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美서도 트럼프 관세 우려 점화…'동분서주' 삼성·LG

옥송이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오후(현지시간) 웨이저자 TSMC 회장과 함께 TSMC의 10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워싱턴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오후(현지시간) 웨이저자 TSMC 회장과 함께 TSMC의 10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워싱턴 EPA=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내달 2일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미국에서는 경제 침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 지수 하락과 1분기 미국 기업 실적 하회 전망이 이를 방증한다.

미국 관세발 경제 혼란이 가중되면서, 국내 가전 기업들도 줄타기 행보를 시작했다. 미국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책을 확보하는 한편, 신흥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 관세를 2단계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먼저 교역국에 대한 무역 관행을 조사에 착수하고, 해당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는 그간 잘 쓰지 않던 법 조항을 꺼내 들어 긴급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미 행정부는 해당 방안 전개를 위해 법적 수단을 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법 301조를 근거로 교역 상대국을 조사하고, 1930년 관세법인 338조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근거해 즉각 관세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고관세 정책을 두고 행정부가 본격적인 행보를 펼치면서 미국 경제도 출렁인다. 같은 날 미국 경제조사단체 콘포런스보드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가 92.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월 추정치인 100.1 대비 7.2포인트 급락한 것으로, 전문가 전망치인 93.5에 미치지 못한 수치다.

소비자신뢰지수는 경제주체의 심리가 반영되는 지표다. 이번 수치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이 경제 전망을 다소 비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 전망 및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영향이다. 앞서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가 무역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가들의 의견에 기반해 올해 1분기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25일 진행한 제23기 LG전자 주주총회에서 인도를 지경학적 중요 지역으로 꼽고 설명하는 모습.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25일 진행한 제23기 LG전자 주주총회에서 인도를 지경학적 중요 지역으로 꼽고 설명하는 모습.

이에 미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국내 기업인 삼성과 LG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양사는 북미 TV 및 생활 가전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 TV 시장에서 한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출하량 기준 27%이며, 매출 기준 누적 점유율은 48% 수준이다.

삼성과 LG는 각각 미국 현지에서 사우스캐롤라니아, 테네시 공장을 가동하며, 주변 국가에서도 제품을 생산한다. LG전자의 경우 멕시코 레이노사에서 TV를, 몬테레이에서 냉장고와 오븐을, 라모스에서 전장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25일 주주총회에서 이와 관련, 대응책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발 관세 위협 등 경영 환경 악화는 '상수'가 됐다"며, "시나리오를 두고 불확실성 높은 경영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업 구조를 만들겠다"고 직접 언급했다.

또한 주총 직후에는 "플레이북이라는 이름으로 수시로 사업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 테네시 공장에 냉장고·오븐 등을 생산 가능하도록 부지 정비를 비롯, 가건물을 올리는 작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면서, "멕시코 관세 부과 시 지체없이 (생산)하도록 준비해놨다"고 덧붙였다.

고관세 부과 시 현지 생산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관세 대응책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통상환경에 따라 대응할 채비를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미국 고관세 정책에 대응하는 한편, 신흥 시장을 새로운 전략적 요충지로 주목하고 있다. 미국 시장 불확실 증대로 인한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취지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직접 중국발전포럼 참석차 중국에 머물며 현지 전기차 기업들과 접촉했다. 샤오미 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데 이어, 세계 전기차 1위 기업인 비야디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중국 기업들과 전장협력을 확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LG전자는 남반구 신흥국(글로벌사우스)를 신시장으로 점찍고, 그중에서도 인도에 주력한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올해부터는 기존 성장전략에 '지역'이라는 전략의 축을 더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유망 지역에서의 성장 가속화를 추진한다. 특히 인도는 특히 경제 안정성과 성장성 관점에서 독보적이라 생각한다"며, 인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현재 인도 가전 보급률이 낮은 상황이지만 내년부터 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000달러대에 진입하는 등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이 크게 늘 것으로 본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시장은 2028년까지 각각 연평균 13%, 9%, 21%씩 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LG브랜드 스타트업을 포함해 물류 인프라를 확실히 다졌고, 재무적으로도 LG의 인도 사업은 건전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조 사장은 "(인도 내) 1등 가전 기업에서 안주하지 않고, 더 많은 인도 고객에게 사랑받는 국민브랜드가 되겠다"고 말했다.

옥송이 기자
ocks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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