보 유출 우려가 불거진 바 있어,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제조사들은 일제히 "현재 스마트폰에 딥시크를 채용하지 않으며, AI 모델로는 구글 제미나이와 협업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던 중국 기업들이지만, 결국 글로벌 무대에선 다수의 인정을 받는 AI 모델을 채택한 것이다.

백도어 우려도 인지하고 있었다. 한 중국 기업 관계자는 "백도어 우려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중국뿐 아니라 어떤 국가의 기업일지라도 백도어가 없을 수는 없다"라며, "오히려 중국은 어떠한 인증이든 절차가 까다로운 만큼 OS를 통한 정보 관리도 더 철저하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중국 제조사들이 택한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적재적소에 유리한 입장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향한 우려나 잣대에 대해선 '우린 잘하고 있는데 억울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글로벌 무대에선 보안 우려를 사지 않기 위해 중국 AI 모델 대신 미국 AI 모델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퀸카 전략은 아무래도 자유다. 다만,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개인 정보 침해 및 안전성 우려에 대해서는 억울함 호소에 그치지 않고, 우려를 신뢰로 바꿀 수 있는 보안 체계로 입증하길 바란다.

옥송이 기자
ocks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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