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취재수첩] HBM 미래를 가늠할 수 있었던 'CES 2025'

배태용 기자
CES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가스 컨벤션홀 전시홀 인파.
CES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가스 컨벤션홀 전시홀 인파.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CES 2025는 단순한 기술 전시회를 넘어 AI 반도체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의 경쟁 구도가 두드러진 무대였다. 특히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발표는 HBM 수요 확대를 예고하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던져줬다.

HBM은 AI 서버와 GPU 같은 고성능 반도체에 필수적인 메모리로, 데이터 전송 속도를 극대화해 초고속 데이터 처리 요구를 충족한다. 특히 엔비디아의 최신 GPU에 HBM 공급 여부는 메모리 제조사의 기술력과 시장 입지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CES 기간 동안 SK하이닉스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반도체 사업부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엔비디아와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HBM3E와 같은 차세대 제품을 공개하며 기술적 우위를 입증했고,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대외적으로 부각했다.

삼성전자는 CES 현장에서 비공개 미팅을 통해 글로벌 고객사들과의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나는 장면이 포착돼 주목받았다. 이 만남에서 삼성전자는 차세대 GPU에 필요한 첨단 공정 수주와 함께 HBM 공급 확대 가능성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HBM3E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며 "이번 CES 기간 동안 비공식 채널로 엔비디아와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현재 일부 HBM3E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으나, 점유율 확대 면에서는 과제가 남아 있다. 첨단 공정 기술력을 갖춘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며 HBM 공급 규모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양사의 경쟁이 한껏 달아오르는 가운데, 엔비디아는 CES 2025에서 차세대 GPU는 HBM 수요 증가를 예고하며 시장 판도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AI 반도체 성능이 고도화됨에 따라 HBM의 고속 처리 성능과 대역폭 확장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양측의 경쟁은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CES 2025는 단순히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는 자리를 넘어, HBM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었던 무대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영현 부회장 취임 이후 메모리 사업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업계의 강력한 경쟁 구도 속에서도 HBM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차세대 제품군과 엔비디아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차세대 GPU와 AI 서버의 수요 증가는 HBM 기술과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들에게 분명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단순히 제품 개발을 넘어, 글로벌 고객사와의 신뢰 구축, 생산 효율성 제고, 시장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이번 CES는 글로벌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한국 기업들의 위상을 다시금 조명한 자리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치열한 경쟁에서 힘을 내, 메모리 강국으로서의 자부심을 전 세계에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HBM 시장의 최종 승자는 단순한 기술력을 넘어, 시장과 고객의 요구를 가장 잘 충족시킨 기업이 될 것이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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