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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 맞아?" AI 에이전트 컴퍼니 '커밍쑨' [real! AI pro]

이건한 기자

AI 대전환의 시대, 쏟아지는 이슈와 키워드 중 '꼭 알아야 할 것'과 '알아두면 좋은' 것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real! AI Pro]는 이 고민을 현업 전문가들이 직접 선정한 주제와 인사이트를 담아 명쾌하게 정리해드립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2025년 국내외 AI 산업을 관통 중인 화두는 단연 '에이전트(Agent)'입니다. 기존의 단순 대화형 AI와 달리 능동성이 부여된 최근 AI 에이전트들은 인간이 모든 작업을 세세하게 지시하지 않아도 작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스스로 판단, 수집하며 활용(Action)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로써 AI에 의한 일상과 업무 생산성은 지난 2년간 챗GPT로 촉발된 초기 생성형 AI 혁신의 결과물 이상으로 향상될 것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변화는 전보다 능력 좋은 AI 개인비서 '하나'를 얻는 수준이 아닙니다. 각 전문 분야로 세분화된 AI 에이전트가 봇물처럼 쏟아질 예정이며, 앞으로 인간은 이 무한의 에이전트를 어떻게 조합해 나만의 'AI 에이전트 사단'을 구축하는지가 이 사회에서의 새로운 경쟁 포인트가 될 것이란 전망도 따릅니다. 이로써 겉은 '개인 사업자', '1인 기업'이지만 그 안에는 수십, 수백개의 AI 에이전트가 팀을 이뤄 운영되는 기업의 등장이 현실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에 실제로 최근 교육 현장의 AI도 단순 AI 도구 활용에서 AI 에이전트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과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돕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모든 변화의 추세와 핵심을 AI 교육 전문기업 엘리스그룹의 김수인 CRO가 전해드립니다.

[ⓒ 디지털데일리]
[ⓒ 디지털데일리]

■ '트레이딩 펌'을 AI 에이전트로 분업·협업해보니

안녕하세요, 김수인입니다. 'AI 에이전트로 구성된 회사'는 실제로 구현 가능한 시나리오일까요? 저는 지난해 말 AI 분야의 주요 국제학회 중 하나인 'AAAI 2025'에 게재된 논문(TradingAgents: Multi-Agents LLM Financial Trading Framework)에서 이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해당 논문의 연구팀은 AI 에이전트로 트레이딩 펌의 협업 프로세스 모사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트레이딩 펌은 금융 시장에서 주식, 채권, 외환, 암호화폐, 선물, 옵션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매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입니다. 이 안에서는 연구원, 트레이더, 리스크 관리자, 펀드 매니저 등 다양한 금융 전문가들이 서로 협업하여 최고의 성과를 위해 노력합니다. 논문의 실험 목적은 이런 트레이딩 펌의 협업 구조를 각각의 전문가 역할을 하는 AI 에이전트 그룹으로 재현한 뒤, 실제 성과를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AI 에이전트로 구성된 트레이딩 펌 구조 (ⓒ 논문 발췌)
AI 에이전트로 구성된 트레이딩 펌 구조 (ⓒ 논문 발췌)

이를 위해 연구팀은 트레이딩 펌과 유사하게 먼저 다수의 애널리스트 에이전트가 동시에 시장 데이터 (펀더멘털, 센티먼트, 뉴스, 테크니컬 등 각자 전문 분야 분석)를 수집하게 했습니다. 리서치 에이전트 팀은 이를 모아 토론하며 강세론(불리)과 약세론(베어) 관점 모두에서 균형 잡힌 분석을 도출하는 역할을 맡았지요.

이어 트레이더 에이전트는 분석된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매매 결정을 내리고, 리스크 관리자 에이전트가 현재 포트폴리오와 시장 상황을 점검해 결정의 위험도를 검토합니다. 마지막으로 펀드 매니저 에이전트가 해당 거래를 승인하고 실행함으로써 트레이딩 펌을 모사한 AI 에이전트들의 협업 사이클 하나가 마무리되는 구조였습니다.

특히 이 연구의 핵심은 각 에이전트가 각자의 전문 분야 업무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팀으로서도 종합적이고 생산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는가였는데요. 결과는 긍정적이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본 실험처럼 역할 분담이 이뤄진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이 기존의 '단일 에이전트'보다 누적 수익률, 샤프 지수, 최대 낙폭 등 성과 지표에서 모두 뚜렷한 향상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 빅테크도 AI 에이전트 경쟁에 사활... 발전속도 놀라워

