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물결치는 트레이, 바삭한 기술…bhc '튀봇'이 튀긴 치킨은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하루 평균 240건 정도의 주문이 들어옵니다. 예전 같으면 최소 4~5명의 인력이 필요했지만, '튀봇' 덕분에 이제는 3명만으로도 매장을 충분히 운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9일 서울 성동구의 bhc 금호동점. 주방 안쪽 한편에서 '치킨 튀기는 로봇'인 튀봇이 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스테인리스 외관을 두른 박스형 기계는 사람 손을 거치지 않은 채 일정한 속도로 트레이를 움직였고, 튀김 바스켓은 일정 간격을 두고 기름에 잠겼다 올라오길 반복했다.
이날 찾은 금호동점은 튀봇을 도입한 24개 매장 중 하나다. 점포 내 주방은 이전보다 조용하고 깔끔한 분위기였다. 튀김 로봇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조리를 대신하는 동안, 주방 직원은 사이드 메뉴를 정리하거나 양념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금호동점 점주는 "이전에는 피크타임 때 튀김 바스켓만 보고 있어야 했는데, 지금은 시간 배분이 훨씬 수월해졌다"며 "조리 과정은 특별한 기술 명칭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고, 반죽된 재료를 바스켓에 넣고 태블릿 화면에서 메뉴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작 자체가 간편해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다는 점도 매장 운영 측면에서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튀봇은 bhc와 LG전자 사내벤처가 공동 개발한 튀김 조리용 로봇이다. 반죽 및 초벌 작업을 마친 치킨을 기계에 올리기만 하면, 트레이가 자동으로 움직이며 고온의 기름 속에서 정해진 시간과 온도에 따라 조리를 수행한다. 결제단말기(POS)와 연동된 태블릿을 통해 조작되며, 주문 순서에 따라 효율적으로 조리가 진행된다. 치킨 조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튀김이 로봇에 의해 구현되는 셈이다.
튀봇은 bhc의 독자적인 레시피를 기반으로 기름 온도와 조리 시간을 정밀하게 제어한다.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바스켓 흔들기와 잔여 기름 제거 작업까지 자동화해 조리 효율성과 품질 안정성을 높였다. 실제 튀김 중간 3회 이상의 흔들기와 기름 털기 작업이 자동으로 이뤄지며, 즉시 열기 배출 시스템이 주방 내부 온도를 낮추는 기능도 탑재돼 있다.
이러한 기술 완성도는 bhc 본사와 LG전자 사내벤처의 장기간 협업 결과다. bhc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조리 매뉴얼과 테스트에 참여했고, 자사 치킨 레시피에 최적화된 튀김 솔루션을 공유했다. 수차례의 테스트 끝에 bhc 치킨 메뉴에 최적화된 조리 매뉴얼 기술을 적용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조리 시간, 온도, 기름 흔들기 강도 등을 정교하게 반영한 조리 알고리즘을 완성했다.
사전에 입력된 레시피를 기반으로 일정한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히며, 조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일체형 후드와 안전펜스도 갖추고 있다. 또한 매장별 주방 크기 및 형태에 맞춰 제작되는 커스터마이징 방식도 특징이다.
bhc 관계자는 점포별 튀봇 도입에 대해 "공간 효율성과 조작 편의성을 세심하게 고려해 맞춤형으로 설계된다"고 말했다.
bhc가 도입 가맹점을 대상으로 진행한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단순 반복 작업 감소로 작업 속도가 빨라지고 피크타임 주문 대응이 수월해졌다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열기 배출 시스템으로 주방 내부 온도가 낮아지면서 냉방비가 줄고, 고온에서 장시간 작업해야 했던 조리 환경이 크게 개선된 점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이러한 인력 절감 효과와 함께 인건비 부담 완화도 점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bhc는 앞으로도 튀봇 도입 매장을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조리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매장 운영 전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bhc는 "튀봇은 인력 구조와 조리 효율을 함께 바꾸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튀봇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해 현재 ▲대구경대북문점 ▲계룡엄사점 ▲일산덕이점 ▲제부도점 ▲금호동점 ▲제주신화월드점 ▲영어교육도시점 등 전국 24개 매장에서 가동 중이다. 상반기 내로 경기도 하남의 'bhc 아카데미'에도 설치될 예정으로, bhc는 이곳에서 튀봇 관련 조리 교육과 시스템 확산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장에서 맛본 bhc의 신메뉴 '콰삭킹'은 튀봇의 기술적 완성도를 체감하게 해줬다. 약 7개월간 1000마리 이상의 닭을 테스트하며 완성된 메뉴로, 특히 크럼블 개발에만 3개월이 소요됐다. 얇고 독특한 피복을 입혀 피는 얇지만 식감은 살아있는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의 정수를 보여준다.
튀봇으로 조리된 콰삭킹은 고르게 익고 바삭함이 탁월했다. 첫 입에 '콰직' 소리가 날 정도로 바삭하면서도 속살은 육즙이 살아 있어 촉촉했다. 실제 조리 일관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구현되기 힘든 텍스처다. 바삭함과 담백함, 적당한 기름기까지 조화를 이뤘다. 눈으로 보이는 바삭함, 귀로 들리는 소리, 입으로 느끼는 식감이 삼위일체처럼 느껴졌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았다.
튀봇은 조리 기술과 프랜차이즈 운영의 경계를 다시 설정하고 있다. 높은 인건비, 인력난, 조리 안전성 같은 업계 숙제를 기술로 풀어내는 시도이자, 맛의 균일성을 확보하려는 정밀함의 결정체로 보인다. bhc는 튀봇을 통해 조리 품질을 브랜드의 고정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bhc 관계자는 "튀봇 도입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단순 반복 작업에서 벗어나 조리 품질 관리, 위생, 홀 운영, 고객 응대처럼 더 본질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라며 "특히 피크타임처럼 바쁜 시간대에도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어서 점주님들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bhc가 3년 연속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bhc는 매출 5127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337억원으로 11.2% 증가했다.
제너시스BBQ는 매출 5032억원, 영업이익 783억원으로 각각 6.3%와 41.3% 늘었다. 교촌치킨은 매출 4808억원으로 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4억원으로 37.8%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bhc가 26.1%로 가장 높았고 BBQ(15.6%), 교촌치킨(3.2%)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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