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로 인쇄회로기판(PCB) 수요공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칩 패키징에 쓰이는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가 대표적이다. 이에 국내 전자부품 업계는 새 먹거리로 FC-BGA를 낙점했다. 일본과 대만에 이어 한국이 주요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시장조시가관 프리스마크에 따르면 지난해 FC-BGA 시장은 전년대비 39% 커졌다. 올해는 작년보다 25% 확대될 예정이다.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1%로 2011~2020년간 성장률(1.2%) 대비 약 10배다.
FC-BGA는 둥근 돌기인 솔더 범프로 칩과 연결되는 PCB다. 칩과 기판이 밀착돼 와이어 방식 대비 적은 신호 손실과 빠른 전달력이 특징이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패키징용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고성능 컴퓨팅(HPC)이 필요한 분야는 물론 코로나19 국면 들어 비대면 일상이 확산하면서 서버의 데이터 수요가 급증했다. 이는 인텔 AMD 엔비디아 등 생산량 확대로 이어졌고 FC-BGA까지 부족해진 것이다. 애플이 자체 프로세서를 내놓고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칩 개발에 나서면서 부족 사태는 더욱 심해진 상황이다.
반도체 후공정 업체 관계자는 “올해 물량은 이미 예약이 끝났고 내년 몫까지 거의 마감된 것으로 안다. 최근에는 엔드 유저가 직접 기판을 구하러 다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텔 AMD 등은 반도체 기판 제조사에 수천억원 규모 자금 지원을 제안하면서 FC-BGA 생산라인 증설을 요청하고 있다. 갑을관계가 뒤바뀐 분위기다.
그동안 FC-BGA 시장은 일본 이비덴과 신코,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이 주도해왔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에 사용되는 플립칩(FC)-칩스케이패키지(CSP) 주력이던 한국은 해당 분야에서 약세였다. 하지만 전방산업 호황으로 우리나라 회사로 기회가 넘어오는 추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삼성전기다. 작년 말부터 지난달까지 총 1조6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부산과 베트남 사업장에 증설을 단행한다. 앞서 삼성전기는 극소수 협력사만 포함된 애플 ‘M1’ 시리즈 공급망에 진입하는 등 성과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올해 출시를 앞둔 ‘M2’ 시리즈의 FC-BGA도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반기부터는 상대적으로 고부가인 서버용 FC-BGA 양산도 돌입할 계획이다.
대덕전자도 지난 1~2년간 투자를 대폭 늘렸다. 지난 21일 공시한 2700억원을 포함해 총 5400억원 이상을 쏟아붓는다. 현재 국내외 고객사와 기판 공급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고밀도회로기판(HDI)가 메인인 코리아써키트도 통신용 FC-BGA 제조시설에 수천억원을 집행할 방침이다. 글로벌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와 협력 중이다.
지난 2월에는 LG이노텍까지 FC-BGA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초기 투자금으로 4130억원을 쓴다. 향후 단계적으로 증액할 전망이다. LG이노텍은 후발주자지만 글로벌 네트워크는 물론 FC-BGA와 공정이 유사한 시스템패키지(SiP)용 기판, 안테나패키지(AiP)용 기판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