위 실험은 비록 작지만, 앞으로 등장할 AI 에이전트는 금융처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도 충분히 인간과 함께 생산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의 일면을 가시적으로 제공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 AI 에이전트 구현 기술은 현재 초기 도입 단계로 평가되면서도, 상당히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령 오픈AI가 지난 1월에 공개한 최신 AI 에이전트 '오퍼레이터(Operator)'만 봐도 경쟁사 앤트로픽의 수개월 전 초기 모델과 달리 프로그래밍 지식 없이 자연어 명령만으로도 AI가 컴퓨터와 웹 기능 일부를 조작해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픈AI의 초기 AI 에이전트 서비스 '오퍼레이터' 데모 화면 (ⓒ 오픈AI 공식 홈페이지)
오픈AI의 초기 AI 에이전트 서비스 '오퍼레이터' 데모 화면 (ⓒ 오픈AI 공식 홈페이지)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옴니파서(OmniParser)는 AI가 컴퓨터 화면 속 픽셀을 읽어내 버튼, 메뉴 같은 인터페이스 요소를 구조화된 데이터로 변환할 수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이로써 별도의 API 개발 없이도 AI는 인간처럼 일반 소프트웨어의 화면을 이해하고 클릭, 입력 등의 동작을 할 수 있습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이는 앞으로 컴퓨터를 다루는 분야의 AI 에이전트 활용 범위가 폭발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변곡점이기도 합니다.

■ 수작업 끝판왕이었는데... '구형 강의 최신화'도 AI로 OK

이처럼 기업은 초기 AI 에이전트를 선보이고, 요즘 AI 얼리어답터들은 최신 AI 에이전트에 담긴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직접 확인해 보고 있습니다. 개인 뿐 아니라 크고 작은 기업들이 내부 업무에 에이전트 접목을 시도해보며, 어디까지 AI에게 믿고 맡길 수 있는지에 대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 개발자들은 다시 그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에이전트의 성능과 안정성을 개선하고 있고요. 이 과정이 빠르게 반복되면서 조만간 일반 사용자들에게도 AI 에이전트가 지금보다 유용한 필수 도구로 안착될 날이 멀지 않아 보입니다.

엘리스그룹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그동안 일반인들을 위한 AI 교육 강좌를 오랫동안 서비스 해왔는데요. 최근 내부에서 오래된 강좌를 최신 내용으로 업데이트 하는 일에 AI 에이전트를 접목해 보았습니다. 예컨대 수년 전 만들어진 '파이썬 프로그래밍 온라인 강좌'는 시간이 지날수록 파이썬 버전이 바뀌고 새로운 모듈이나 라이브러리가 등장하면 일부 내용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해 가치가 희석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강의 최신화는 필수인데요. 이전에는 내부의 콘텐츠 팀이 일일이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직접 확인하고, 강의 비디오를 보면서 대사를 텍스트로 옮긴 뒤(스크립트 작업), 낡은 요소를 하나하나 찾아 수정했습니다. 당연히 시간이 많이 들고 오타 같은 인간적인 실수도 발생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AI 에이전트가 슬라이드를 직접 분석한 뒤 STT(Speech to Text, 음성을 글자로 전환) 기술을 활용해 비디오 속 음성을 스크립트화 합니다. 이어 그 안에서 어떤 내용이 오래됐는지 식별합니다. 이 때 만약 파이썬2 문법으로 작성된 내용이 있다면 최신 파이썬3에 맞춰 수정하고, 구형 라이브러리 사용 예시도 신형 라이브러리로 교체하라 제안하는 식이지요.

나아가 아예 콘텐츠 제작의 자동화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주어진 문서나 깃허브(GitHub)의 리포지토리(프로젝트 저장소)를 AI 에이전트가 받아서 스크립트로 변환하고, 슬라이드 형태로 자동 구성한 뒤, TTS(글자를 음성으로 전환) 모델과 연동해 강의 음성을 생성하는 작업은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사람이 처음부터 직접 자료를 읽고 PPT를 만들어 녹음까지 했야 했던 부담의 상당 부분을 AI가 대신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 과정들이 아직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TTS 생성 음성이 어색하거나, 스크립트 추출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 누락 또는 중복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엔 이런 실수까지 잡아내는 '검수 에이전트' 개념도 등장했습니다. 이로써 AI로 자동 생성된 결과물을 검수 AI 에이전트가 점검해 수정 작업까지 자동화하는 일도 시도해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실제로 엘리스그룹 내부에서는 최근 다중 에이전트 시나리오를 구상하며 '생성 에이전트 → 검수 에이전트 → 최종 확인'의 파이프라인 구축을 흥미롭게 실험해보는 중입니다. 또한 이 가운데 저희가 기대하는 바는 AI의 본질적 역할인 '인간이 창의적이고 고차원적인 작업에 시간을 쏟도록 돕는 일'의 실현과 그것이 이뤄진 현실의 열매를 실질적으로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 AI 에이전트 시대에 지혜롭게 대비하는 법

