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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DSLR 저물고 ‘DSL’ 시대가 열릴까

한주엽 기자

요즘 DSLR 카메라 업계의 화두는 ‘소형’과 ‘경량화’다.


DSLR 카메라는 예전부터 크고 무겁고 사용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있었다. 카메라 업계는 이런 인식을 없애기 위해 보급형 제품의 크기와 무게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캐논 제품을 예로 들어보자.


최고 사양의 카메라 EOS-1Ds 마크3의 경우 무게가 1.4kg, 부피가 1957cc인데 반해 보급형 제품인 EOS-1000D는 무게 500g, 부피 764cc로 덩치가 3분의 1 수준으로 작고 무게도 가볍다.


2003년에 출시된 캐논의 보급형 DSLR, 300D의 무게가 560g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같은 급에서도 다이어트를 한 셈이다. 엄밀히 말하면 300D의 후속은 500D가 되지만 500D도 300D보다 무게가 30g 가량 가볍다.


니콘도 마찬가지. 보급형 제품인 D40의 무게와 부피는 고급형인 D3x의 3분의 1 수준이다.


카메라 업체들이 이처럼 보급형 DSLR의 크기와 무게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콤팩트형 디카를 쓰는 잠재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작고 가벼운 콤팩트형 디카 사용자에게 DSLR 카메라는 동경의 대상일 수도 있으나 구조적으로 크고 무거울 수 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부담을 줄이고자 보급형 제품은 되도록이면 작고 가볍게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DSLR 카메라는 구조상 크기와 무게를 줄여나가기가 쉽지 않다. DSLR 카메라의 동작 원리를 살펴보면 ①렌즈를 통해 받은 빛은 ②카메라 내부의 반사거울에 닿고 ③거울에 반사된 빛이 프리즘에 전달되어 뷰파인더로 전달된다.


④사용자는 뷰파인더로 사물을 확인하고 구도를 잡은 뒤 ⑤셔터를 반쯤 눌러 초점을 잡고 ⑥그대로 셔터를 꾹 눌러주면 ⑦카메라 내부의 반사 거울이 위로 접히면서 ⑧미러 뒷쪽에 위치한 셔터막이 열려 이미지 센서에 빛이 닿아 디지털 사진을 만들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반사거울’이다. 셔터를 꾹 누르면 반사거울이 접혀야 하는데 이러한 일련의 동작이 수행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공간이 확보되어야만 한다.


◆마이크로포서드 등장=이러한 구조 때문에 업계에선 DSLR 카메라의 획기적인 다이어트는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받아들였다.


렌즈를 교환할 수 있고 대형 센서를 탑재해 질 좋은 사진 결과물을 뽑아내면서도 콤팩트형 제품만한 크기와 무게의 DSLR 카메라를 기대하긴 힘들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해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이 ‘마이크로포서드’ 규격으로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마이크로포서드는 앞서 말한 ‘반사거울’을 없애 카메라의 전체적인 덩치와 무게를 줄이는 방식이다.


반사거울이 없으니 당연히 광학식 뷰파인더는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 하이엔드급 디카와 마찬가지로 빛이 이미지 센서를 한 번 거치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디지털 영상이 액정을 통해 보여지는 전자식 뷰파인더일 뿐이다.


한마디로 일반적인 콤팩트형 디카와 내부 구조는 똑같다. 다만 10배 가량 넓은 면적의 대형 이미지 센서가 탑재되고 입맛대로 렌즈를 갈아낄 수 있는 게 차이다.


이러한 구조를 따른 마이크로포서드 규격의 카메라는 DSLR(Digital Single-Lens Reflex 디지털 일안 반사식)에서 ‘R’(Reflex)을 뺀 DSL, 말하자면 디지털 렌즈 교환식 카메라로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은 부르고 있다.

17일 발표된 올림푸스의 첫 마이크로포서드 제품인 펜 E-P1은 DSLR의 장점은 그대로 갖추면서도 크기와 무게는 기존 DSLR 카메라보다 훨씬 작아진 모습이었다.


올림푸스의 최소형, 최경량 DSLR 카메라인 E-420과 비교해 58% 가량 부피를 줄이는 한편 무게도 45g 가벼운 335g으로 매우 높은 휴대성을 자랑한다.


이 제품은 특히 1,230만 화소의 4/3인치형 고속 라이브 MOS 이미지 센서와 한층 업그레이드 된 처리엔진이 탑재돼 휴대성과 함께 화질까지 살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특히 HD급 동영상 촬영도 가능해 활용성도 높다는 평가다.


올림푸스 측은 펜 시리즈가 기존의 DSLR과 콤팩트형 디카로 나눠졌던 카메라 시장에 세로운 제품 분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마이크로포서드기 개발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스기타 유키히코 일본 올림푸스 본사 부장은 “1억 8,000만명의 콤팩트 디카 사용자 중 20%가 DSLR 카메라를 구입하려다 크고 무겁고 어려운 사용 방법 때문에 구입을 포기한 것으로 본사 조사결과 나타났다”며 “펜 E-P1은 DSLR도 콤팩트 디카도 아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이들 수요를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푸스 측은 펜 E-P1을 오는 7월 중순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가격은 아직 미정이지만 일본 판매 가격(130만엔)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 있게 책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러한 DSL 카메라는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보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삼성디지털이미징이 마이크로포서드와 비슷한 방식의 하이브리드형 카메라 NX 시리즈를 출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다만 DSL 카메라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단정 짓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관련 렌즈군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고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기존 구입에 장벽이 있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파나소닉코리아의 경우 마이크로포서드 규격의 카메라 G1을 출시했으나 동영상 기능이 포함된 후속기종 GH1의 국내 출시는 잠정 포기 상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선 시장이 없다”고 출시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점이 최대 장점이지만 아직 렌즈군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점도 현재로써는 걸림돌이다. 올림푸스는 E-P1을 출시하며 이에 맞는 렌즈군도 2종 출시했다. 올림푸스 쪽은 향후 다양한 화각의 렌즈군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어댑터를 사용하면 기존 올림푸스의 렌즈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가격이다. 작고 가볍지만 성능으로 따지면 보급형 DSLR급인 이들 제품이 중급기와 맞먹는 가격으로 출시된다면 높은 판매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파나소닉코리아의 마이크로포서드기 G1은 150만원대로 출시됐었다. 이 가격이면 캐논 중급기 50D를 구입할 수 있고 조금 더 보태면 니콘의 D300도 구입 가능하다.



<한주엽 기자> 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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