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10조원 이상 초대형 사업도 ‘멀티 클라우드’··· 후발주자에게 기회?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지난 몇 년간 지지부진했던 미국 국방부 클라우드 사업의 향방이 결정됐다. 특정 사업자에게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업자의 서비스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멀티 클라우드 방식을 채택한 것이 눈길을 끈다.

지난 7일 미국 국방부는 ‘JWCC(Joint Warfighting Cloud Capability)’라고 이름붙인 클라우드 프로젝트의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구글, 오라클,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4개 클라우드 기업은 최대 9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국방부 클라우드 사업을 각각 체결했다. 한화로 최대 11조7540억원 규모다.

미국 국방부의 JWCC 사업은 2018년 ‘JEDI(Joint Enterprise Defense Infrastructure)’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당시 최대 규모의 클라우드 도입 사업이다. 현재로서는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의 사업이 나타났으나 여전히 한손에 꼽힐 만한 대형 프로젝트다.

JWCC 사업은 JEDI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던 2019년 MS가 단일 사업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AWS, 오라클 등이 MS의 선정을 두고 격렬히 반대했고, 법원이 이들 사업자의 손을 들어줘 제동이 걸렸다. 결국 JEDI 사업은 JWCC로 이름을 바꿔 재추진하게 됐다.

미국 국방부는 JEDI 사업 때 단일 클라우드만 도입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당시 오라클, IBM 등 다른 사업자들이 멀티 클라우드로 해야 한다는 반대를 묵살했다. 미국 감사원은 “국방부의 단일 벤더 선정 방침은 국가 보안 문제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단일 벤더 선정이 정부로써는 최선의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재추진된 JWCC 사업은 멀티 클라우드 방식으로 진행됐다.

업계에서는 우여곡절 계약이 체결된 JWCC 사업은 현재의 시장 흐름이 단일 클라우드가 아니라 복수의 클라우드를 함께 이용하는 멀티 클라우드로 완전히 바뀌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수혜는 선두 기업이 아닌 2위 이하 기업들이 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장 이번 JWCC 사업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것은 오라클로 평가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1년 기준 전 세계 서비스형 인프라(IaaS) 시장 점유율 톱 5로 AWS(38.9%), MS(21.1%), 알리바바(9.5%), 구글(7.1%), 화웨이(4.6%) 등을 꼽았다. 미국 상위 3개 클라우드 기업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는데,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이자 점유율도 낮은 오라클이 사업에 함께했다.

오라클은 지난 몇 년간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을 펼쳐왔다. 지난 2019년과 2020년 국내에도 데이터센터를 개소해 적극적으로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하는 중이다. 이번 JWCC 사업 체결로 클라우드 기업으로서의 위상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JWCC가 멀티 클라우드를 채택한 최초의 대형 클라우드 사업은 아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020년 15년간 수백억달러를 투자하는 ‘C2E(Commercial Cloud Enterprise)’ 계약을 체결했다. AWS, MS, 구글, 오라클, IBM 등 5개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한편 물론 모든 사업이 멀티 클라우드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 4월 발표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클라우드 사업 ‘와일드앤드스토미(Wild and Storymy)’는 AWS가 따냈다. 2021년 AWS가 사업자로 결정되자 MS가 이의를 제기해 일시 중단됐으나 사업자 변경 없이 AWS가 최종 승자가 됐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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