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IT] 델 아다모, 조금 더 갈고 닦아야…
지난해 델은 새로운 기업용 노트북 라인업 래티튜드 E 시리즈를 선보인 바 있다. 래티튜드 E 시리즈는 델 스스로도 ‘확 바뀌었다’고 말할 만큼 멋진 디자인이 특징이었다. 세련된, 그러나 단단했던 래티튜드 E 시리즈는 그간 봐왔던 델 노트북과는 차별됐다. 델의 핏줄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좋은 평가를 얻었다. ‘델 노트북=투박함’이라는 이미지도 상당부분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아다모의 첫 느낌? 이것이 과연 델 노트북이 맞냐는 것이었다. 델도, PC 분야 전문가들도 사진으로 본 아다모의 디자인을 혁신이라고 말했다. 17mm의 얇은 두께, 높은 강성의 알루미늄 프레임, 고급스러우면서 실용적인 통 유리 코팅의 액정 등. 노란색 서류봉투와 스티브 잡스의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이 없더라도 충분히 세계인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얘기다. 과연?
◆맥북 에어 vs. 아다모=알려진 대로, 아다모는 출시 전부터 맥북 에어와 비교됐다. 초슬림 노트북이라는 공통점 때문일 것이다. 부위별로 두께가 다른 곡선 디자인의 맥북 에어는 가장 얇은 곳이 0.4cm에 불과하다. 두께가 일정한 아다모는 평균 17mm의 두께를 가지고 있다. 물론, 특정 부위에선 맥북 에어가 두껍기도 하다. 맥북 에어의 가장 두꺼운 부위는 19mm. 그러나 실제로 보면 아다모는 맥북 에어만큼 얇아 보이지는 않는다.
1~2mm의 얇기가 중요하다면 맥북 에어를 골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다모는 맥북 에어보다 융통성이 있다. 융통성이란 확장성을 뜻한다. 맥북 에어에서 1개의 USB 포트와 유선랜 포트의 부재는 누군가에게 구입을 가로막는 장애 요소가 됐을 것이다. 아다모는 3개의 USB 포트와 유선랜, 4-in-1 메모리 리더기까지 갖추고 있다. USB 포트 중 한 개는 eSATA 포트로도 활용할 수 있으니 확장성 면에서는 맥북 에어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특정 포트의 개수나 지원 유무는 사실 노트북을 고를 때의 초점이 아니다. 그러나 얇음을 강조하는 이런 노트북에서는 살펴봐야 될 요소다. 더구나 맥북 에어가 처음 나왔을 때 가장 많았던 불만이 시시콜콜한 포트 부분이었단 걸 고려하면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아다모에선 이런 부분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기백만원짜리 노트북을 놓고 포트 한 두개 더 달았다고 특정 제품이 낫다고 말하는 모양새가 웃기지만, 어찌됐건 맥북 에어가 그만큼 융통성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다시 디자인 예기를 해보자. 아다모는 델에게는 전에 없던 디자인이다. 델이 전 세계 2위 PC 제조업체인 것은 맞으나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일반 소비자용 제품은 단언컨대 아다모가 최초일 것이다.
합리적인 성능과 가격을 외쳤던, 투박하고 못생겼던 델 제품이었다. 그런 델 제품이 디자인적인 면에서 애플 시리즈와 비교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델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델 입장에선 다소 기분이 상하는 얘기일 수도 있겠으나 그것이 사실이다.
◆조금 더 갈고 닦아야=잘 만들었다고 느낄 수 있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이 그렇고, 경쟁 상대보다 높은 융통성이 그렇다. 얇지만 강성이 높은 알루미늄 재질을 써서 묵직하지만, 단단함이 느껴진다.
달리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될 수도 있다. 알루미늄 재질을 썼기 때문에 무게는 상당히 늘어날 수 밖에 없었고, 전원 어댑터까지 챙기면 2kg을 넘어가는 육중한 무게는 슬림형 노트북이 휴대성도 높다는 공식을 여지없이 깨어버리고 있다.
이 정도 무게면 일반적인 13인치형 노트북보다 무거운 수준이다. 강성을 높였다고는 하지만 얇은 두께가 단지 세련되고 예쁘게 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다. 휴대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뜻이다. 강성을 높이는 건 좋았는데 너무 과했다는 것이다.
백라이트가 들어오는 키보드는 충분히 실용적이지만 오른쪽 시프트키가 짧아 쌍자음 치기가 다소 불편하다는 점도 거슬린다. 게다가 스페이스가 위치한 열의 키들은 팜레스트와 높이가 거의 같아 자연스럽게 눌러지지 않는 불편함도 있다. 시시각각 들리는 후면부 통풍구 소음도 아쉽다.
경쟁 상대인 맥북 에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스펙이 낮은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1:1 비교가 힘든 구석이 있긴 하다. 그래도 절대적인 스펙에서 아다모는 떨어진다. 아다모는 CPU 클록이 1.2GHz로 애플 맥북 에어의 1.6GHz(기본형), 1.86GHz(고급형)보다 낮은 것이 들어가 있다. 그래픽 칩셋 역시 맥북 에어는 엔비디아 지포스 9400M을 탑재한 반면 아다모는 인텔 내장형 GMA X4500을 쓴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그래픽 성능 차이는 2배 이상이다.
조금 더 제대로 따져보면 아다모는 128GB SSD를 탑재하고 300만원대 초반인 반면, SSD 버전의 맥북 에어는 CPU와 그래픽 사양이 높다고 하더라도 300만원대 후반으로 다소 비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델 제품은 SSD 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불만을 표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격으로 보면 아다모는 많이 팔릴 제품이 아니다. 맥북 에어도 마찬가지. 그러나 델에 있어 아다모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는 작지 않다. 그렇기에 조금 더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
<한주엽 기자> 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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