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취재수첩] AI 시대, 잘 살고 있나요?

백지영 기자

ⓒPIXABAY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아마 여기 계신 분들 중 2년 후에도 자리를 지키고 계신 분은 1~2명 밖에 안 될 겁니다."

최근 만난 한 국내 IT업체 대표가 저녁 자리에 모인 기자들에게 한 충격적인(?) 발언이다. 인공지능(AI)의 발전상에 대한 얘기를 하던 중 그는 "AI가 아직 기자를 대체하기엔 부족한 것 같다"는 한 기자의 말에 이같이 응수했다.

과거 수습기자나 인턴기자가 발전하는 속도와 비교하면 향후 AI 기자의 활약은 그야말로 천지개벽할 수준이고, 조만간 상당부분 이를 대체할 것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비단 언론사 뿐만이 아닐 것이다. 제조, 금융, 통신,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 전산업군에 걸쳐 AI의 전방위적인 침투가 전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1년 넷스케이프의 공동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투자자인 마크 안드레센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왜 SW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나?(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란 제목의 흥미로운 칼럼을 게재했는데, SW 대신 AI를 넣으면 딱인 상황이다.

그야말로 AI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부분의 기업들도 내부에 AX(AI 전환) 조직을 만들고 혁신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고, 개인은 더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하지만 이렇게 높아진 생산성과 편리함이 행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AI가 발전하면서 우리는 과거에 상상조차 못 했던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단순하게는 스마트폰 하나로 일정 관리부터 금융 업무, 쇼핑, 심지어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까지 가능해졌다. AI 챗봇과 가상비서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며,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는 기계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걸까?

AI 기술은 효율성을 극대화했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의 삶을 더욱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과거에는 출퇴근이 업무의 시작과 끝을 의미했지만, AI를 활용한 업무 환경에서는 퇴근 후에도 메일과 메시지가 끊이지 않는다. 생산성이 증가한 만큼 일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쉬는 시간'이 사라지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펼쳐졌다.

또한, AI의 발전은 인간관계에도 미묘한 변화를 가져왔다. 온라인에서 AI 기반 추천 시스템이 우리의 취향을 분석해 최적의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이는 우리를 더욱 좁은 취향의 세계에 가두고 있다. 알고리즘이 선별한 정보만 접하다 보면, 다양성을 잃고 편향된 시각을 갖게 될 위험도 크다. 게다가 AI 챗봇과의 대화가 인간관계를 대체하면서, 정작 현실에서는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AI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정말 '잘 살고' 있는 걸까? 편리한 세상은 되었지만, 그만큼 우리의 삶이 더 나아졌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기술이 인간을 위한 것이 되어야지, 인간이 기술에 종속되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잘 사는' 삶을 위해서는 AI의 발전이 인간성을 해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편리함을 넘어, 함께 살아갈 가치에 대해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백지영 기자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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