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공공IT

공공IT사업 잇단 유찰, 예산조기집행 의지 있나?

김재철 기자
새해 들어 공공 분야 IT 사업이 잇단 유찰 사태를 겪으면서, 담당 기관들이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공공 분야 IT 사업의 예산이 워낙 ‘짠물’인 데다, 환율 급등 사태가 겹쳐지면서 공급업체들이 아예 입찰을 하지 않는 웃지 못 할 일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상반기에 예산을 조기 집행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IT 업계는 공공 분야에서 기대치를 낮추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통합전산센터 HW통합, 네차례 유찰 = 우선 지난 주말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정부통합전산센터의 제 1차 하드웨어 자원 통합구축사업이 유찰됐다. 그것도 벌써 네 번째. 1월 19일 첫 입찰을 시작으로 2월 3일, 2월 17일, 2월 28일에 이르기까지 보름에 한번 꼴로 입찰을 진행해 계속 유찰된 것이다.

정부공공 분야 정보화에서 같은 사업이 네 번이나 유찰된 것은 전례가 없는 경우라고 얘기된다. 더욱이 이처럼 네 번이나 유찰되는 동안 단 하나의 업체도 응찰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번 사업이 그 유례를 찾기가 힘든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이처럼 확산되자 공공IT사업 조기발주 방침을 세웠던 행정안전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월에 사업자를 선정하려던 것이 3월까지 밀려왔음에도 아직 사업주체조차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디지털교과서 사업도 2차례 유찰 =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추진하는 ‘2009년도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 인프라 구축 및 서비스 운영지원 사업’ 또한 올해 두 번이나 유찰됐다.

이 사업은 시범학교로 선정된 초등학교마다 2개 교실을 멀티미디어 수업을 할 수 있는 첨단 IT 환경으로 바꾸는 것으로, 1월 29일과 2월 13일 열린 1, 2차 입찰에서 각각 1개 업체씩만 참가해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디지털교과서 구축사업은 고각의 태블릿PC를 교실 당 40대나 설치하는 계획이지만, 정작 예산은 턱없이 부족해 서버나 네트워크 등 다른 부분에서 가격을 맞추기가 힘든 지경이다.

이 밖에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 구축사업도 1차 입찰이 유찰돼 재입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낮게 책정되는 사업비가 가장 큰 문제 = 이처럼 정부공공 분야 IT 사업이 계속 유찰되는 것과 관련해 IT업계에서는 “공공 분야 IT 사업은 가뜩이나 사업비가 적게 책정돼 있는 데다가, 최근 환율 폭등까지 더해져 발주기관에서 책정한 예산대로라면 오히려 밑지고 팔아야 할 지경”이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공 분야의 경우 보통 전년도 6월에 사업이 결정되는데, 당시와 지금의 환율 차이가 크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사업비가 일반 기업에 비해 턱없이 낮은 상황에서 도저히 수지를 맞추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불황으로 올해 공공 분야에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IT 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한 하드웨어 공급업체 관계자는 “같은 사업이 한번 유찰되면 일단은 같은 금액으로 한 번 더 입찰을 해야 되는 규정이라든지, 외산 솔루션을 써야만 하는 경우 환율 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예산을 조정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면서도, “무엇보다 공공기관의 사업비가 너무 박한 문제가 최근의 잇단 유찰 사태를 계기로 개선됐으면 한다”고 바램을 전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ddaily.co.kr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김재철 기자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