자 이 정도면 어떤가요?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수년 후엔 우리가 AI 에이전트로 구성된 나만의 회사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일이 결코 헛된 꿈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간과하지 말 것은 AI 에이전트가 아무리 유능해져도 사용자의 에이전트 활용 역량이 부족하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AI 교육 현장에 있다보면 이 중요성이 더욱 깊이 체감됩니다. 사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정말 다양한 준비가 필요한데요. 몇가지 중요한 요소들만 꼽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챗GPT 이미지' 기반 생성
ⓒ '챗GPT 이미지' 기반 생성

① AI 에이전트에 대한 기본 이해

사용자는 에이전트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한계가 있는지 알아야, 즉 약점을 이해해야 에이전트가 만들어낸 결과를 맹신하지 않고 올바르게 검토하여 적용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도구 연계법도 숙지하여, 인간은 유능한 직원(에이전트)을 잘 부리는 매니저가 되어야 합니다.

② 프롬프트(명령문) 설계 능력

AI 에이전트 시대라도 모든 것이 자동화되지 않습니다. 최소한 여러 에이전트의 작업을 조율하려면 사용자가 지시를 명확하고 단계적으로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인간은 앞으로 단순 생산 스킬보단 원하는 목표를 효율적으로 쪼개는 기획력과, 그것을 언어로 정확히 표현하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③ 모니터링 능력과 윤리 의식

또한 에이전트 간 협업의 산출물을 중간중간 확인하고 미비한 점은 피드백을 줄 수도 있어야 합니다. 한층 고급화된 관리감독 능력을 말합니다. 또한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측면에서 윤리적 책임은 AI가 아닌 사용자인 인간에게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세요. 따라서 우리는 AI 에이전트가 편향되거나 부적절한 결과를 만들지 않도록 지도하는 윤리 의식도 필요합니다.

현재 AI 사용자의 이런 역량을 키우기 위해 엘리스도 새로운 교육 콘텐츠와 실습 환경을 준비 중입니다. 비전공자도 AI 에이전트 개념과 사용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강의, 효율적인 프롬프트 작성 요령, 에이전트 프레임워크 사용법 등도 최근에 오픈했고요. 기업 교육에는 임직원들이 AI 에이전트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실습과제나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에 에이전트 활용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실제로 간단한 에이전트 시나리오 실습 과정을 더해 한 사람이 여러 AI 봇에게 일을 분배하고 결과를 합치는 체험 환경도 마련했습니다. 이 가운데 학생들이 엘리스LXP 플랫폼 내에서 공부 중 AI와 자연스레 상호작용 하는 경험도 쌓도록 했고요. 이를 종합하여 인간이 'AI 에이전트를 도구로 다루는 법'을 새로운 디지털 리터러시의 한 축으로 조기 습득하도록 돕는 것이 현재 엘리스그룹의 주요 비전입니다.

■ 사소한 일부터 AI 에이전트와 친해지세요

끝으로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꼭 엘리스 플랫폼에서가 아니라도 개인적으로 에이전트를 이용한 작은 자동화 경험부터 쌓아보라는 것입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를 들어 업무 메일 분류나 일정 정리 같은 것을 규칙 기반 도구나 간단한 매크로로 자동화해보고, 나아가 ChatGPT 같은 생성형 AI에게 "메일 요약 좀 해줘" 같은 부탁도 해보는 것이죠. 이렇게 자동화에 익숙해져야 향후 더 똑똑한 AI 에이전트가 나왔을 때 거부감 없이 수용할 수 있습니다.

둘째, AI와 협업하는 연습을 권합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이아 나델라 CEO는 "AI는 지식 노동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지만, 이를 없애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 AI와 인간이 협력하는 새로운 워크플로우를 도입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AI가 만능 비서처럼 다 해주길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매니저가 되어 AI에게 일을 시키고 그 결과를 평가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예컨대 정보를 찾을 때도 막연히 검색하듯 하지 말고, AI에게 단계별로 질문을 던져가며 원하는 답을 얻어보세요. 그러면 프롬프트를 설계하고 개선하는 요령이 늘어서, 나중에 에이전트한테 일을 맡길 때 정확하게 지시를 내리고 피드백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균형 잡힌 긍정'입니다. AI 시대를 두려워만 하지 말고 그렇다고 지나친 환상도 경계하면서, 능동적으로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분명 에이전트들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편리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가령 컴퓨터에 서툰 분들도 에이전트를 통해 복잡한 온라인 폼 제출 같은 일을 손쉽게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몸이 불편한 분들에겐 음성으로 명령해 대신 클릭해주는 AI 비서가 큰 도움이 될 수 있고요. 이런 긍정적인 가능성을 실현하려면 우리 스스로 준비된 사용자가 되는 게 중요합니다. 결국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결국 미래의 경쟁력을 갖출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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