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최근 넥슨이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실상 국내 게임사 전반이 블록체인 신사업에 도전하게 된 셈이다. 특히 게임업계 중심축으로 꼽히는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이하 3N)가 블록체인 신사업에 뛰어드는 만큼, 다시 한 번 주목도가 올라간 상황이다.
업계에선 빠르면 올해 하반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블록체인에 진심인 ‘진짜’ 기업과 돈만 쫓는 ‘가짜’ 기업이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진짜가 남아도 큰 산은 여전히 넘어야 한다. 국내 P2E(Play-to-Earn) 게임 규제가 대표적이다.
대내외적으로 게임산업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다만 국내 게임 이용자 및 업계는 블록체인 기술이 ‘왜’ 게임에 필요한지 설명해줄 수 있는 게임을 아직도 기다린다. 그 기대감은 여전히 높다.
◆돈? 재미? 옥석 가리기는 이미 시작됐다=지난 1분기 신통치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게임사 대부분은 지난해 블록체인·대체불가능한토큰(Non Fungible Token, 이하 NFT) 신사업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사가 실적 반전을 위해 노리는 건 블록체인 게임 신작 출시다.
게임사 전반은 올해 실적 타개책으로 블록체인이 포함된 신작을 밀고 나갈 계획이다. 출혈은 계속될지라도, 하나의 게임을 통해 글로벌을 잡겠다는 목표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게임 기업에 대한 기상도가 어떻게 그려지고 변화될 지는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현행 게임산업법에 따라, 가상자산을 게임 내 재화로 활용하는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를 막고 있다. 게임을 통해 획득한 게임머니, 아이템 등을 환전하거나 환전을 알선하는 행위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어서다.
최근 루나·테라 사태로 촉발된 가상자산 신뢰성 하락도 예상치 못한 난관이다. 인게임 재화로 쓰일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성이 날이 갈수록 대내외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은 게임사에게 힘겨운 싸움이다. 코스피가 외국인 투자자 매도 여파로 지난 17일 장 초반 한때 2400선이 붕괴되는 등 주식시장 상황도 좋지 못하다.
결국 게임 흥행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게임사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라며 “현재 게임으로 수익을 충분히 내고 있다고 해도, 그보다 더 막대한 비용이 글로벌향 게임을 만들 역량을 갖추기 위해 쓰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게임사가 블록체인을 통해 돈만을 쫓는지, 게임 재미를 쫓는지도 내년 상반기까지 가려지지 않겠느냐”며 “아무래도 연구개발 및 인건비 등 아낌없이 관련 비용을 쏟는 게임업체일수록 블록체인을 통한 게임 본질인 재미를 챙길 수 있는 ‘진짜’ 면모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블록체인 선언, 넥슨까지 동참=이러한 가운데 3N 중 가장 먼저 블록체인을 외친 넷마블, P2E가 아닌 NFT에만 집중하겠다는 엔씨소프트(이하 엔씨), 인기 게임 지식재산권(IP)을 다수 보유한 넥슨까지 참전을 결정했다. 다시 한 번 블록체인 게임 산업에 대한 국내 게임 이용자 및 코인 홀더 이목이 쏠리고 있다.
넷마블은 3N 중 블록체인 신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올해 블록체인 게임 ‘A3:스틸얼라이브(글로벌)’ ‘골든브로스(얼리 엑세스, 글로벌)’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 ‘제2의나라(글로벌)’을 출시했다.
특히 제2의나라(글로벌)은 현재 독일과 영국,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 중이다. 마브렉스(MBX)와 아이텀큐브 코인을 기축통화로 삼는 게임을 선보이며 다양한 행보를 펼칠 계획이다.
엔씨도 올해 4분기 NFT를 탑재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W’를 글로벌 2권역에 출시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한다. NFT는 토큰마다 고유 가치를 지닌다. 토큰 1개의 가격이 일정한 일반 가상자산과는 다르다.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당시 엔씨는 블록체인 게임 관련 트렌드를 의식해 P2E나 NFT를 언급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내부에서 이미 가장 경쟁력 있게 서비스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준비를 차근차근 해왔다는 입장이다. 사업적 측면과 기술적 측면은 이미 고려됐으며, 가장 중요한 법률적인 측면을 검토 중인 단계다.
넥슨은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를 통해 NFT 중심 생태계인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생태계엔 넥슨 핵심 지식재산권(IP)인 메이플스토리가 활용된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IP로 블록체인과 관련한 여러 프로젝트를 선보일 방침이다.
강대현 넥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전세계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융합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로 넥슨이 생각하는 진화된 가상세계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